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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Feb 09. 2024

Super Lady: 이제는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할 때

WRITER. 영원



 (여자)아이들이 컴백했다. 제목은 <Super Lady>로, (여자)아이들의 정체성을 훨씬 더 직접적으로 굳히는 듯한,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준다. 제목에서부터 직접적으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히트곡인 <퀸카(Queencard)>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퀸카(Queencard)>에서 (여자)아이들은 겉모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받아들이자는 당당한 여성상을 노래했다. 이번<Super Lady>에서는 또 어떤 주제의 여성 이야기를 읊을지 티저 공개에서부터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지난 1월 29일, 정규 앨범2집 ‘2’가 발매되며 베일에 싸여 있던 타이틀곡 <Super Lady>가 공개되었다.  



 본격적으로 <Super Lady>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정규 앨범의 선공개 곡으로 나온 <Wife>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Wife>는 정규 앨범 발매 약 일주일 전 수록곡으로서 선공개되었다. 노래의 멜로디, 가사, 멤버들의 소위 ‘헤메코’를 포함한 컨셉 모두에서 여러 의미로 특이했던 <Wife>는 대중들의 큰 반응을 얻어냈는데, 이 반응은 크게 엇갈린 양 극단에 있었다. 이러한 극단적 반응이 초래된 원인은 가사에 있었다. 전체적인 가사의 내용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측에서는, 문제된 가사는 지금까지 (여자)아이들이 꾸준히 내세워 왔던 당당함과 솔직함에 일맥상통하는 것일 뿐이라며, 마치 선정적이기만 한 것으로 보이는 가사의 내면에서 실제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는 옹호론을 펼쳤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에서는 내재하는 메시지의 의미와 별개로,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가사 자체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점에서 가사를 비판하였다. 두 입장 모두 설득력 있는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기에, 이에 대한 명확한 가치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이제부터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위의 문제사항보다는 그 이후 공개된 타이틀 <Super Lady>와의 연관성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먼저 곡의 설명에 따르면, <Super Lady>'는 이 세상 모든 '슈퍼 레이디(Super Lady)'에게 전하는 곡으로, 각자 아름다움과 강인함에 대해 노래한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여자)아이들은 매번 누구도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콘셉트로 확고한 그룹의 색깔을 보여준다"며 "그동안 (여자)아이들이 앨범을 통해 보여줬던 모습들보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확실히 파격적이다. 고정관념을 깨버리며, 스스로를 트렌드로 만드는 (여자)아이들은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여자) 아이들은 과거부터 한결같이 당당한 여성상에 대한 이야기를 곡의 주제로 쓰는 일관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 노래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조금씩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모순적인 지점이 보이기도 한다. <Super Lady>를 살펴보면, 가사는 주체적이고 강한 여성의 힘을 노래하고 있지만 컨셉 포토 및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하는 멤버들의 의상은 노출도가 꽤 높은 편이다. 선공개곡 <Wife>에서 선정적인 가사와 대비되는 민무늬 티셔츠와 바지 의상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스탠스이다. 당연하지만 노출이 많은 의상을 착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된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선공개곡인 <Wife>에서 선정적인 가사와 민무늬 의상을 대비시킨 의도가 그 속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임을 고려하면,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Super Lady>에서는 오히려 그 가사대로 더욱 획기적이고 전복적인 의상을 매치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가사에서 표현하는 메시지와 달리 기존과 똑같은, 일반적인 ‘여성적인’ 의상을 입고 나온 것이 다소 의아함을 자아낸다. ‘<Wife>와 <Super Lady>나레이션은 성고정관념과 그를 타파하고 본질을 찾으려는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온라인상의 해석에 대해 꿈보다 해몽이라는 비판이 심심찮게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해외에서도 유명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따라오는 비판점이 이러한 지점이다. 주체적인 여성이라는 주제를 강조하고자 하지만, 정작 그 주제를 표현하는 수단들이 그 메시지와는 결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Wife>의 경우에는 곡의 특성에서부터 해외 여성래퍼의 전형을 차용해온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나 보수적인 정서가 상대적으로 강한 한국에서는 이러한 한계의 답습이 더욱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Wife>의 파격적인 가사가 사실은 비판을 하기 위한 의도적인 역설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이후 <Super Lady>에서는 이를 빼도박도 못하게 못 박아버리는 컨셉을 유지했어야 한다. 컨셉포토, 무대구성, 창법, 의상 모두에서 말이다. 물론 ‘여자 아이돌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 있음은 이해하나, 헷갈릴 정도로 의도를 흐려놓은 지점에 대해서는 아쉬움 섞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제목과 후렴에서 Ladies를 외치며 당당한 디바를 표상하는 새로움은 부정할 수 없이 인상적이다. 여러 곡들, 나아가 앨범끼리도 연결되어 이어지는 여성 서사의 스토리텔링 방식도 더없이 깔끔했다. 또한 지금의 K-POP 여자 아이돌 시장에서 이런 과감한 시도를 이어온다는 것의 의미 자체도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앞으로도 그들에게 끊이지 않는 응원과 박수를 보낼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리스너로서, 또 그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더더욱 큰 성공을 이루었으면 하는 (여자)아이들의 팬으로서, 그들이 조금은 더 큰 보폭으로 한 걸음을 딛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걸어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담을 주고 싶은 것이 아니다. (여자)아이들이 이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착실하게 쌓아온 그들의 여성 서사를, <Super Lady>의 가사처럼 조금 더 ‘onward’한 모습으로 마주할 날이 금방 오기를 바라본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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