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Writer. 단아
누구나 우울한 날들을 겪는다. 일, 사람들간의 관계, 자기 자신, 혹은 다른 이유 등으로 우리는 매번 우울을 얻고 또 무너진다. 그런 우울한 날들에 ‘케이팝’ 이라는 존재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보통 ‘케이팝’ 하면 역동적이고 활기찬 이미지를 생각하기 쉽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흥을 돋기 위한 수단일 수도, 혹은 그저 시끄러운 음악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들에게 위로되는 음악이란 잔잔한 발라드나 인드 밴드, 혹은 CCM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마저 위로가 될 수 있는 케이팝이란 과연 있을 수 있을까? 필자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강승윤 〈아이야〉는 아직까지 세상이 버겁고 어려운 청년의 이야기이다. 모든 게 서툰 인턴, 사회초년생의 시기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극히 공감하며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애써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자꾸만 작아지는 마음까지 청자의 세밀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윤종신이 피쳐링한 〈아이야 (feat. 윤종신)〉은 완벽한 어른이 된 중년(윤종신)이 아직은 미숙하고 모든게 낯선 청년 (강승윤)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인데, 여기서 윤종신은 ‘야 서두르지 마 결국 어른 돼’, ‘몰래 펑펑 울어봐 어른도 아닌데 뭘’ 등의 가사로 실수 많은 청년이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여유를 불어넣어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야 (Sleep Mix)〉는 노래보다 포근한 악기 소리를 중점으로 하여 자장가로 들을 수 있게 믹스한 1시간 분량의 노래다. 원곡에서는 강승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귀를 기울였다면, Sleep Mix 버전에서는 리스너의 개인적 몰입을 돕는 가사가 눈에 띈다. 반주를 들으며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무엇이 날 힘들게 했는지 생각하다 다시금 들리는 ‘난 아직 아이야’ 라는 강승윤의 목소리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서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오히려 밝은 분위기의 곡으로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면, NCT DREAM 〈미니카 (Drive)〉를 추천한다. 〈미니카 (Drive)〉는 차 키 소리와 함께, 울적하고 반복되는 삶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현실은 잠시 잊고 놀러 오라고 말한다. 하고 싶었던게 가득하고, 장난스러움이 당연한 동심의 세계로 말이다. ‘우린 아직 아이야’ 라고 외치던 강승윤 〈아이야 (IYAH)〉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곡의 분위기가 밝고 명랑하니 무겁던 고민들도 가볍게 느껴지고 뭐든지 할 수 있을 듯한 힘을 준다. 오늘이라는 레이싱, 매일 다른 규칙, 처음 보는 트랙들 속에서 미니카를 타고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은 어떨까.
바쁜 일상과 현실을 살다보면, 어느샌가 ‘나’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미니카 (Drive)〉 가사처럼 분명 어릴 때는 꿈이 많았고 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말이다. 이런 기분에 휩싸여 고독하고 우울하게 느껴질 때, 임현식 〈고독한 바다 (La Mar)〉는 사라진 나를 찾아, 잃어버린 꿈을 찾으러 고독한 바다에 가라앉겠다고 말한다. 보통 ‘고독’이라고 하면 불쌍하거나 짠한 부정적 이미지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고독한 바다 (La Mar)〉에서는 진정 ‘고독’ 속에서만 나다움을 찾을 수 있고 날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해당 곡이 수록된 앨범 《The Young Man and the Deep Sea》는 책 「노인과 바다」를 모티프로 하여 제작한 앨범인데, 「노인과 바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간은 파괴될 순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고독한 바다 (La Mar)〉에서도 “쓰러져도 나를 믿으니까” 라고 비슷한 맥락으로 말하는데, 이 구절이 실패라고 생각되는 경험을 겪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줄 것 같다.
임현식 〈고독한 바다 (La Mar)〉에서는 실패를 실패로 두지 말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였다면, 바비 〈내려놔 (Let iT Go)〉에서는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방구석에서 유익한 시간 낭비를 하라고 말한다. 어쩌면 정말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벅찬 사람들에게는 ‘할 수 있어’ 라는 말보다는 ‘내려놔’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된다. ‘나도 알아 네가 왜 그토록 헤매는지 옳은 일 맞는 길일 때가 편안할 테니’, ‘시간이 공평한 건 꽤나 잔인하지만 밀려오는 시침에 그냥 서핑할 거야’ 등의 구절로 시간에 묶이지 않고 마음껏 휴식하는, 일상 속 일탈을 하게 도와준다. 무엇보다 계속하여 반복되는 후렴구 ‘괜찮을 거야’, ‘내려놔’가 마음을 토닥여주는 것 같아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우울함의 끝은 무엇일까. 어둡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밝아지는 것이 삶 아니겠는가. 세븐틴 〈돌고 돌아〉에서는 결국 이 우울함도 돌고 돌아 다시 행복함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후렴구에서는 다양한 목소리의 떼창을 통해 더 감동적인 서사를 연출한다. 작곡가이자 세븐틴 멤버인 우지는 〘이슬라이브〙에서 “〈돌고 돌아〉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자 멤버들에게 너무 해주고 싶은 말이었고, 캐럿(팬)들에게 너무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옴을 확신하며, 괜찮다 위로해주는 따스한 곡이다.
이 밖에도 방탄소년단 〈Magic Shop〉, 도영 〈반딧불 (Little Light)〉, 비투비 〈흘려보내〉, 도경수 〈괜찮아도 괜찮아〉, 보이넥스트도어 〈스물〉 등 케이팝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대로 위로를 건넨다. 우울할 땐 아이가 되어도 좋고, 잠시 어디론가 떠나버려도 좋고, 고독히 나 자신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다. 유익한 시간낭비를 해도 좋고,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올테니 우울함을 즐겨 마음껏 울어도 좋다. 무너짐이 무뎌질 때까지, 당신의 날에 케이팝이 따스한 토닥임으로 느껴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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