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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 FEATURES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음악 토크쇼

ㅣWriter. 일유

by 아이돌레

2000년대 초반 〘윤도현의 러브레터〙, 〘김정은의 초콜릿〙, 〘유희열의 스케치북〙부터 최근 〘더 시즌즈〙까지 음악 토크쇼는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에서는 저조한 시청률 탓에 폐지되거나 편성 시간대가 대부분 심야로 한정되곤 한다.

하지만 유튜브는 다르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음악 토크쇼가 흥행이다. 플랫폼의 자율성과 다양한 포맷으로의 확장이 그 이유다. 유튜브로 무대를 옮겨 음악 토크쇼가 활약 중인 가운데, 그중에서도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네 가지 유튜브 음악 토크 콘텐츠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아이유의 팔레트 – 아이유


〘아이유의 팔레트〙는 아이유의 뛰어난 진행 실력과 다양한 아티스트의 출연으로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는 콘텐츠다. 2020년 시작된 이 콘텐츠는 코로나로 인해 팬들과 대면할 수 없게 되자 아이유가 팬들을 위해 이벤트성으로 제작한 콘텐츠였다.


© 유튜브 ‘EDAM Entertainment’


보이는 라디오 형식의〘아이유의 집콕시그널〙로 시작했던 초기 콘텐츠는 다양한 코너로 진행되었다. 그중에서도 ‘아이유 엉망라이브’에서는 미니멀한 기타 반주에 ‘엉망라이브’라는 코너명과는 반대되는 고품격 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아이유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초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코너가 점차 발전하여 〘아이유의 팔레트〙라는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되었고, 현재는 보다 전문적인 음악 토크쇼 형태로 세션이 갖추어진 스튜디오에서 토크와 고퀄리티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팔레트-2.png © 유튜브 ‘이지금 [IU Official]’


해당 콘텐츠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아이유의 준비성이다. 게스트의 근황과 작업물에 있어 철저히 사전 조사를 해오는 것은 물론, 매 회차 서로의 곡을 바꿔 부르는 ‘컬러 스위치’ 코너를 통해 특별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카라와 함께한 회차에서는 카라의 <맘마미아>라는 곡의 노래뿐만 아니라 춤까지 연습해 커버했고 데이식스가 출연한 회차에서는 발매 전이었던 《Band Aid》 앨범 전곡을 미리 받아서 들어본 후 섬세한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팔레트-3.jpg © 유튜브 ‘이지금 [IU Official]’


연예인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아이유의 팔레트〙는 평균 1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매번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진입하는 높은 화제성을 자랑한다. 이는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토크를 이끄는 아이유의 진행 실력과 고퀄리티 라이브 무대가 한 시간의 긴 호흡의 콘텐츠를 끝까지 몰입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2. 조현아의 목요일 밤 – 어반자카파 조현아


웹예능 형식의 〘조현아의 목요일 밤〙은 마치 친구와 술자리를 가지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분위기 의 콘텐츠다. 실제 조현아의 집에서 촬영되는 이 콘텐츠는 조현아와 게스트가 술을 마시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조현아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즉석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 콘텐츠를 토크쇼가 아닌 ‘음악’ 토크쇼로 추천하는 이유는 게스트의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자연스럽게 끌어낸다는 점에 있다.


조목밤-1.png © 유튜브 ‘쿵 스튜디오(Koong Studio)’


아이들의 민니는 직접 프로듀싱한 곡에 대한 작업기와 함께 라이브를 선보이고, 즉석에서 어반자카파의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조현아의 반주를 해주는 등 아티스트로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보컬로 알려진 민니의 보컬 능력뿐만 아니라 프로듀싱과 연주에 능한 민니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 되었다.


조목밤-2.png © 유튜브 ‘쿵 스튜디오(Koong Studio)’


NCT 태용 편에서는 태용이 보컬에 있어 고음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자, 조현아가 음역대 테스트를 진행하며 태용이 생각보다 높은 음역대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이 듀엣으로 재즈곡을 부르는 장면은 래퍼로 알려진 태용의 보컬 역량이 부각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목밤-3.png © 유튜브 ‘쿵 스튜디오(Koong Studio)’


또한 콘텐츠의 마무리로 조현아와 게스트가 함께 작사·작곡한 곡을 선보이는 장면은 게스트의 아티스트적 면모를 보여주면서 음악 토크쇼로서 이 콘텐츠만의 색깔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한편, 채널과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갑작스레 종영했었던 〘조현아의 목요일 밤〙은 최근 〘조현아의 평범한 목요일 밤〙이라는 타이틀로 돌아와 시청자들과 다시 만나고 있다.



3. 정용화의 엘피룸 – 씨엔블루 정용화


앞서 소개한 두 음악 토크쇼가 이미 탄탄한 팬층으로 자리 잡은 콘텐츠라면, 〘정용화의 엘피룸〙은 이제 막 첫 문을 연 신상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엘피룸-1.jpg © 유튜브 ‘정용화의 엘피룸 LP Room’


“당신의 인생을 한 장의 OST로 들려드립니다”라는 정용화의 멘트와 함께 시작하는 이 콘텐츠는 LP판으로 가득한 아날로그 감성의 바이닐샵 공간에 게스트를 초대해 그들의 플레이리스트 속 인생곡을 함께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다.


엘피룸-2.png © 유튜브 ‘정용화의 엘피룸 LP Room’


이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추천곡 나열이 아닌, 아티스트의 취향이 담긴 선곡을 따라가며 음악을 매개로 삶의 장면들을 함께 되짚어보는 것에 있다. NCT 마크 편에서는 일명 ‘N팀러’로 유명한 마크가 ‘일할 때 듣는 노동요’를 소개하고, ‘올해의 연습왕’으로 뽑힐만큼 열심히 달려왔던 마크의 연습생 시절과 한해 1933건의 스케줄을 소화해 스케줄이 가장 많았던 아이돌로 뽑힌 일화를 얘기하기도 했다.


엘피룸-3.png © 유튜브 ‘정용화의 엘피룸 LP Room’


〘정용화의 엘피룸〙의 또 다른 묘미는 매 회차의 ‘마지막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게스트가 ‘마지막 순간에 듣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는 시간으로 각자의 인생과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예컨대 데이식스 영케이 편에서 영케이는 ‘마지막 콘서트에서 부르고 싶은 앵콜곡’을 소개하던 중,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라는 질문에 상상만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엘피룸-4.png © 유튜브 ‘정용화의 엘피룸 LP Room’


본편 업로드 이후에는 게스트의 추천곡을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로 구성한 영상과 정용화와 함께 선보인 콜라보 무대를 별도의 영상으로 채널에 업로드하며,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특성과 콘텐츠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정용화의 엘피룸〙이 앞선 두 콘텐츠 못지않은 지속성과 화제성을 지닌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4. 밴드맨 – 페퍼톤스 이장원


페퍼톤스 이장원의〘밴드맨〙은 “밴드 붐은 온다”는 말과 함께 밴드의, 밴드에 의한, 밴드를 위한 콘텐츠로 시작되었다. 밴드의 기본 구성부터 일렉 기타와 베이스 기타의 차이를 가르쳐주는 밴드 입문 강의 ‘밴드맨 클래스’, 케이팝 아이돌 곡의 밴드 요소를 분석하고 연관된 밴드 음악을 추천하는 ‘모든 음악은 밴드로 통한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관객이 되어 깃발 기수, 슬램 등의 락 페스티벌 문화를 직접 체험했던 ‘밴드맨 V-log’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밴드 문화를 전하고 있다.


밴드맨-1.jpg © 유튜브 ‘밴드맨 BANDMAN’


이처럼 다양한 〘밴드맨〙의 콘텐츠 가운데, 특히 추천하고자 하는 콘텐츠는 밴드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밴드맨쇼’다. 자우림, 데이브레이크 등 고연차 밴드부터 엑스디너리히어로즈, 드래곤포니와 같은 신예 밴드까지 출연한 이 콘텐츠는 밴드의 전문적인 지식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동시에 밴드맨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밴드맨-2.png © 유튜브 ‘밴드맨 BANDMAN’


드래곤포니 편에서는 기타의 톤을 조절하는 장비인 이펙터를 올려두는 페달보드를 식판, 각종 이펙터를 반찬이라고 비유하는 등 재치 있는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거나, ‘슈퍼메가 우쿨렐레’와 같이 음역대가 낮아 상대적으로 사운드가 잘 드러나지 않는 베이스를 주제로 한 밴드 밈을 이야기하며 베이시스트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밴드맨-3.jpg © 유튜브 ‘밴드맨 BANDMAN’


특히 게스트의 곡 중 후렴 베이스 라인만 듣고 어떤 곡인지 맞히는 고정 코너는 밴드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이 덜한 베이스 포지션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이 콘텐츠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밴드맨-4.png © 유튜브 ‘밴드맨 BANDMAN’


“밴드맨끼리 같이 교류하면서 앞에서 끌어줄 수 있는 팀은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 팀을 밀어주는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이 붐이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의 말처럼, 〘밴드맨〙은 밴드 교류의 장이자, 밴드 붐을 이어가는 ‘밴드 입덕 권장 콘텐츠’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밴드 입문자 또는 밴드에 관심 있는 자라면 꼭 한 번쯤 보길 추천한다.






음악 토크쇼는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플랫폼의 자유로움과 다양한 시도가 음악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히 신곡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들이 음악과 삶을 함께 풀어내기도 하며 깊이 있는 음악 이야기를 대중과 나눈다.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음악 토크쇼는 음악을 매개로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포맷과 연출의 확장을 통한 유튜브 음악 토크쇼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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