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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가 진짜 시작, 작년 서바이벌 팀들의 지금은

| Writer. 덕원

by 아이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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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너원 공식 X / 아이즈원 공식 X


한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스타가 되는 지름길처럼 여겨졌다. 엑방원의 ‘원’을 담당했던 워너원을 탄생시켰고, 아이즈원 출신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4세대 걸그룹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돌이켜 보면, 당시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활력을 띠는 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대를 열었던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논란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장 어제만 해도 <보이즈2플래닛>이 첫 방송을 마쳤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누리고 있진 못해도, 많은 연습생이 방송 출연을 계기로 데뷔 기회를 얻는다는 사실 만은 변함없다. 연습생들에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여전히 자신을 PR할 수 있는 최고의 장이다. 그리고 작년에도 어김없이, Mnet <I-LAND2: N/a>부터 SBS <유니버스리그>까지, 여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방영되며 많은 팀이 탄생했다. 예컨대, 올해도 그 열기는 계속될 듯하다.


그러다 문득 ‘작년에 결성된 팀들은 안녕한가?’, 그 근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데뷔 이후가 진짜 경쟁의 시작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작년에 우리가 응원했던 연습생들이 데뷔 이후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그 행보를 살펴보고자 한다.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는 팀부터 다소 아쉬움이 남는 팀까지, 이들의 현재를 돌아보며 앞으로 서바이벌 팀들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새로운 연습생을 응원하는 일도 가치 있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시기에, 그 이후의 행보를 살펴보는 것 역시 의미 있다는 마음으로 글을 열어본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7월웹진_클로즈유어아이즈.jpeg © 클로즈 유어 아이즈 공식 X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JTBC에서 방영한 <PROJECT 7>을 통해 결성된 팀으로, 지난 4월 2일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작년 서바이벌로 탄생한 그룹 중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는 팀으로, 중소 기획사 보이그룹으로서는 남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가히 많은 중소 기획사가 이들의 행보를 보고, 긴장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Mnet에서 방영하는 대형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주목받기 쉽지 않다. <PROJECT 7> 또한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안면이 있는 연습생들이 다수 출연했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흥행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프로그램의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그룹의 방향성을 잘 구축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https://youtu.be/7dVwqwzavgg?si=z-UnUqW0mm94b8oH

X(구 트위터) 좀 한다는 사람들은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데뷔곡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X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필자도 그때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난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데뷔 타이틀곡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로 ‘문학소년’이라는 신선한 콘셉트를 내세웠다. 케이팝과 문학의 만남, 꽤나 치트키적인 콘셉트로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한 곡들은 의외로 많다. 여기서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가지는 차별성은 실제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닌, 멤버들의 캐릭터를 문학소년으로 설정해 한 편의 소설 같은 앨범을 완성했다는 지점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며 반문할 수 있겠지만, 대중들의 갈증을 잘 파악해 낸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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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웹진_클로즈유어아이즈3.png © CLOSE YOUR EYES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 MV


영어 가사 비중 증가, 챌린지 최적화, 해외 지향 등 많은 팀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반대되는 곡을 들고 왔다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은 문학소년들이 써 내려가는 사랑 노래로, 영어 가사의 비중이 적은 편이다. 또한 서정성이 돋보이는 미디어 템포의 R&B 곡으로서, 퍼포먼스에 최적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크게 중독성이 느껴지는 구간은 없지만, 반복되는 리프가 듣기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곡을 완성했다.


그리고 주로 2세대 아이돌 곡에서 보이던 음악적 특징에 충실한 편으로, 내수형 아이돌이 탄생한 듯한 느낌을 준다. 많은 케이팝 그룹이 해외 진출을 목표로 케이팝의 표준과 멀어지고 있다면, 역으로 이 곡은 표준에 충실하여 화제가 된 격이다. 팝과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며 케이팝의 고유성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곡이 되었다. 즉 현재의 시류에서 방향성을 조금 바꾼 것이 오히려 클로즈 유어 아이즈만의 독특함을 만들어냈고,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라는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더욱 각박해진 중소 기획사 보이그룹들의 현실을 떠올리면, 기적이라 불리울만한 성과다.


https://youtu.be/Li0zo4SZ5AY?si=whDcDveUeWpkN1zy

그리고 최근 미니 2집 《Snowy Summer》로 컴백해 그 열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편, 로고 모션 영상을 통해 ‘문학소년 이곳에 잠들다’라고 쓰인 비석을 공개하며, 해당 콘셉트가 일회성으로 끝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Snowy Summer》를 통해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였고, 유령이 된 문학소년들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자 귀여운 소동을 벌이는 스토리를 담으며, 이전 앨범과의 유기성을 더했다. 음악 또한 이지리스닝 감성을 이어가되, 이전 노래보다 서정성을 덜어내고 키치함을 더해 ‘장난꾸러기 유령들의 오래된 이야기’라는 스토리를 부연하고 있다.


7월웹진_클로즈유어아이즈1.jpeg © 클로즈 유어 아이즈 공식 X

클로즈 유어 아이즈만의 신선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서바이벌 그룹들의 맹점이라고 한다면, 프로그램의 흥행에 기대어 팀의 성패가 갈리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형성된 팬덤에 의존하여 팀의 콘셉트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데뷔 전부터 기획사의 적극적인 서포트를 받았던 이들은, 대형 기획사 부럽지 않은 완성도 있는 뮤직비디오, 퀄리티 좋은 자체 콘텐츠,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에 있어 독자성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아이돌 IP 확보를 목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제작할 때, 데뷔한 팀의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방송계에서 한 번쯤 주목해 보길 바라는 팀이다.



|아홉

7월웹진_아홉.png © 아홉 공식 X

아홉은 SBS에서 방영한 <유니버스 리그>를 통해 결성된 9인조 보이그룹으로, 7월 1일에 데뷔한 루키 중의 루키다.


아홉도 클로즈 유어 아이즈와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성과들을 통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직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팀이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PROJECT 7>보다도 저조했던 시청률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팀이 탄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데뷔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팀의 정체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https://youtu.be/D2-G60fuW_4?si=SWyyXjhFl8Iv5Esb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는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케이팝 특유의 벅차오름이 느껴지는 곡이다. 아홉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데뷔한 서바이벌 그룹의 희망찬 미래보다는, 불완전했던 지난날, 포기 없는 도전을 노래하며, 무대를 향한 멤버들의 진정성, 그리고 서로가 모여 비로소 완성될 꿈과 미래에 대해 전달한다. 이에 따라 수록곡 전반에서도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편이다. 서바이벌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미완성된 자신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노래와 세계관의 유기성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데뷔와 실패를 반복한 멤버들이 다수 포함된 만큼, 펼쳐질 미래에 대한 간절함과 진심을 전달하는 선택은, 멤버들의 서사를 더욱 부각해 주고 있다.


7월웹진_아홉1.png © AHOF(아홉)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 (Rendezvous)’ Official MV
7월웹진_아홉2.png © AHOF(아홉) ‘소년, 무대 위로 넘어지다 (Intro)’ Intro Film

다만, 아홉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꿈을 향한 소년들의 간절함’, ‘열린 성장’으로, 독자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서바이벌로 데뷔한 팀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서사가 진정성 있지만,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팀들이 존재하기에 차별성을 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소년의 이미지를 몽환적이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몇몇 팀들의 잔상이 보인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많은 팀이 소년의 이미지를 일정 부분 차용하고 있어, 완전히 새로운 것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때때로 유사성에 대한 언급을 피하기 어렵기도 하다. 물론 아홉은 시류를 잘 파악해, 좋은 퀄리티의 음반을 제작하기 위한 노력이 확연히 느껴지는 팀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일련의 평가들은, 독자적인 스토리 구축, 트렌드 자기화라는 과제 또한 이들에게 직면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따뜻한 멜로디와 이를 극대화하는 섬세한 가사가 특히 매력적인 팀이고, 최근 케이팝에서 듣기 힘들어진 곡 스타일을 보여, 틈새시장을 노릴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그만큼 팀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비판적 평가를 넘어서고 더 좋은 행보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즈나

7월웹진_이즈나.jpeg © 이즈나 공식 X

이즈나는 CJ ENM과 더블랙레이블의 테디가 합작한 프로그램, <I-LAND2: N/a>로 데뷔한 7인조 걸그룹이다. 엔하이픈을 탄생시킨 <I-LAND>의 후속작, 테디 프로듀싱, <알유넥스트>로 이름을 알린 방지민의 출연 등으로 화제성을 모으며, 앞선 프로그램들보다는 좋은 위치에서 출발했다. 무엇보다 오디션 내내 좋은 성적을 보여준 멤버들이 선발되며, 데뷔 전부터 큰 기대감을 안겼다. 데뷔 전, 신비주의 전략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펼치지 않아 팬들의 불만을 샀지만, 곡 퀄리티가 좋아 뒤늦게 관심을 두는 사람도 많았다.


우선 이즈나의 콘셉트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당찬 자신감과 확신으로 나아가는 팀이다. 따라서 당당함,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등은 이즈나의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콘셉트 자체만 두고 보면 큰 특이점을 느끼긴 어렵다. 데뷔 앨범을 제외하고 전부 싱글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세 개의 앨범을 발매했음에도, 이즈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키워드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이는 정체성의 모호함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니멀한 비트 속 절제된 매력이 느껴지는 깔끔한 음악으로, 나름의 소구 포인트를 만들어 내고 있다.


https://youtu.be/wLKpQpC3-Sw?si=U-3E3NrIufaLFjTQ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 앨범인 《BEEP》은 평소 보여주던 세련된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통통 튀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려내 의외성을 준 곡이다. 전작 〈SIGN〉이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영향으로, 음악적으로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 비주얼적으로는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취한 듯한 모습이다. ‘그때마다 유행하는 장르, 듣기 좋은 음악으로 승부 보기로 정한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 정체성이 모호한 이즈나에게는 성장을 위해 내디딘 도전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즈나가 더욱 주목받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과제가 남아있음은 변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즈나는 테디 프로듀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돼 있어, 아무리 좋은 음악을 들고 와도 블랙핑크, 미야오 등 테디표 걸그룹들과 비교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더 기획적인 측면이 중요한 팀이기도 하다.


7월웹진_이즈나1.jpeg © 이즈나 공식 X


이즈나는 비주얼과 실력, 어느 면으로 보나 우수한 멤버들이 속한 팀이다. 데뷔곡부터 임팩트를 만들어 내며 흥행가도를 달리는 팀들과 비교했을 때, 다소 느린 성장세라고 느낄 수 있지만, 한방을 만들어 낼 잠재력은 충분하다. 다행히 이즈나는 프로젝트성 그룹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만하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언젠가는 방향성을 잡을 것이라 믿기에, 이즈나의 성장통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이제는 프로젝트성으로 활동하는 팀들마저 프로그램에서 얻은 인기만으로는, 가요계를 긴장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활동 기간이 늘어난 만큼, 확실한 콘셉트 구축은 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되고 있다. 아홉은 데뷔 앨범을 소개하며, “이제는 데뷔만으로 특별해지지 않는 시대가 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하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지금, 데뷔 이후의 여정이야말로 진정한 서막일지 모른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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