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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 FEATURES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자꾸만 듣고 싶네

| Writer. 담다디

by 아이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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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왜 그럴까 조금 촌스러운 걸 좋아해”


아이유의 타이틀 곡 〈Palette〉에서는 이런 가사가 등장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촌스럽고, 구차해 보이는 것을 아이유는 트렌디함으로 소화해 내는 능력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14년에 걸쳐 나온 앨범 시리즈 《꽃갈피》다. 꽃갈피는 본래 존재하던 단어가 아니다. 책갈피처럼 끼워진 꽃이나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는 것처럼 요즘 청년 세대에서 잊혀 가는 아날로그 감성을 다시 찾아낸다는 의미에서 아이유가 새롭게 파생시킨 단어다. 《꽃갈피》는 아이유의 아날로그 감성을 관통하는 동시에 그 시절의 추억과 감성을 현시대 청자들에게 선물하고자 제작된 앨범이다. 그렇기에 앨범 시리즈 전반을 살펴보면, 아이유는 다양한 방식으로 옛 세대의 곡을 이용해 전 세대를 관통하고 있다. 이것이 아이유의 《꽃갈피》 시리즈가 더 특별한 이유다.

2014년 처음으로 스페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발매한 아이유는 2017년에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을 발매했다. 그로부터 약 8년이 지난 2025년,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성공적으로 그녀는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을 세상에 깜짝 등장시켰다. 드라마의 감성을 고이 이어오는 앨범은 단숨에 멜론 차트를 장악하며 그 화제성을 입증했으나, 이전 앨범과 비교했을 때 음악성은 떨어진다는 평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쯤에서 우리는 그녀의 아날로그 감성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각 앨범은 비슷한 듯 보이면서도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아이유는 현세대 대중에게 레트로 감성을 전하기 위해 어떠한 전달 방식을 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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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첫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곡의 재창조와 이전 세대와의 연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곡을 부른 가수들과의 협업이 빈번했고, 곡의 스타일 또한 발매된 시기인 8090의 감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너의 의미〉는 편곡과 피처링 과정에서 원곡을 부른 산울림의 김창완이 참여했고, 〈꿍따리 샤바라〉에서는 클론이 내레이션으로 피처링에 참여했다. 또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부른 가수 김완선은 앨범 티저에 등장해 아이유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름밤의 꿈〉의 작곡가 윤상이 편곡에 참여하고, 〈나의 옛날이야기〉의 원곡자 조덕배가 아이유의 음원을 먼저 듣고, 조언을 해주는 등 첫 리메이크 앨범에서 원곡자들과의 협업은 엄청난 빛을 발했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리메이크 앨범이기에 원곡성을 좀 더 부각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이는 곡을 완전히 재해석한 단계가 아닌, 곡을 재창조해 당시의 아날로그 감성을 돋보이게 만든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앨범 티저에서는 당시 유행했던 디스코 클럽을 배경으로 하며, DJ에게 쪽지로 곡을 직접 신청하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타이틀곡 〈나의 옛날이야기〉 뮤직비디오에서는 필름 영사기라는 매개를 사용하고, 영사기가 돌아가면서 보이는 최우식 배우를 통해 아이유가 추억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 활동의 연장선으로 아이유는 소극장 콘서트라는 의외의 선택지를 택하며 청자와 더 가까이 소통하는 것을 택했다. 그때 그 시절의 요소, 콘텐츠를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오고, 이를 전 세대에 전파하는 아이유와 앨범 시리즈는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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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갈피 둘》의 시작은 〈가을 아침〉의 갑작스러운 선공개부터다. 제목에 맞춰 아침 7시에 선공개된 〈가을 아침〉은 가히 가요계에선 신박한 마케팅 방식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무언중에 지켜지고 있는 ‘오후 6시 발매’의 규칙을 어기고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대인 아침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진 청아한 아이유의 보컬은 청자들의 단잠을 상쾌하게 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꽃갈피 둘》은 이처럼 아이유가 보컬에 한 층 더 힘을 준, 재해석이 돋보이는 앨범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대체로 《꽃갈피 둘》에 수록된 곡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인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의 경우 김건모의 소울풀한 목소리와 함께 알앤비 그루브가 특징이고, 〈어젯밤 이야기〉의 경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방차의 댄스곡으로 빠른 비트의 통통 튀는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아이유는 이와 같은 곡들을 어쿠스틱 형식으로 편곡해 곡끼리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했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에 나오는 랩 파트를 싱잉 랩으로 바꿔 아이유 본연의 색깔로 소화하고, 〈비밀의 화원〉과 〈매일 그대와〉에서는 겹으로 쌓은 코러스 부분이 인상 깊게 들린다. 부가적인 요소 없이 모든 곡을 보컬만으로 꽉 채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앨범이다.

여담으로, 해당 앨범에는 당시의 여러 구설수로 인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수록되지 못했다. 아이유 본인 또한 공을 많이 들인 곡이기에 아쉬움을 눈물을 보였다고 할 정도다. 이후 故 김광석의 22주기를 맞아 아이유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헌정 영상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박정민 배우와의 합을 맞춘 뮤직비디오에 더해 깊은 울림을 주는 아이유의 음색은 이 곡이 발매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더 키웠다. 그만큼 아이유의 보컬이 많은 청자에 옛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꽃갈피 둘》은 그 감성을 한층 더 부각해 주는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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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갈피 셋》에서 단연 돋보이는 점은 레트로 감성과 트렌디함의 결합이다. 원슈타인,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와 같은 현세대 트렌드세터 아티스트와 협업해 곡을 재해석했고, 독특한 패드를 많이 사용해 곡을 발매했다. 특히 거의 모든 곡에 깔린 화음은 아이유의 보컬을 강조하고, 곡을 부르며 들어간 연기적 요소는 듣는 청자가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곡을 현세대의 시점에 맞게 개사한 부분도 눈에 띈다. 〈네모의 꿈〉을 레코딩하는 과정에서 아이유는 가사 속 ‘조간신문’을 ‘스마트폰’으로 바꾸는데, 신문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청자들의 일상에 딱 들어맞는 가사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의 타이틀곡 〈Never Ending Story〉는 이미 널리 알려지고, 지금까지도 불리고 있는 곡이지만 아이유의 짙은 보컬과 2000년대 이전의 감성을 유도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곡만큼 다양한 뮤직비디오도 눈에 띈다. 먼저 〈Never Ending Story〉의 뮤직비디오는 한석규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오마주한다. 배우 허남준과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며 남녀주인공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는 동시에 필름 카메라 느낌의 화면 필터로 당시의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네모의 꿈〉 뮤직비디오는 처음 선보였을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네모’라는 곡의 주요 요소에 맞춰 모든 사물과 구성 요소가 네모로 이루어진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잠뜰TV가 참여하면서 어린이와 게임 팬층의 시선을 끈 것도 흥미로운 점으로 보인다. 〈미인〉의 뮤직비디오는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 내내 밝은 모습만 보이는 남자 주인공과 어두운 모습만 보이는 여자 주인공이 가면을 쓰고 다니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가면을 벗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 보게 된다. 빛과 어둠의 조화를 활용하여 곡의 가사를 영상에 녹여내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이처럼 《꽃갈피 셋》은 다양한 영상, 그리고 아티스트와의 협업과 색다른 편곡 시도를 통해 현세대에도 옛날 곡이 생소하게 들리지 않도록 트렌드 함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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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가 《꽃갈피 셋》을 발매한 직후 음악 평론에서는 대개 좋지 않은 평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유가 너무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단지 노래를 잘 부르기만 한다”라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평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꽃갈피》 시리즈는 리메이크 앨범이고, 리메이크는 그 곡을 얼마나 잘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아이유는 앨범 시리즈마다 색다른 곡의 재해석을 선보였고, 그녀의 이름값도 한몫하겠다만 이는 대중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했다. 자꾸만 새로운 것, MZ 감성에 집착해 생긴 음원 시장의 과열 양상이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된다. 전 세대를 관통하고 이들과 공감을 나눈 것, 그것으로 《꽃갈피》 앨범의 역할은 충분하다. 이미 음원 성적이 이를 보증하기도 했다. 앞으로 아이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어갈 때쯤 새로운 《꽃갈피》를 들고 나와 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해 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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