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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2025 K-POP 상반기 결산

| Writer. 러트

by 아이돌레

유난히 어수선했던 한 해가 저문 지도 벌써 6달하고 25일이다. 그간 싱숭생숭한 마음들은 잘 갈무리하셨는지, 그런 와중에도 케이팝은 잘 챙겨 들으셨는지. 필자는 오히려 그런 마음을 케이팝으로 틀어막기도 했다. 괜시리 생각이 많아질 때면 미뤄 둔 신곡도 듣고, 마음이 복잡할 때면 신나는 노래로 머리를 비우면서 상반기를 버텨내고 있다. 이번 결산에서는 이처럼 도피처가 되어 준 7개의 곡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어느덧 결산을 진행한 지도 2년이 되었는데, 정말 죽지도 않고 돌아오지 싶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독 신인 그룹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가장 짧게는 데뷔한 지 100일을 겨우 넘긴 CLOSE YOUR EYES(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데뷔곡 <내 안의 모든 시와 소설은>부터, 작년 여름 <Touch>로 국내 음악 시장을 뜨겁게 달군 KATSEYE(캣츠아이)의 <Gnarly>, 카드(KARD) 이후 8년 만의 혼성 그룹인 ALLDAY PROJECT(올데이 프로젝트)의 <Famous>, 남돌 버전 챌린지로 엄청난 화제성을 모으고 있는 FIFTY FIFTY(피프티 피프티)의 <Pookie> 등 활동 기간이 1년이 채 넘지 않은 그룹의 언급량이 유난히 많게 느껴졌다. 여성 솔로 활동도 기억에 남는다. <28 Reasons> 이후 약 2년 반 만의 컴백이었던 슬기(SEULGI)의 <Baby, Not Baby>나, 수많은 챌린지 영상으로 화제를 입증한 청하(CHUNG HA)의 <Stress>, 그리고 데뷔 6년 만에 첫 솔로를 선보인 예지(ITZY)의 <Air>까지. 다양한 아티스트의 활동이 계속되어 준 덕에 필자는 매우 즐거운 디깅 타임을 가졌다. 때문에 노미네이트를 하는 데에 있어서도 꽤나 애를 먹었다는 말을 전한다. 다음은 <내가 쓰는 2025 K-POP 상반기 결산>의 노미네이트 기준이다.


1. 음반 전체가 아닌 ‘곡’으로만 선발할 것.

2. 일상 생활에서 아무 이유없이 흥얼거리고, 생각나고, 자의로 스트리밍하게 되는 노래일 것.


뒤로 이어질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된 7곡의 감상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입맛에 맞기를 바라며, 아니라면 자신의 입맛을 쉐어해 주셔도 좋다.




Kep1er(케플러) - <Yum>



가장 처음 소개할 곡은 올해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곡이자, 이번 노미네이트 중 가장 속도감 있는 곡이 될 케플러의 <Yum>이다. 이 곡은 4월 30일에 발매된 케플러의 일본 EP 1집 앨범 [AGAINST THE WORLD]의 타이틀로, 7인조 재편 후의 첫 일본 컴백이자 일본에서는 다섯 번째 신곡이다.

사실 이 곡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원래 케플러의 일본 곡(<Wing Wing>, <I do! Do you?>)을 좋아하긴 했지만, 발매가 되자마자 찾아서 듣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곡을 처음 들은 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두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Yum>이라는 곡은 속도감과 더불어 독특한 사운드가 2분 30여초간 끊이지 않는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신나는 노래로 머리를 비운다고 했던가. 이 노래는 그것의 대표 격이다. 초장부터 중독성 넘치는 훅으로 시작해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벌스와 프리코러스를 모두 해치우고 코러스로 넘어간다. 케플러 멤버들의 보컬이 빠른 BPM을 등에 업고 날아다닌대도 과언이 아니다. 킥으로 꼽고 싶은 부분은 단연 “Keep on moving” 파트다. 코러스가 시작되기 직전 읊조리는 한 마디는 다가올 후렴을 예고라도 하는 듯 3박자 남짓한 시간에 치고 빠진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구성이 미쳤다고 할 수 있다.

<Yum>이라는 노래는 지난 3달 동안 완벽한 도피처가 되어 주었다. 150초 간 뇌와 귀에 도파민을 쉴새없이 선사해 준 <Yum>을 가장 먼저 소개하며, 다음 노래로 넘어가 보겠다.




P1harmony(피원하모니) - <Work>


*위 영상은 편집된 음원으로, 완전한 음원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듣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다음은 5월 8일 발매된 피원하모니의 미니 8집 앨범 [DUH!]의 마지막 6번 트랙인 <Work>다.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한 마디 하고 시작하겠다. 이 노래도 미쳤다. 감히 그리 말할 수 있다.

앨범 티징에서부터 미친 곡이리라 예상은 했지만, 마스터링본을 들으니 감동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가창자의 보컬이 비트처럼 들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깔린 사운드만 따지면 꽤나 미니멀해 보이는데, 중간중간 들어가는 추임새나 음계보다 강약에 목적을 둔 듯한 가사들이 비트감을 배가시킨다. 이는 넓게 보면 피원하모니의 음악에서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Stack it up, light up”나 “Up, up like a Jump, jump like us Turn up like a” 부분은 작곡을 맡은 종섭의 특기인 언어유희와 파열음 응용이 돋보이는 구간이다. 소울의 보컬을 유독 잘 사용하지 않았나.

이 노래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곡은 Ke$ha의 <TiK ToK>이었다. 그러나 작곡가인 종섭 본인은 Charli xcx의 곡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라이브 방송에서는 가이드 버전을 들려주며 곡이 더 짧았어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필자도 정말 공감하는 바다. 벌스와 코러스의 구분이 불분명한 곡인 만큼 러닝타임마저 정형을 벗어난 것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아무튼 간에 좀 특이하다, 이 노래가. 그런 노래를 찾는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한다.




ARrC(아크) - <nu kidz>



다음은 2월 18일 발매된 아크의 <nu kidz>다. 당시 힙합이 가미된 타 그룹의 곡을 자주 듣던 차라 비슷한 곡을 찾다 보니 아크의 <dummy>까지 듣게 되었다. 그 길로 아크의 발매곡을 전부 들었었는데, <nu kidz>는 그 중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갔던 곡이다.

오피셜한 곡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곡은 신디사이저와 베이스 킥이 강조되는 동시에 곡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메트로놈을 연상케하는 사운드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러닝타임 내내 빠지지 않고 이어진다. 독특한 사운드의 연속이 개인적으로 좋아한 더 폴리스의 <Synchronicity 1>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nu kidz>에는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두 곡과는 달리 조금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미쳤다, 찢었다’ 같은 과격한 표현보다는 손이 많이 가더라는 감상이 더 어울리는 곡이다. 그렇다고 이지리스닝 곡이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이지리스닝이 가지는 특성과는 전혀 다른 비트감을 가지고 있다. 비록 전문적인 음악에는 문외한인지라 명확한 이유를 짚기는 힘들지만, 내외적으로 바라는 자극이 상충할 때 듣기 좋더라. 예를 들면, 현대인이라면 모름지기 귀는 심심한데 속은 시끄러울 때가 있지 않나. 뭐라도 들을 것이 필요한 때가 말이다. 그런 현대인의 특성을 잘 파악한 곡이 아닌가 싶다.




ARTMS(아르테미스) - <Burn>



다음은 4월 4일 발매된 아르테미스의 첫번째 싱글 <Burn>이다. 지난 <Dall> 앨범도 워낙 잘 들었던지라 신곡이라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알고 보니 작편곡 및 작사 전부에 모노트리가 있더라. 과연 황현 그는 신인가.

묵직한 베이스로 시작되는 노래는 그 위에 다른 어떤 사운드보다도 가창자의 보컬이 가장 먼저 얹어진다. 청자의 귀를 시끄럽게 하는 것은 겹겹이 쌓이는 사운드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베이스를 제외하고 제일 먼저 들리는 것이 보컬이라는 점에서 곡의 진입장벽을 한껏 낮춘다. 그리고 이어지는 멜로디 또한 강하지 않다. 특정 음역대를 넘어서면 대부분 가성에서 반가성을 오가는 멜로디가 “어지러 두번째 날개“, “날 자꾸 날아오르게”와 같은 가사와 만나 외려 성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Burn>의 포인트는 저음역대의 코러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후렴에서 톤을 확 낮추는 강약조절이 곡의 묵직함을 잡는 동시에 터닝포인트가 된다. 사견을 얹어 보자면 이런 식의 구성이 취향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Burn>의 첫인상은 기존에 아르테미스에게 기대하던 음악색과는 많이 먼 노래였다. 신기한 것은, 분명히 처음 보는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긍정적으로 다가오더라. 아르테미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느낀 곡이었다.




츄(CHUU) - <Je t’aime>



다섯 번째 곡은 4월 21일 발매된 츄의 EP 앨범인 [Only cry in the rain]의 네 번째 트랙, <Je t’aime>다. 필자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중 애플뮤직을 가장 애용하는데, 이 곡을 보고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애플뮤직에 ‘Je t’aime'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케이팝에는 <Je t’aime>라는 이름을 가진 곡이 이미 숱하게 있다. 유명하게는 해이의 <Je t’aime>가 있을 것이며, 이를 리메이크한 조이의 <Je t’aime>도 있고, 오마이걸의 <Je t’aime>도 있다. 세 곡 전부 적지 않게 들어 본 입장으로써 ‘같은 곡명 하에 이들과 다르게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가창자가 ‘츄’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이미 많은 <Je t’aime>와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 도대체 같은 이름으로 어떤 곡을 가지고 왔길래 발매가 되었나. 그런데 츄는 이걸 해냈다. 곡 소개에 앞서 오래 빌드업을 쌓은 이유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다. 쥬뗌므! 너는 쥬뗌므 중에 최고야….

빈티지한 기타 사운드가 주가 되는 츄의 <Je t’aime>는 베이스 대신 나긋하게 깔리는 기타 소리에 츄의 보컬이 녹아들어 가사를 듣기도 전에 마음 한 켠에 와닿는다. 귀 기울여 듣는다면 곡 전반에 ‘Je t’aime’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사랑 고백의 빈도가 과하지 않나, 하면서도 동시에 그 부분을 들을 때마다 '말하듯이 부르는 보컬'이라는 관용구를 완벽히 이해하게 된다. 츄라는 보컬리스트의 실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ENHYPEN(엔하이픈) - <Helium>



여섯 번째는 6월 5일 발매된 엔하이픈의 [DESIRE : UNLEASH] 5번 트랙인 <Helium>이다. 처음에 <Helium>을 듣고선 애니메이션 OST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배경에 깔리는 비트의 박자감도 그렇고, 화려한 사운드들에 비해 전체적인 멜로디가 단순하게 반복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결코 심심한 노래는 아니다. 팝 락 장르의 <Helium>은 '사랑할수록 점점 더 너로 가득 차 아찔하게 하늘로 떠오르는 듯한 기분을 박진감 넘치는 트랙 위로 스릴 있게 표현'했다는 곡 소개처럼 속도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후반부에 다다라서는 F1 트랙에서나 들릴 법한 레이싱 사운드가 가미되면서 질주의 뉘앙스를 더한다.

이전 결산에서 필자의 취향이 애니메이션 OST 같은 케이팝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같은 코드를 공유하는 독자라면 엔하이픈의 <Helium>도 슬쩍 추천해 보고 싶다.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페이드 인/아웃을 반복하며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이 곡을 추천해 준 아이돌레의 ‘힐리움 엠버서더’의 추천사로 마무리하겠다.

“엔하이픈이 가진 두 대의 일렉: 제이의 기타와 희승의 보컬로 내달리는 SF적 세레나데”




Xdinary Heroes(엑스디너리 히어로즈) - <George the Lobster>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3월 24일 발매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미니 6집 앨범 <Beautiful Mind>의 6번 트랙 <George the Lobster>다. 통칭 ‘가재’라고 불리는 이 곡은 앨범의 트랙리스트가 공개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슈퍼밴드2 출신인 황린이 작편곡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필자는 밴알못에 락알못인 터라 그 사실이 얼마나 파급력 있는 일인지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하반기 결산에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LOVE and FEAR>를 소개하면서 오타쿠의 심금을 울리는 가사가 눈에 띤다고 짚은 적이 있다. 이번 <George the Lobster> 또한 그렇다. <George the Lobster>의 곡 소개를 보면 ‘이론상 죽지 않는 불멸의 동물 가재. 그러나 영생을 유지 하기 위해 끊임없이 탈피를 반복해야 한다.’라는 대목이 있다. 그에 걸맞게 ‘한계 넘어 세계’, ‘선택 혹은 도태’ 등의 가사 표현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보컬과 만나 생사를 필사적으로 마주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한다. 특히 브릿지에서 3절 코러스로 넘어가는 부분은 어쩐지 처량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이후로 이어지는 기타 솔로가 감정의 고조를 잘 보여준다.

필자는 이 그룹이 가진 음악적 특징 중 한 가지가 곡에 있어 기승전결의 구조를 잘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George the Lobster> 또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특유의 기승전결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가 아닐까.




이렇게 <내가 쓰는 2025 K-POP 상반기 결산>에 랭크된 7곡의 소개가 모두 끝났다. 한 달이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신중히 고민하고, 엄선한 리스트였는데 어떻게 독자의 입맛에 맞았는지 모르겠다. 앞선 리스트에서 아쉽게 빠진 곡으로는 청하의 <Even Steven(Happy Ending)>이나 예지의 <Invasion>, fromis_9(프로미스나인)의 <Like You Better> 등이 있다.

지난 2년 간 결산을 진행하면서 대중의 디깅을 대신하여 쉽게 찾아듣기 힘든 곡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필자가 고르는 곡이 무조건적으로 찾기 어려운 곡은 아닐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직전에 언급한 3곡까지도 찾아들을 만한 곡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때문에 필자는 보다 많은 대중이 폭넓은 케이팝을 향유하고, 디깅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결산 시리즈가 그러한 행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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