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팟은 물을 끓여 솟아 오르는 압력으로 커피가루를 통과하는 방식이니 이를 내려 먹는다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든다.
일회용 커피믹스도 뜨거운 물과 섞어 휘휘 저어 먹으니 이또한 내려먹는다고 표현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부터 끓이고 이미 구워진 커피빈을 핸드그라인더로 갈아낸다. 보온 기능이 있는 커피 텀블러에 작은 플라스틱깔대에 필터종이를 올리고 갈아낸 커피를 쏟아붓는다. 갈아낸 커피가루의 향은 그 자체로 천국의 향이다.
이제 끓인 물을 긴코주전자에 옮겨 담는다.
긴코주전자의 길다랗고 가는 코를 통한 물을 커피가루 위로 붓는다. 살짝 적시기만 한 커피가루를 바라보며 30초 정도 기다린다
나쁜 개스가 나가길 기다린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그저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기대로 좀 기다려 살짝 뿌린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적신 커피가루가 착 가라앉길 기다린다.
이제 본격적으로 커피를 내린다.
살살 작은 원을 그리듯이 물을 부으면서 수량을 조절한다.
긴코주전자를 쓰는 것도 수량조절이 쉽기 때문이다.
조금씩 부은 뜨거운 물은 갈아낸 커피가루 사이를 통과하며 커피향과 맛을 머금고 쵸코렛색 커피물이되어 필터를 통과해 텀블러로 떨어진다.
필터에 있는 물이 점차 까매지면서 투명해진다. 그만 내리라고 하는듯이...
어느덧 텀블러에 커피물이 꽤 고였다.
이제 물은 그만붓고 필터를 들어낸다. 텀블러를 가득 채운 쵸코렛색 커피물이 어서 마셔보란듯이 유혹한다.
어떤 커피가 잘 내려진 커피일까?
난 커피 맛을 잘 모르지만 나만의 기준은 있다.
내가 갈아 필터로 내려진 커피가 그래서 그런 기준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첫째, 차처럼 부드럽워야 한다.
잘 내려진 커피를 입에 한 모금 머물면 쓴 맛은 전혀 없고 차를 마시듯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둘째, 에스프레소와 같이 향은 진하지 않지만 입에 남는 맛은 긴 여운을 준다.
부드러운 커피가 목 넘김을 하고나면 입안에는 그 향과 맛이 떠나질 않고 머문다.
세째, 차갑게 식어도 맛있다.
요즘은 K컵이라는 편하게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기계가 많다. 편한 세상을 살려면 현대인의 바쁜 삶에 비춰보면 인기를 끌만하다. 물만 붓고 작은 커피카트리지하나 장착하고나면 잠시후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민 식으면 쓴 맛이 많다. 내려먹는 커피는 식어도 그 부드러운 맛을 그대로 간직한다.
날 추운 겨울 캠핑을 가면 아침에 일어나서 내린 커피 한잔들고 호호 거리며, 경치를 곁들여 차가운 공기와 함께 한껏 마시는 그 첫모금의 커피가 더욱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