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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연 Dec 17. 2018

[인터뷰] #3. 크리에이티브 테이블 석영 (1)

PROJECT #1 - 여성 공연인 릴레이 인터뷰

2016년 늦가을에 공연되었던 연극 <비 BEA>를 기억하시나요? 몸이 아파 말을 하는 것도, 침대를 벗어나는 것도 힘들지만 내면에서는 마음껏 춤추고 노래하던 ‘비’가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찾아나가는 이야기에 많은 관객들이 함께 미소 짓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했죠. 그런데 혹시, 이 작품 뒤에 1인 제작사가 있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크리에이티브 테이블 석영’의 대표, 석재원 프로듀서는 홀로, 하지만 또 함께,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독립적인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비 BEA>가 그 첫 출발이었고, 연극 <하이젠버그>로 도전을 이어나가던 그녀가 이번엔 젠더 프리 1인 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으로 우리에게 따뜻함을 전하고자 합니다. 매거진 [연]의 세 번째 인터뷰에서는, 석재원 프로듀서를 만나 <내게 빛나는 모든 것>과 크리에이티브 테이블 석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장르와 영역을 불문하고, 공연에 대한 꿈을 계속 꾸며 달리고 있는 그녀. 이 척박한 공연계에서 독립 프로듀서로서, 여성으로서 묵묵히 걸어 나가며 도전하는 모습과 결실을 함께 응원하고 지켜보고 싶어졌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내게 빛나는 모든 것> 공연장 로비 풍경│MAGAZINE YEON ©




Q.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을 선택한 이유
저의 전작들, <비BEA>나 <하이젠버그>도 마찬가지지만 제 작품에는 죽음, 상처, 위로와 같은 키워드들이 항상 들어가요. 누군가의 삶에서 죽음이나 상처가 뒤에 숨겨져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겪음으로써 사람이 성장하고 깊이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또 작품 내에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관객들에게도 생각과 공감의  깊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초점을 맞춰 대본을 찾는 편이에요.
<내가 빛나는 모든 것>을 추천받고 난 후 시놉시스와 해외 리뷰 기사를 먼저 봤어요. 1인 제작사로서 일인극인 것이 현실적인 면에서도 매력적이었고, 무대도 따로 없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아, 좋네!’ 하고 더 찾아보니 제가 항상 생각하는 그런 주제와 맞닿아 있었어요. 이 작품이 <하이젠버그>보다 먼저 계약이 되어서 <비 BEA> 다음으로 예정된 작품이었는데 <비 BEA> – <내게 빛나는 모든 것> 이렇게 나열을 했을 때 그 어감과 연결된 감성이 개인적으로도 좋았고요. 눈물이 나는데 따뜻하고, 아프지만 위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Q. 연습 과정은 어땠는지
저는 번안을 할 때 뭔가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오리지널 공연과 거의 똑같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는 연습 일주일 만에 관객을 연습실로 모셨어요. 매 공연에 새로운 관객들의 참여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공연이고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극인지라 배우들이 대본을 다 외우지 못했을 때에도 대본을 든 채로 관객들 바로 앞에서 진행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배우들이 두려움이 있었어요. 관객이 참여하는 장면에서, ‘만약 양말을 안 벗으면 어떻게 하지?’ 혹은 ‘말을 안 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게 배우들에게는 혼자 풀어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변수들에 대비하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 다른 공연들과는 다른 점이었어요.
‘관객들이 이런 동선으로 갈 수 있구나’ 하면 그때 우리의 동선이 만들어지고. 지금도 매일매일이 새로운 상황이지만 배우들이 관객들과 정말 잘 해내고 있어요.

Q. 어떤 분들이 이 공연을 보셨으면 하는지, 그리고 이 공연을 보시고 관객분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나섰으면 하는지
저는 전 연령대의 관객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혹시나 어린아이들이 지나치게 열심히 참여한 나머지 다른 관객분들께 방해가 될까 우려해서 관람 연령을 중학생 이상으로 정하긴 했지만, 사실 아이들을 위해서도 공연하고 싶어요. 음악이 들어 있는CD 한 장과 사과박스 하나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공연이기에, 도서 지역을 순회하며 공연할 생각도 있고요.
연말이니까, 가족과 함께 혹은 회사 등 어떤 단체에서 다함께 오셔서 소통을 하고 가시면 제일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우리 부장님이, 혹은 우리 엄마가 배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일일 배우가 된 그들이 생생히 살아있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걸 통해서 저 사람을 조금 달리 볼 수도 있고 더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같이 오셔서 함께 공연을 보시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이상이 있었어요. 지금 굉장히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오시고 계세요. 정말 나이와 성별에 따라 표현하는 게 매번 다르거든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Q. 젠더 프리 공연인데, 김진수/이봉련 두 배우 각각의 매력 포인트는 
확실히 성별의 차이도 있고 체격 차이도 있어요. 같은 공간을 (김)진수 배우가 열 발자국 걷는다고 치면 (이)봉련 배우는 뛰어요. (웃음)
봉련 배우가 키가 작은데, 옷은 편하게 입어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팅커벨 (요정) 같은 느낌이 나요.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슬픈 장면이든 기쁜 장면이든 물 흐르듯 담담하게 연기해요. 슬픈 장면에서도, 끝까지 웃거든요. 관객으로서 그런 모습을 볼 때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면이 있어요. 제가 본 어떤 후기에서는, 그녀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봤어요.
진수 배우는 그 만이 잘 하는 장점이 있잖아요. 방송을 많이 했던 분이라서 센스가 정말 좋고 순발력도 뛰어나고요, 사람들을 유연하게 해주고요. 웃음이든, 슬픔이든 그 감정을 하나하나 포착하죠. 그래서 공연하는 본인이 더 많이 울어요. (웃음) 슬픔으로만 둘을 비교하자면 진수 배우는 묵직하게 가져가는 편이고, 봉련 배우는 평범하고 잔잔하게 표현하지만, 울림이 있는 슬픔을 표현하고 있어요.
두 배우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한 배우로 보고 나서 다른 배우도 보고 싶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고, 재관람하게 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Q.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장면이 있으시다면 (※ 공연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장면이 다 좋지만, 저는 극 초반에 엄마의 첫 번째 시도 이후 아이가 아버지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감정적으로 확 빠져들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에는 이 아이의 상상이긴 하지만, 그 일곱 살짜리 아들과 아버지가 주고받는 그 평범한 대화가 상상해보면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이 장면은 부자 관계를 보여주는 진수 선배 공연에서 더 와닿는 게 있어요.
그리고 그냥 “왜?”라고만 반문하라고 말씀을 드리지만 그 역할을 해 주는 주로 나이가 좀 있는 남성분들은 극에 이입되어 감정을 바로 나타내며 “왜?”라고 묻는데 그 솔직하고 순진한 대사가 울림이 커요. 
그리고 극 중 주인공이 애인을 가족에게 소개하고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데, 마지막에 애인을 바라보며 애인이 부른 노래를 주인공이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한 번은 연습실에서 봉련 씨의 상대 배역을 해본 적이 있거든요. 봉련 씨는 뮤지컬도 했고 노래도 되게 잘하는데 이 장면에서는 평범하게 진정성 있게 열심히 부르는데, 뭔가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장면이 봉련 씨가 할 때는 되게 감동적이에요.

Q.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이 어떤 점에서 특별한지
제가 하고 있는 작품들은 아프지만 따뜻하고, 위로와 공감을 이야기해요. 그중에서도 이 작품,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은 특히나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과 연출, 스텝들도 너무 행복해해요. 보여주기 아까운 작품이라는 다소 엉뚱한 평을 하는 스태프도 있어요. (웃음)
어떤 연출님께서 공연을 보시고는 ‘이 공연은 막공 때까지 절대로 죽지 않을, 늘 살아있는 공연’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저는 너무 좋아요. 배우가 아닌 그날 그날 배우를 해주시는 관객들이 들려주는 위로에 대한 이야기들.. 그 살아있는 소리가 주는 파동이 너무 크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관람하시고 위로를 많이 받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힐링극’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살아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살아 있는 것, 내가 눈을 뜨고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 새소리를 듣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을 감각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하루하루고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이 공연을 통해서 관객분들께서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어요.



2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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