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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anky witch Jul 18. 2016

워크래프트의 덕후 세계로 기어들어가다

아.. 메디브 내 스타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법사 캐릭, 최후의 수호자 메디브. Medivh란 이름조차 불릴 때 너무 섹시하다. 지혜를 찾아 여행하고, 고독을 안고 살아가지. 

여자 혼자,

평일 저녁,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보았다.


영화관으로 속속 들어오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남자 여러 명이 많이 보러 왔더라.


워크래프트라는 엄. 청. 난.!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니만큼

영화 관람객들의 대부분이 게임 유저들인 것 같았고,

가끔 남자친구 때문에 반강제로 본 여자들은 분노했다.


(실제로 남자친구가 보자고 해서 본 내 친구들도...)

"내 2시간을 날렸다" "징그러운 오크밖에 안 나오는데 뭘 보라는 거야"라며

겁나 재밌지 않았냐고 공감을 구걸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리포터 지팡이를 자랑하러 회사에 가끔 가지고 다니는,

마법 주문을 외우며 동생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나는

워크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스타는 치트키 몇 번 써서 해보다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접었다..)

왠지 모르는 이끌림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마블 영화를 분석하기 위해 유튜브를 샅샅이 뒤진 전력을 바탕으로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요약한 몇 가지 영상으로 내용을 예습하고

떠.. 떨리는 마음으로 어두운 영화관에 당당하게 앉았다.


솔직히 난 블리자드를 잘 몰랐다.

누군가 "블리자드 알아?"라고 한다면

"한 두 번 들어본 것 같은데? 게임 이름인가?"라고는 할  수 있지만

이곳이 엄청난 세계관을 바탕으로 스타, 워크, 그리고 요즘 대세 오버 워치까지 만들어낸 곳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 양 옆은 다 남자 관람객들.

(뭔지 모를 부끄러움이 있었지만..? 왜지..?)

본격 영화 시작 전,

legendary film 로고 다음으로 나온

디멘터가 다가올 때 온 세상이 얼어붙듯이 

깨뜨리면 큰일 날 것만 같은 단단해 보이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BLIZZARD' 로고를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영화 시작 전 로고만 보고 이렇게 두근거렸던 적이 있을까?

(영화관에서 보는 것만 못하겠지만,

블리자드 로고가 나오는 순간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https://www.youtube.com/watch?v=GrersZHFhH0)


나에겐 이미 이때부터 10점 만점이었다.


유튜브의 유명 게임채널이나 영화 분석 채널들을 뒤져보면,

이번 워크 영화는 매우 쓰레기라는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궁금해서 영어로 검색해봤더니, 난리도 아니다ㅋㅋㅋㅋㅋ억양만 듣는 것도 재밌다.)


그렇지만 언제나..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를 말하는 이상한 한 두 명이 있듯이ㅋㅋ

아주 가끔

생각보다 재밌다거나,

워크를 모르고 봤는데도 넘나 넘나 매우 매우 재밌었다는 온라인상의 익명 동지들도 있었다!(아 뿌듯해)


물론 나도 영화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몇몇 있긴 했다.

보면서

왜 이렇게 러브라인을 급 만들었지? 너무 금사빠 아니야? 라거나,

슉슉 지나가는 스토리에 생략된 듯한 부분이 많이 느껴지긴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영화상의 단점이 보였다 하더라도,

카드가가 안두인 로서를 만난 첫 장면에서

"샤라로스!"를 외치며

눈에는 빛이 나고 손으로 마법의 힘을 보여주는 순간

난 이 영화에 콩깍지가 씌어버렸다.


어떤 말로도 이 영화의 마법 씬들이 나올 때

내가 느끼는 경이로움을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마법 씬이 극도로 유치하다고 평가하는 전문 게임 분석 리뷰어들이 많지만..

난 유치함을 사랑한다.. 원래 유치한 게 가장 재밌는 법)


그래서 두 번 봤다.

원래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라도,

두 번째 볼 땐

좋아하는 장면 이외의 부분에서

잠을 잔다.

(진심 초 꿀잠)


근데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예상되는 다음 장면만 보고 자야지,

이 장면 다음만 보고 자야지,

어? 이다음 마법 나오는데.. 그것만 보고 자야지....


이러다가 끝나버렸다....


막고라-전사들의 respect! 그들만의 엄숙함은 뭉클할 정도로 감동이고,

마지막 씬-쓰랄의 귀여움 폭발하는 선전포고는 2탄이 언제 나오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아..... 2탄은 언제 나오지??

온몸의 피가 마를 것만 같아..


(굴단! 어서 지옥 마법으로 내 생명력을 연장시켜줘!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엌ㅋㅋㅋㅋ)


너무너무 2탄이 보고 싶어서

구글링 검색하고 혼자 난리를 쳐서 알아낸 소식.


워크는 총 3탄으로 제작된다는데,

돈 많은 중국의 큰손들이 영화 만들라고 투자해서

워크 1탄이 나오게 된 거란다.

그래서 미국, 한국의 반응이 아무리 구려도

중국에서 반응이 좋으면 만들 거라고 했다.

----

주변에 덕후 동지도 없이

혼자 날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1탄을

찍는 데에 6개월, CG 작업에 2년 정도(?)가 걸렸다고 했으니,

2탄이 나오는 데에는

감독 정해지고, 시나리오 쓰고, 배우 찾고, 찍고, CG 입히고 다 하면 한 5년쯤 걸리겠지?


그럼 3탄을 만들기 전까지 약 5년이 남았는데...


워크 3탄은 그냥 수억 명의 '영화 관람객', 그냥 one of them이 아니라

워크 3탄의 제작에 어떻게든 기여해보고 싶다.'


이렇게 나의 워크 제작자 무리에 끼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But, 아직은 잘 모르겠다.


현재 난 회사에서 재무 일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워크 제작자에서 투자나 재무 이런 부분을 맡기는 싫은데..

그 멋지고 재밌는 오크와 마법세계를 코 앞에 두고

현실적인 돈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건 너무너무 X100 싫다.


오크를 연기해볼까?

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대본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

.....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나는 어떤 능력을 키워서 워크 3탄의 제작에 기여할까?




요새는.. 이걸 생각하는 게 내 삶의 낙이다.

(이게 덕후의 삶인가)


아.... 일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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