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마법사
변화를 목적으로 무작정 다이어리를 사고, 시간 관리 어플을 사용하고, 캘린더를 빼곡히 채웁니다. 이번에는 저번과는 다를 거라는 마음으로 모장하고 호기롭게 하루를 출발합니다. 쓰고 쓰기를 반복하고, 빼곡히 채우는 다이어리를 보면서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실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합니다.
데일리 리포트를 쓰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하루를 쓰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데일리 리포트는 자신의 모습에서 다른 존재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투에서 이기려면 정확한 전략과 제대로 된 전술이 필요합니다. 전략은 목적의식이고, 전술은 목적의식을 수행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목표를 위한 전략이 '하루하루 일과를 쓰는 것'이면, 전략을 뒷받침하는 세심한 전술을 세워야 합니다. 평균적인 사람은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전술이 필요합니다. 처음 데일리 리포트를 시작하는 사람은 전략만 있고, 전술이 없습니다. 어떤 전술이 먹힐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멘땅에 헤딩하며 고치고 또 고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의욕을 잃고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해 새로운 계획과 결심을 하지만, 6개월 이상 지속하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목표를 이루는 사람은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1) '데일리 리포트 작성'이라는 전략을 세웠다면, 그다음은 '어떻게'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한 나라를 이끄는 왕이 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습니다. 그중 현재까지 내려오는 국가 통치법은 정치학이나 경제학이 아닌 통계학입니다.2) 심지어 대학 문과계열 학과는 통계학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 나라야?
외국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요? "한국인이 사는 나라"라는 답변은 우유에 물을 탄 듯한 밍밍한 답변입니다.
한국은 동아시아에 위치한 중국과 일본에 근접해 있는 인구 5천만 명이 살고 있고 개인 GDP가 3만 불이 넘는 나라야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통계자료를 근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통계를 적용하면 신뢰가 생기고, 의견에 필요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통계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데이터의 핵심은 크기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여태까지 못 했던 분석을 하고 정확도가 높은 예측을 해야 합니다. 통계는 필요한 통찰을 제공해주고,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입니다. 데이터를 옳바로 사용하려면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의 연관성을 찾고, 통찰을 꿰뚫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수치 없이 세계를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3) 통계를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하는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벤져스 최강 빌런 타노스는 타이탄 행성 출신입니다. 타노스는 인구 절반을 무작위로 제거하자는 주장을 했지만, 타이탄 행성인은 거부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자 자원이 고갈로 인해 폐허가 되고 결국 멸망합니다. 타노스는 인구 과잉을 멸망의 이유로 받아들였고, '우주를 구하기 위해 인구 절반을 제거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인피니티 스톤을 사용합니다.
이 표는 인류가 농사를 시작한 B.C. 8000년 이후의 세계 인구 증가를 보여줍니다. 500만 명(한국 인구의 10%)이었던 인구는 1만 년 동안 천천히 증가해서 1800년에 10억 명이 됩니다. 1930년에 세계 인구는 20억 명이었습니다. 불과 130년 만에 또다시 10명이 증가한 거죠. 그 후 2020년 현재, 세계 인구는 76억 명입니다. 100년도 안 되는 기간에 56억 명이 증가했습니다.4)
이 속도라면 2,100년에는 세계 인구가 140억 명까지 증가하지 않을까요? 2020년 기준, 한 해 동안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의 양보다 1.75배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5) 지금은 미래 자원을 끌어다 사용해서 살아갈 수 있지만, 빚쟁이가 파산하듯 결국에 무너질 것입니다. 하물며 2,200년에는 현재의 2배가 되는 인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노스처럼 인구 절반을 없애야 할까요?
이 그래프는 1800년부터 현재까지 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수를 나타냅니다. 1800년은 평균 6명을 출산했지만, 2000년에는 2.5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평균 출생아수도 계속 증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1800년 이전까지는 6명을 출산해서 평균 4명이 죽었습니다. 단 2명만 다음 세대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또 6명을 낳고, 그중 2명이 부모가 되었습니다. 대를 이으려면 우선 많이 낳아야 했습니다. 20세기 이후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수명이 늘어난 것이죠. 극빈층에서 벗어나면서 6명 중에 평균 2명 이상이 살아서 다음 세대의 부모가 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가족 단위로 농사를 지을 일도 없어지고, 유아 사망률도 떨어져서 많이 낳을 이유가 없어집니다.6)
유아 생존율이 높아집니다. 여성들이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남은 시간에 여성이 교육을 받습니다. 글을 깨닫고 문맹에서 벗어납니다. 정보를 얻어 피임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잘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자녀 수가 적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이미 연간 출생아 증가는 멈췄습니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던 시기가 지났고, UN은 2100년 세계 인구는 110억 명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타노스가 인구 증가를 염려해서 인구 절반을 날려버린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인구가 증가되는 이유를 통계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극빈층 탈출이 늦어질 때 인구는 단지 늘어납니다. "인구의 절반을 사라지게 해 주세요"는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길 때 "아동 사망률을 점진적으로 낮추기 위해서 극빈층이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를 외쳐야 했습니다.
통계는 정치적 이유로 곧잘 극적인 방식으로 이용됩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귀중한 수단입니다. 한 나라의 왕이 되기 위해서는 통계학을 알아야 합니다. 하물며 "나"라는 나라의 왕이 되고자 한다면 내 삶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를 내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시각화해서 분석해야 합니다. 잘한 일이 있다면 자신을 칭찬해 주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인생에 적용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한 가지 전술을 획득하셨습니다. 나를 변화시키려는 목표를 이루려면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전술을 익혔습니다.
왕복 8차선의 큰 도로가 있습니다. 고속도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도로에 기계를 하나 설치하려고 합니다. 목표는 길이 막히는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기계는 "자동차가 몇 대 지나갔는지"만 카운트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기능은 없습니다.
차가 많이 지나간 경우가 길이 막힌다는 뜻일까요?
차가 적게 지나간 경우가 길이 막힌다는 뜻일까요?
정답은 '차가 적게 지나간 경우가 길이 막힌다는 뜻 일수도 있다'입니다. 10초 동안 카운트할 경우, 10초 동안 차가 많이 지나갔다는 의미는 '길이 막히지 않는다'입니다. 하지만 '차가 적게 지나갔다'는 의미는 길이 막혀서 차가 적게 지나갔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 '도로에 차가 없어서 차가 적게 지나갔다'는 의미도 됩니다.
도로가 막히는지 알고자 했다면, '지나가는 차량 대수'와 '차량의 속도'도 함께 알아야 합니다. 중요성을 오판하지 않으려면 '하나의 숫자'만 가지고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7) 데이터가 하나라면, 반드시 하나 더 요구해야 합니다. 그 데이터와 비교할 다른 데이터가 꼭 필요합니다.
하나의 수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믿으면 절대 안 됩니다.
우리의 데일리 리포트 챌린지 명칭은 '시간의 마법사'입니다. 팀원분이 아주 멋진 이름을 지어주셨죠. 시간을 마법처럼 늘릴 수 있는 방법. 시간을 매력적으로 사용하는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팀원들 모두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데일리 리포트 챌린지'를 시작했을 당시 우리는 단 하나의 숫자만 있었습니다.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 입력하고, 점수를 입력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루 점수를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하루를 점수로 치환해서 결과를 안다고 하지만, 점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네' 정도만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점수와 비교할 다른 데이터가 필요했고, 하루를 채점하는 방식을 변경하고 또 다른 데이터를 산출했습니다.
우선 몰입도와 시간관리 매트릭스(우선순위)를 적용했습니다. 하루를 점수로만 표시하는 게 아니라, 무엇(액티비티)을 했는지, 액비티비당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액티비티를 할 때 얼마나 몰입했는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몰입도와 우선순위는 어떻게 변했는지를 도표화했습니다. 무엇이 필요한지가 아닌,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결과 하루에 무엇을 했는지, 몰입은 했는지, 우선순위는 어땠는지를 작성하면 아래의 통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리포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를 활용한 데일리 리포트는 흩어져있던 내 삶의 하루하루 정보를 모아 통계로 보여주고, 그것을 기반으로 피드백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데일리 피드백 통계 데이터를 근거로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하루 점수가 81.5점이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점은 대학생 때 평점을 생각하면 됩니다. A를 받는 학생들은 무지막지하게 공부를 하잖아요. 제가 기입하는 몰입도의 점수가 짜서, 평점이 B가 나왔다면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았습니다. 아침 7시 5분에 일어났고, 낭비한 시간은 45분입니다. 점수를 받고 데일리 리포트를 보니 자기 전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었더라고요. 이렇게 낭비하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 핸드폰을 거실에 놓고 알람시계를 사용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몰입도는 10점부터 1점까지 다양합니다. 몰입도가 1점이었던 액티비티는 뻘짓입니다. '자야 하는데... 유튜브 보면 안 되는데....' 생각을 했기 때문에 뻘짓 몰입도가 떨어졌습니다. 다음에 뻘짓을 하더라도 그 시간을 최대한 즐겨야겠습니다. 하지만 뻘짓을 안 하는 게 가장 좋긴 하겠죠.
시간관리는 대체로 잘 되었습니다. 중요하면서 긴급한 일 A가 73%,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B가 18%,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이 5%입니다. 우리는 A항목만 할 수 없습니다. A항목만 하게 되면 고무줄을 길게 늘이는 것과 같습니다. 항상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결국 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데일리 리포트를 쓰면서 느꼈던 가장 이상적인 시간 분배는 A 70%, B 20%, C 10%입니다.
업무시간이 10시간 10분이었습니다. 하루에 42.4%를 업무에 투자한 거죠. 저는 마술업을 합니다. 마술공연과 마술학원이 주요 수익원입니다. 코로나 직격탄이 떨어져서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피벗팅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업무에 할당하는 시간이 30%였지만, 지금은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서 42.4%가 적당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버닝은 몸에 좋지 않으니 몰입도를 높여 업무 시간을 줄이도록 해야겠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액티비티는 독서, 공부, 운동입니다. 잠은 7시간을 잤고, 몰입도는 80%입니다. 무난합니다. 공부는 15분 했고, 이 때 몰입도는 좋았네요. 하지만 독서와 운동은 하지 못했습니다. 뻘짓을 했던 45분을 독서나 운동시간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오늘 하루 얼마나 조화로웠을까요? <인생 점수(LifeScore) - 몰입도 기준>을 보면 지식, 취미, 직업, 신체, 수면은 8점 이상입니다. 기타에서 5점으로 찌그러졌습니다. 기타란이 뻘짓 액티비티와 이동 액티비티입니다. 회사 출. 퇴근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운전만 했습니다. 강의를 라이도처럼 청취하면서 출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네요. 운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습니다.
통계를 활용하면, 적기만 했을 때와 단순히 점수 하나만 받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몰입과 시간관리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후회해야 합니다. 후회는 정보입니다. 실수를 했기 때문에 후회를 할 수 있습니다. 후회를 해야 반성을 하고, 나중에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후회는 단지 후회로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실수를 한 순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고, 자극해야 합니다.8)
하루 일과를 추적하는 건, 간단히 보이지만 전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해 보셨으면 합니다. 목표가 변화라면, 작은 성취를 맛봐야 합니다.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를 해내면 '아.......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더 큰 꿈을 꿉니다. 하루를 기록하는 작은 습관이 쌓인다면 "나는 이걸 해내고 싶어"에서 "나는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로 정체성이 변합니다.
또 다른 변화를 만들며 자신의 역사를 바꿔보세요. 이게 시작입니다. 이 한 마디를 할 수 있으면 변화를 위한 출발점에 달릴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내가 이 정도 힘든 걸 해 냈다면 더 큰 일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제 오픈 채팅방 링크를 아래 남겨놓겠습니다. 데일리 리포트 챌린지가 궁금하시면 톡 주세요.
※ 시간의 마법사(데일리 리포트 챌린지)는 2020년 12월까지 무료로 진행된 후, 2021년 1월을 기점으로 유료로 전환됩니다. ※
※ 참고문헌 ※
1) 마이클 하얏트 저,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안드로메디안, 2019, p.6
2) 조승연, <강대국을 만드는 통계의 역사>, 유튜브, 2020
3)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저, <팩트풀니스>, 김영사, 2019, p.185
4)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저, <팩트풀니스>, 김영사, 2019, p.117
5) 타일러 라쉬 저,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20, p.27
6)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저, <팩트풀니스>, 김영사, 2019, p.126
7)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저, <팩트풀니스>, 김영사, 2019, p.185
8) 마이클 하얏트 저,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안드로메디안, 2019,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