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면 울리는

by 단정

<2023/5/31 아침의 전말>


04:00

번뜩 잠에서 깨자, 휴대전화를 만지작만지작하다 출근해서 후회하지 말자며 내려놓고 눈을 꼭 감는다.


05:00

까무룩 다시 잠이 들었다.


희미하게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잠결에 ‘오늘이 무슨 날이던가…?’생각.


06:42

삐이-삐이-삐이-

삐이-삐이-삐이-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집어 들며 ‘어디 지진이라도 크게 났나?’ 생각


다짜고짜 대피하라는 안내에 눈을 비비적비비적.


‘나 혹시 지금 안전불감증처럼 굴고 있나?’


번뜩 그런 생각이 들자 몸을 일으켜 외출복을 주섬주섬 갈아입는다. 여전히 비몽사몽 중이니 침대에 털썩 드러누워 잠시 잠이 들까 하다가 다시금,


‘나 지금 안전불감증인가?’

자문한 후 포털사이트를 켰다.


접속이 안 된다.

퍼뜩 공포심이 몰려온다.


본가로 내려가는 기차표(2시간 후)를 예매.


다시 포털에 접속했더니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노발대발 중.

푸흐-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을 내뱉고 그대로 눈을 감는다.


삐이-삐이-삐이-

악!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으로 눈을 떠 휴대폰을 노려본다.


실눈을 뜨고 바라본 것은 5월 마지막 날 아침 일련의 헤프닝은 하나의 희극이었다는 마무리 인사.



숙취와 피로와 젖은 머리에 달린 물방울을 주렁주렁 매달고 출근하는 길. 누구를 원망할까, 고작 20분 덜 잤다고 나라를 원망하기엔 좀 그런가, 생각하다가 아니지, 아니지? 그 20분간 기차표를 예매할 정도로 나는 심각했다고? 게다가 취소 수수료도 2300원을 날렸고, 덕분에 이래저래 피로감이 쌓였으니 원망해도 충분한 것 같은데? 점잖은 척했지만, 실은 거대한 짜증을 마구 분출했음을 숨길 수는 없겠다.


코로나 이후로 재난 문자를 꺼두었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쓸데없는 상상력만 사뭇 풍부한 나는 실낱같은 가능성일지라도 혹시 모를 재난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알림을 집중해서 읽어두는 편이다. 타인에게,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에게 일어났던 다양한 재난 혹은 참사들을 지켜보며 지독한 안전불감증을 자존심 부리듯 꼿꼿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척이나 한심한 짓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여전히 하루를 삼킨 피로 속에서 생각한다. 그래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지?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생각보다 내가 침착하다는 조금은 놀라운 사실도 깨달았지? 큰일이 나도 세상은 잠시 조용하니까, 그때 차근히 움직여야겠다는 사실을 배웠지?


여전히 투덜거리는 마음으로 다짐한다. 양치기 소년이 몇 번을 달려오든 여전히 달려 나가는 조금은 멍청한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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