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외에 잘 모르는 건 당연해요.
육아를 하다 보면 대중매체와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물론 가끔씩 시간이 생기면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어렵게 짬이 생겨 보게 되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아이와 관련된 것들이 차지하기 일쑤다. 아이가 우유를 잘 안 먹었는데 소화가 잘 안 되는 건 아닌지 낮잠을 재우기까지 너무 힘들었는데 좀 더 쉬운 방법은 없는지 짬이 생기기 전까지의 육아를 회상하며 이것저것 찾다 보면 귀하디 귀한 우리의 짬은 눈 깜짝할 새 사라져 버린다.
물론 이렇게 경험과 교육을 통해 우리는 육아와 관련하여 전문가가 되어가지만 반면에 세상과는 점점 멀어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 코로나 백신이 한창 나오던 시절이었는데 얼마나 속세 아닌 속세에 있었는지 얀센이라는 백신이 나왔는지도 몰랐고 백신 접종 대상자였지만 내가 알았을 때는 이미 한참 늦은 뒤라 접종할 수 없었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외 수능 같은 국가 이벤트도 언제 진행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살다 보니 내가 정말 이러다 세상과 단절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렸을 때 TV 드라마에서는 보통 아버지들이 어머니들에게 세상 물정도 모른다고 타박하는 장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육아를 비롯하여 모든 가사를 해내야 하며 만약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면 하루에 세끼를 준비해야 했다. 물론 그때는 지금은 필수품이 되어버린 건조기나 식기세척기 같은 것들도 없었으니 세상이 돌아가는 걸 알고 싶어도 시간이 여의치 않을 수밖에. 그리고 집안일을 마친 후 시간이 생긴 어머니들은 당연히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셨을 거다. 지금의 우리들이 킬링 콘텐츠로 힐링을 하듯이.
지인 중 의사인 친구들이 몇 있는데 이들은 본인들 분야에서 그 누구보다 전문가이지만 다른 일반 직종의 친구들에 비해 새로운 문화나 이슈 등에 모르거나 늦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은 무시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을 커리어 측면에 있어서 전문가라고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육아를 하는 엄마 또는 아빠는 육아와 관련해서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세상 돌아가는 것 좀 모를 수 있지 않을까?
육아를 하는 것 또한 나는 하나의 전문 직종이라고 생각한다.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육아를 하지 않는 사람들 혹은 적게 하는 사람들에 비해 비해 더 많이 알고 더 능숙하게 육아와 관련된 과업들을 빠르게 처리해 나간다. 그리고 더 나은 육아를 위해 책도 보고 콘텐츠도 찾아보고 심지어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까지 교류한다. 육아와 함께 더 나은 육아를 위한 연구를 병행하면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면 충분히 한 분야의 전문가인 셈이다.
나의 배우자가 혹은 육아를 하는 누군가가 더 나아가 육아를 하고 있는 스스로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무시하거나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육아 외에 잘 모르는 건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누구보다 육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의 배우자를 또는 자신을 하나의 전문직으로 인정해 주고 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훌륭한 인적 자원을 잘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대한민국의 인적 자원 양성 전문가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