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소파 (2부작)

by Sundance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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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고 난 후 주요 가구 쇼핑이 시작되었는데, 아래 3개의 가구가 가장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

1) 소파 2) 침대 3) TV 모니터


사실 이전 집에서 나는 이 세 가지 모두 없이 살았었다. 그냥 바닥에 가벼운 매트리스를 놓고, 영상이나 영화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컴퓨터 모니터로 보고, 명예로운 아시아인답게 눕고 싶으면 그냥 딱딱한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더랬다. (허리에 좋고, 낭만적이다.)

이 사실에 몇몇 우물 안 개구리 현지인들은 기겁하기도 했다. 그렇게도 살 수 있단 말이야?! 소파는 꼭 필요해! 소파 없는 사람 처음본다. 소파 옮기는 데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등등 매우 '청소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사실 또 그 아무것도 없이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나는 내 영혼에 꼭 들어맞는 완벽한 소파라는 환상에 현혹되어 장장 대서치를 시작했고, 주변 모든 이들이 내가 소파를 찾는 것을 알고 나를 보면 소파 토픽이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고 내가 소파에 대해 설명하는 3분짜리 스피치를 담은 녹음기를 목에 달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할때 쯤 - 나는 마침내 내 운명같은 소파를 고르고 주문하고 선택의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소파 모듈 & 패브릭까지 내가 선택해서 주문해서 소파 제작이 2-3개월이 걸렸기에 주문을 해놓고 이사날까지 잊고 있었다.




~전쟁의 서막~

의미심장한 복선, 혹은 어리석음이 지나쳐버린 현명한 조언.


이사 몇 주 전, 최근에 결혼하고 이사한 독일인 동료와 커피를 마시는데 동료가 얘기를 하나 해 주었다.


자기가 소파를 시켰는데, 소파가 엘레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서 소파를 돌려 보내고 몇 개월 후에야 사이즈 맞는 소파를 찾아서 겨우 들여놓았는데, 맘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


그런 일도 있구나 하고 같이 웃어 넘겼다. 이때 나는 왜 내 소파의 사이즈를 재 볼 생각을 안했을까?! 인간이 어디까지 부주의하고 어리석어질 수 있는지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그리고 대망의 이사날. 열쇠를 건네받고 짐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소파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와서 내려가봤는데, 두 명의 그다지 튼튼해 보이지 않는 사내들이 소파를 낑낑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나와 친구가 옮기는 것을 도와야 했다.


일단, 소파는 거대했다. 꽤나 의미심장하게 거대했다.


일단, 소파에 비해 무척 왜소해 보이는 엘레베이터에 들이밀어 보았다. 역시 택도 없었다.


우리는 계단에 올려보기로 했다. Pivot, pivot을 외치던 프렌즈의 에피소드를 실제의 삶에서 구현하며 결국에는 벽에 배가 낀 내가 단말마의 비명을 꽥 지르고 난 후에야 우리는 계단도 너무 좁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소파를 번쩍 들어올리기에 4인의 우리는 너무 약했다!! (특히 내가...)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나는 2층에 살았고, 발코니가 있었다. 발코니에 올려보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5분을 넘게 걸어가야지 발코니 쪽에 다다를 수 있었다. 발코니는 택도 없이 높았고, 갑자기 비실사내 둘 중 한명이 혹시 끈이나 벨트가 있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창의적이기도 하지.. 한국이면 그냥 처음부터 사다리차 가져와서 올려줬을텐데 참 대책 없으면서도 아이디어뱅크다(?) 싶었다. 사실 나는 이래서 여기 사람들을 좋아한다. 대부분 너무 유능하지 않으면서도 융통성은 있어서 꽤 웃긴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낑낑대는 사이에 이웃집 할아버지가 발코니에서 몸을 내밀고 무슨 일이냐고 묻기 시작했고(내 이웃으로서의 첫 인상 RIP...) 친구가 할아버지랑 얘기를 하는 동안 나는 끈과 벨트를 찾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글을 더 쓸 힘이 떨어져서 2부작으로 나누기로 했다.


소파 배송비에만 한화로 거의 40만원을 낸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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