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충동과 푸른 당나귀의 밤

by Sundance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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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저 무책임한 시인이 되어버리고 싶은 밤들이 있다.


어깨 위에 무겁게 내려 앉는 새벽을 느끼며, 뇌수와 영혼 속에 핏줄처럼 얼기설기 얽혀 울컥 쏟아져 나오는 날것의 이미지들을 그대로 토해내고 싶은 야만의 밤.


1900년대에 한 아이가 연주했다던 짙은 고동색의 줄 끊어진 바이올린을 벽에 건다.


아득히 높은 마의 산에서 한스 카스트로프가 관능적으로 탐닉하던 마리아 만치니 시가의 연기를 삼키고 뱉어낸다.


흰 당나귀가 오늘 밤이 좋아서 우는 것이, 제 13의 아해가 무섭다고 하는 것이, 샤갈의 하늘에 염소와 말과 영혼들이 떠다니는 것이 어떤 모순도 없이 뜨겁고 서늘하게 이해가 되는,


멀쩡한 삶을 찢어내고 상처의 틈새로 스며나오는 섬광 위에 손가락을 펼쳐, 그 사이로 빠져나오는 광선을 눈에 담고 그 아득함을 한없이 느끼고 싶은,


세상의 모든 편리함, 실용성, 적당함, 유용함이 울렁거리는 거북함이자 잔잔한 역겨움으로 다가오는,


페드르의 죄악과 슬픔을 품고, 산산이 부서진 거울 앞에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마침내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런 밤.


영혼은 때때로 이유없이 고양되고, 그 냉혹하고 불친절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버린 나는 젊은 베르테르처럼 절망과 희열 속에서 무언가 숭고하지만 덧없는 푸른 혼이 되어 그저 녹아내리고 싶다.


무한, 심연, 혹은 창공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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