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자유, 평화

by Sundance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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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브런치에 올라온 호수 수영에 대한 글을 보고 나도 현지인들처럼 유유자적하게 수영을 하고 싶다는 댓글을 단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때는 수영을 아예 못하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신기하게도 수영을 꽤 자신 있게 한다. 무언가를 깨닫기 전과 후의 순간들을 비교해 보는 것은 어쩌면 현기증이 날 만큼 굉장한 일이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항상 나 자신이 좋아하고 시간을 쏟고 싶어하는 것들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러한 일들이 어느 정도는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의 발견과 도전들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출장으로 간 벨기에의 호텔에서의 어느 밤 기타를 치고 싶다는 강렬한 영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기타를 고르고 주문하고 그 이후로 꾸준히 레슨을 받으며 연습한지가 벌써 1년이 지났고, 어느날 친구와 놀러간 호수에 몸을 담그며 내가 물 속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수영 강습을 받고 이제 웬만큼 수영을 하고 일주일에 2번씩 수영장에 꾸준히 가게 된 나 자신이 꽤나 대견하고 놀랍다.


물론 많은 이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배운 것들이라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만, 사실 나는 성인이 되어서 이토록 새롭게 배울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시야를 넓히는 아이와 같은 천진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나는 이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라고 여기는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기분을 즐긴다. 여기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데'의 부분이다. 하고 싶다면, 노력과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면 웬만하면 어느정도는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할 수 없다'는 약간의 나태함과 만약 내가 시간과 정성을 쏟았는데 결국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꽤나 쓸모없고도 근원적인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 때, 차분하게 앉아서, 그럼 하면 되지,라고 생각해보면 딱히 못 할 일들은 많이 없다. 물론 그 모든 것을 욕심껏 한꺼번에 다 잘 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차근차근 잡아가다 보면 정말로 못 할 일들이 거의 없다.


물에 떠 있을 때면 고요하고 평화롭다. 물이 몸을 받쳐주고, 자연이, 세상이, 우주가 나를 포용하고, 띄워주고, 감싸주고, 세상의 시끄러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분리해주는 그 먹먹한 고요함. 팔과 다리를 스치는 부드러운 물살과 들이마시는 호흡의 달콤함, 감은 눈 위로 얼굴에 내리쬐는 햇살. 물은 감미로운 자유와 평화의 기분을 가져다준다.


오늘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었다. 아늑한 집에서 담요를 둘둘 두르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반짝이는 기쁨으로 가득찬 세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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