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by Sundance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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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잠시 와 있다. 책방과 미술관 방문 전에 가볍게 쓰는 글.


삶을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오만이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의 나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법은 어느정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무엇이 나를 흔들리게 하고, 무엇이 나에게 표면적으로는 달콤한 자극을 주지만 조용히 속을 갉아먹는지.


나는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때 가장 충만하고, 차분하고, 떳떳하고, 만족스럽다. 나의 과정, 태도, 인식에 대한 완전한 책임감을 가지고 나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과 조정을 끝없이 반복해나갈때 나는 삶의 몰입 상태에 있는것을 느끼고, 단단하고도 깊은 지적, 인식적, 영적(?) 희열이 잔잔히 퍼지는 것을 느낀다.


다만, 여전히 형언할 수 없는 불안이 내가 행동하는 것을 막는다.


과거의 습관, 잔상, 미련, 집착. 욕망, 소유, 허영, 인정욕구, 그 모든 스쳐 지나가는 자극들에 대한 금단 현상과 향수. 아마 이것들은 영원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며, 나 역시 그 모든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어느정도는 천진하고 충동적이며 항상 새롭고 매력적인 삶을 살고 싶다.


불안은 이러한 생각에서 온다. '만약 내가 내 자신에게 가장 큰 가치를 가져다 준다고 현재로서는 믿고 있는 행동 양식에 따라서 삶을 살아간다면, 내가 그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반짝이는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사실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또 파고들어 보면 나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현재 내가 가치있다고 믿는 것들이, 과거에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반짝이는 것들'보다 훨씬 소중하고 내 삶에 유용한 것을 알고 있으며, 다른 방향으로 나 자신을 세뇌시키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나는 이미 그 선을 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 불안은 '욕심'에서 온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싶은 욕심. 단순하고 깊은 삶을 살고 싶지만 동시에 즐겁고 가볍고 반짝이는 순간들도 잃고 싶지 않은 욕심.


하지만, 욕심은 행동하지 않을 때 욕심으로 남고, 내가 그에 따라 책임을 지고 행동할 수 있다면 이는 또 다른 추구가 된다. 이에 나는 이 모든 것에 너무 지나친 무게를 부여하지 않고, 지금 줄줄 써내려 나간 이 공식에 따라서 오늘을 살아보고자 한다. 단순하고 깊은 삶을 형성하는 것들을 우선시하되, 새로운 자극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나 자신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욕심인지,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인지, 혹은 어느 순간 도달하게 되어 마침내는 흥미를 잃고 말 하나의 현상이었을 뿐인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꽤나 명료한 정신으로 문을 나설 수 있다. 글쓰기는 최선의 명상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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