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하지 않는 삶과 침묵의 힘

by Sundance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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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낮은 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필요한 것보다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살고 있다고.

과하게 설명되고, 전시되고, 타인의 감상과 인정을 위해 소비되는 삶.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선별적인 취향과 매력적인 개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다만 그것이 그저 자연스러운 삶의 발현의 부수적인 결과로 남을때에야 유쾌한 자극이 될 수 있으며, 그에 맞춰서 삶을 필요 이상으로 정제하기 시작할 때 이는 족쇄가 되기 시작한다.


나 자신의 삶을 증명해야 하는 대상은 오직 나 자신 뿐이다.


최근 사람들을 초대할 일이 많았는데, 집을 좀 더 말끔하게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내 공간은 나를 위한 것이고, 사람들을 초대할 때만 조금 더 번듯해지는 공간은 온연히 나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없다고.


좀 컨디션이 안 좋거나 평소보다 잘 못했을 때, 버벅거렸을 때, 긴장했을 때, 내가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이 정말 진실이라면 다음에 다시 기회가 왔을 때 잘 하면 되고, 같은 기회가 없다면 그냥 그것으로 된 것이다. 변명하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소음, 불편함, 허영심, 우쭐감, 비대한 자아와 설명하고 싶은 욕구들을 부드럽게 누르고, 체념이 아닌 담대한 침묵과 수용으로, 그리고 잔잔한 파도와도 같은 미소를 띄고, 고개를 들고 세상을 마주할 때, 엄청난 해방감과 자부심, 단단하고 따뜻한 힘이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세상은, 사람들은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나에게 흥미가 있고 없고는 그저 부수적인 문제이고, 유일한 문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뿐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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