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7월 28일 오후 7시 00분
아들은 지금 국영수 선행학습을 진행하는 학원에 다니고 있다. 보통 1년에서 2년 선행을 하다 보니 진도를 나가기 위해 엄청난 숙제가 쏟아진다. 그게 아들이 학원 가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주된 이유다. 숙제의 양이 많아서 지치기도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문제였다. 앞의 내용을 모른 상태로 뒤를 공부하니 이해가 안 되고, 악순환이 반복됐다.
나와 아내도 아들의 피곤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서,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다" 싶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며칠 전 주위 권유로 엄마와 아들이 함께 자기주도 학습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왔다. 학원처럼 강제적인 시간표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시간과 내용을 정해 공부하는 곳이었다. 그 체험 후, 아들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대화가 시작됐다.
나 : 자기주도 학습센터라는 게, 결국 어디에 가서 공부하는 거잖아. 학원과 차이가 있나 싶은데, 네가 체험해 보니 어땠어?
아들 : 음… 학원보다는 나아요. 그냥 제가 원할 때 가서,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어서 덜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나 : 오, 그러니까 학원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야 하지만, 거기는 네가 주도권을 쥐는 거구나?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되고, 그 시간도 네가 정할 수 있으니까?
아들 : 네. 학원처럼 “지금 이거 해야 해” 이런 게 없어서, 제가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키는 공부 말고, 제 힘으로요.
( 아들이 포크를 내려놓고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최근 들어서 처음으로 보이는 열의다. )
나 : 와, 그건 정말 좋은 변화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렇게 하고 싶어진 거야?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어?
아들 : 얼마 전에 신앙학교 다녀오고 나서부터요.
나 : 신앙학교? 거기서 뭐 특별한 일이 있었나? 친구들이나 수사님 말씀 중에 마음을 움직인 거라도?
아들 : 여러 사람들이 자기만의 목표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걸 듣다 보니, “내 인생은 내가 주도해야 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도 마찬가지로, 남이 시키는 대로 하지 말고 스스로 해보고 싶어 졌어요.
나 : 오호, 그게 동기부여가 됐구나. 아빠도 예전에 학원에서 그냥 따라가다 보니 지치고, 어느 순간 “내가 왜 이걸 하는 거지?”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제대로 공부가 됐거든.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거보다, 네가 계획 세워서 하는 게 훨씬 더 오래가고 효과적이지.
아들 : 맞아요. 신앙학교에서 배운 게,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공부도 그 일부예요.
나 : 그래, 그게 핵심이야. 공부할 때, 그냥 듣고 외우는 게 아니라 ‘소화하는 시간’이 꼭 필요해. 네 누나도 학원을 열심히 다녔는데, 배운 걸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들 시간이 없어서 결국 지쳤잖아.
아들 : 네, 저도 학원 숙제 때문에 그렇게 느껴요. 이해 안 된 채 다음으로 넘어가니, 시험 끝나면 다 잊어버리고….
나 : 바로 그거야.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이해했느냐’지, '얼마나 많이 배웠느냐'가 아니야. 학원처럼 수동적으로 따라가면 쌓이지 않아. 반대로, 네가 계획 세워서 스스로 고민하고 시간을 들여서 풀어보면 진짜 네 지식이 돼. 부모 입장에서는 선행 진도가 느려질까 불안하지만, 너처럼 동기부여가 생겼다면 자기주도 학습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아들 : 맞아요, 저 왠지 잘할 것 같아요.
( 아들이 장난기 어린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표정에서 자신감이 넘다. )
나 : 전에 학교에서 했던 네 성격 테스트 기억나? 거기서 ‘자원 관리’가 약간 부족하다고 나왔었잖아.
아들 : 자원 관리요? 시간 계획 세우는 거 말이에요?
나 : 맞아. 공부처럼 하기 싫은 일에 “언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하는 거. 학원 가면 그 계획이 자동으로 짜여 있지만, 자기주도 학습은 네가 직접 해야 하니까.
아들 : 제가 계획을 아예 안 세운건 아니에요. 노트에 매주 일요일 스케줄 짰었었죠.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 시간 정하고, 쉬는 시간도 넣고…. 근데 실행이 안 됐어요.
나 : 하하, 계획 세운 건 좋지만, 계획은 실행이 핵심이야. 수동적으로 학원 따라가면 계획 없이도 되지만, 스스로 공부하려면 이 연습이 필수야. 아빠도 처음엔 실패 많았지만, 조금씩 해보니 습관이 됐어. 네가 능동적으로 계획 세우면, 공부가 훨씬 더 재미있고 효과적일 거야.
아들 : 그렇겠네요. 귀찮아도 한번 제대로 해볼게요.
( 아들이 웃으며 말한다. 대화가 점점 깊어지면서,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하는 게 느껴진다. )
나 : 이렇게 너랑 이야기하는 건, 네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해서야. 친구들이랑은 이런 깊은 얘기는 안 하잖아?
아들 : 네, 친구들이랑은 그냥 재미있는 얘기만 해요.
나 : 하하, 맞아. 아빠도 어릴 때 누가 이렇게 조언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사실, 너랑 얘기하면서 아빠도 다시 깨닫네. 삶도 공부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계획 세워서 하는 게 진짜야. 이건 너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둘 다 성장하는 시간이야.
아들 : 진짜요? 그럼 아빠도 제 덕분에 계획 세우는 거예요?
나 : 물론! 서로 배우는 거지.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만 이 대화 기억해. 네가 주도하는 공부, 그게 네 미래를 바꿀 거야.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식탁에서 일어나는 아들의 눈빛이 뜨겁다. 그동안의 대화가 조금이나마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아들과의 소중한 대화를 하는 아들과의 소중한 시간.
수동적인 학습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계획으로 나아가는 아들의 여정과 그 모습에 고무되어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는 아빠의 여정. 이 대화가 그 여정들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