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저녁 10시
하루 종일 신앙캠프를 다녀온 아이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설렘이 더 많이 보였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경험들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온 것 같았다.
돌아와서 게임하려는 이의 불만을 뒤로한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 오늘은 신앙캠프 다녀온 이야기 좀 들어볼까?
아들 : 7시에 일어나서 씻고 45분부터 활동이 있었어요. 저는 10조였고, 조별로 움직였어요.
나 : 어떤 활동을 했어?
아들 : 성경 맞추기 게임도 하고, 노래도 배우고, 생태계를 관찰하는 교육도 받았어요. 거기에 창세기 이야기도 나왔어요. 꽃을 태양보다 먼저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좀 인상 깊었어요.
( 창세기를 읽은 지 오래돼서 몰랐다. 진짜 식물을 태양보다 먼저 만들었구나. 여기서부터 과학과 반대네. )
나 : 조별로 미션 게임도 했어?
아들 : 네네, 스티커 모으는 미션도 있었고, 물놀이하면서 과녁 맞추는 게임도 했어요.
나 : 물총 싸움 같은 거?
아들 : 직접 싸우는 건 아니고 물로 공을 밀어 넣거나 과녁 맞추는 식이었어요. 물총 물 다 쓰면 다시 채워야 했고요.
나 : 다른 성당에서도 많이 왔지?
아들 : 네, 마산교구랑 서울교구의 아산, 구로3동 성당 등 다양했어요. 그런데 모두 다 친해졌어요.
나 : 연락처는 주고받았어?
아들 : 받고 싶었는데 다들 먼저 가버려서 못 받았어요.
나 : 저런, 아쉬웠겠네.
아들 : 어떤 형은 선생님한테 번호를 물어보기도 하던데 저는 그럴 용기는 안 생겼어요.
( 한참 이성에 한참 관심 많을 나이라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연락처를 받았을까 떠봤는데 로맨스는 없구나. 왜 내가 아쉽지? )
나 : 핸드폰은 사전에 안내받은 대로 반납했지?
아들 : 네, 집중하라고요. 저는 그래서 폰 대신 공 들고 가서 놀았어요.
나 : 공은 뭐 핸드폰과 비교하면 정말 괜찮지. 명상하는 시간도 있었어?
아들 : 네, 수사님이 눈 감고 가만히 있으면서 숨 들이쉬고 내쉬고, 하느님께 집중하라고 하셨어요. 멋있는 말도 많이 하시고요.
나: 그게 명상이고 좌선이지. 아무 생각 없이 호흡에만 집중하면 언젠가 영적인 존재와 연결된다고 하잖아.
아들 : 근데 창세기에서 꽃이 태양보다 먼저 생겼다고 하던데요? 태양 없으면 광합성도 안 되잖아요.
나 : 좋은 질문이야. 성경에 나오는 내용과 과학은 종종 충돌해.
( 네가 드디어 싱클레어가 되었구나! "카인의 표식을 가진 자들은 다르게 생각한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이미 카인의 세계지. )
아들 : 아는 형이랑 둘이서 과학적으로 안 맞다고 반박했어요. 그런데 거기서는 틀렸대요.
나 : 그럴 수밖에 없지. 성당은 성경을 믿어야 하니까. 아빠도 어릴 땐 성당 열심히 다녔지만, 성서를 글자 그대로 믿는 건 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해. 힘들 때 기도하는 건 정말 좋지만, 성서는 신학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
아들 : 성경을 믿는 게 쉽지는 않지만 매주마다 가서 친한 친구들을 보는 게 좋아요.
나 : 아빠도 그랬어. 아빠 인생 친구가 성당 친구들이야. 학창 시절에는 주말 내내 성당을 갔어. 친구들 보려고. 고등학교 친구도, 대학교 친구도 지금은 잘 안 만나지만, 성당 친구들은 여전히 자주 봐.
나 : 성당 가면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엄마랑도 성당에서 결혼했고.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성당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야.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얻을 수 있어.
하루 종일 핸드폰 없이도 충분히 즐거웠다는 아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신앙학교에서 창세기에 과학적 의문을 던지는 모습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를 떠올렸다.
아들의 갈등이 신기했고 내가 아직도 너무 아들을 아이로만 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