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맥북 3대가 있다.
나는 맥북 M4 Pro 14, 딸은 맥북 M2 Air 13, 아들은 맥북 M1 Air 13.
아들의 맥북은 1년 전에 내가 쓰던 M1을 준 것이다.
맥에서 돌아가는 게임이 많이 없으니 게임에 빠지기도 어렵고
파이널컷(영상편집)이나 로직(작곡) 같은 생산적인 앱을 익히기를 때문이다.
나 : 요즘 맥북 쓰고 있으니 소감이 어떠니?
아들 : 좋아요. 속도도 빠르고 가볍고 사운드도 좋아요.
나 : 그런데 게임하기는 불편하잖아.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이 없어서.
아들 : 제가 하는 게임 중에 맥북이라서 못하는 게임은 없어서 괜찮아요.
나 : 다행이네. 게다가 로직(Logic)도 맥에서 되니까 작곡하는 데도 좋고. 윈도우에는 로직 만한 앱이 없잖아.
작곡하는 아들이 애용하는 로직은 맥의 대표적인 작곡프로그램으로 맥에 최적화된 안정성과 방대한 내장 음원 및 플러그인,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많은 사랑을 받는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이다.
아들: 아니에요, 윈도우에서도 FL 스튜디오라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요.
나: 아, 로직에 견줄만한 작곡 프로그램이 윈도우에도 있구나.
아들 : 맞아요. 거기다가 친구들은 대부분 윈도우가 쓰기 더 낫다고 하던데요.
나 : 그래도 넌 맥북 계속 쓰고 싶지?
아들 : 맞아요. 아이폰도 에어팟도 써보고 싶어요.
( 아들의 폰은 구매한 지 3년째인 갤럭시 A34다. 최신폰은 결코 아니다. )
나 : 친구들은 폰게임 말고 PC 게임은 많이 안 하지, 오히려?
아들 : 아니요? 엄청 많이 하는데 다만 너무 무거운 게임은 잘 안 해요.
( 무거운 게임은 사전지식이 많이 필요하거나 아주 긴 플레이타임을 요하는 게임을 말한다. )
나 : 넌 PC방 가면 뭘 해?
아들 : 컴퓨터 게임이요. 요즘은 발로란트를 많이 해요.
나 : 네 누나는 오버워치를 좋아하는데. 발로란트도 오버워치 같은 거야?
아들 : 오버워치는 안 해봐서 잘 모르고 발로란트는 역할별로 스킬이 다른 총 쏘는 게임이에요.
나 : 맥북에 설치해 둔 게임들은 요즘 하니? 아빠가 사줬던 게임. 네가 신이 되어서 세상을 만드는 게임.
아들 : 아하, 월드박스 말이죠? 그거 요즘도 가끔 해요.
나 : 그거 말고도 설치한 게임이 있었는데? 오리 주인공 나오는 거?
아들 : ‘오구와 비밀의 숲이요.’ 주인공이 오리 같은 캐릭터인데 사건이 터지고, 계시를 받아서 모험을 떠나요. 달의 마을이나 정글 같은 곳을 탐험하고, 왕을 만나 퀘스트도 받고. 레벨업도 되고요.
나 : 모험하는 거지? 그럼 액션 어드밴쳐 구나?
아들 : 네, 스토리 모드도 있고 평화롭게 플레이하는 모드도 있어요. 젤다와 비슷해요.
아들 : 생각해 보니 마인크래프트도 아빠가 사주셨는데 아이디를 잊어버려서 못해요.
나 : 그것도 돈 주고 산 건데! 진작 물어봤어야지!
아들 : 아빠가 아이디 인증을 다시 해주셔야 하는데 그때 못 해서요.
( 지금 당장 하자고 하려다가 말을 뒤로 뺐다. 안 그래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데 일부러 게임 하나를 추가로 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
나 : 게임을 하다 보면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
아들 : 게임 만들기는 너무 어려워요. 엔트리로 만들어 봤는데 간단한 건 할 수 있어도, 제대로 된 건 어렵죠.
나 : 네가 커서 회사에 들어가면 팀으로 하잖아. 음악, 스토리, 프로그래밍으로 팀을 나눠서.
아들 : 아하, 그래도 힘들 거 같아서 못 하겠어요.
나 : 아빠도 옛날에 게임 만들고 싶어서 컴퓨터공학과 갔었어. 대학 1학년 때 윷놀이 게임도 만들고. 그때 꽤 잘 만든다고 했었지.
아들 : 파이썬 같은 걸로 했어요?
나 : 아니, 아빠 때는 C로 직접 코드를 짜거나 게임 코드책에 있는 코드를 하나하나 입력해서 게임을 만들었어.
아들 : 우와,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했다고요? 믿기지가 않아요. 파는 게임이 없었어요?
나 : 파는 게임도 있었지만 비싸고 아빠 용돈으로는 어려워서 게임하고 싶으면 게임 만들고, 음악 듣고 싶으면 음악 코드를 만들었지.
아들 : 와아, 아빠는 대단했네요.
( 나는 중학교 때부터 대작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대학교 진학 시 아무런 고민 없이 컴퓨터 공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취미는 취미로 끝나야 하는구나를 절실히 깨닫고 지금은 일반 사무직이다. )
나 : 보자, 아빠는 좋아했던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 이스, 영웅전설 같은 RPG였어. 아니면 삼국지나 대항해시대 같은 역사 게임도 많았어.
아들 : 앞의 게임들은 제목은 들어본 것 같아요. 그런데 역사 게임이요?
나 : 응. 삼국지 하면서 중국 역사 배우고, 신장의 야망 하면서 일본 역사 배우고. 거기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나오거든. 그러다 책 찾아보고, 공부가 됐어.
아들 : 게임으로 공부를 한다니 신기하네요. 저도 게임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역시나 그냥 공부는 싫단다, 공부를 게임으로 만들면 아마 그 게임은 망하게 될 거다.)
나 : 옛날엔 가챠 같은 건 없었어. 게임을 사면 끝이었지. 요즘은 무료로 풀고, 아이템 팔고, 월 구독시키고.
가챠란? 랜덤 뽑기 요소가 있는 게임에서 뽑기를 할 때 '가챠를 한다', '가챠를 돌린다'는 식으로 쓰인다. 어원은 위에서 언급된 뽑기 기계 가챠폰에서 유래했다.
아들 : 전 인게임 구매보다 그냥 게임을 사는 방식이 나은 것 같아요. 모바일 게임은 현질 유도가 심해요.
나 : 그게 게임업계의 딜레마인데 개발비와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야 살아남거든.
아들 : 광고 제거도 돈 내야 하고요.
나 : 그렇지. 그런 식이다 보니 게임 몇 개 중에 성공하는 건 손에 꼽아. 파이널 판타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리즈도 성공작, 실패작이 갈리잖아.
나 : 아빠 세대에 게임은 인생을 바꿀 만큼 큰 의미가 있었어. 그래서 아빠도 컴퓨터공학과도 갔던 거고. 지금도 NC, 넥슨, 네이버, 카카오 같은 회사들은 젊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이야. 돈도 많이 주고.
아들 : 아, 게임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네요.
나 : 너무 게임 이야기 많이 했더니 갑자기 게임하고 싶어 지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생산적으로 맥을 쓰는 이야기를 하려 했었는데, 게임이야기에 내가 신나서 정 줄 놓고 이야기해 버렸다.
초등학교 방과 후 과정에 게임을 만드는 클래스가 있었고 졸업하기 전까지 아들은 그 클래스에서 부지런히 게임 만드는 수업을 받았다.
옛날처럼 코드로 직접 짜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툴인 엔트리나 마인크래프트를 통해서 자신만의 게임을 레고 조립하듯이 만드는 걸 보고, "시대가 참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권하고,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들다가도 아들의 게임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빠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먹는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