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게임이 비싸? 그럼 직접 게임을 만들면 됩니다

by 마법수달

우리 집에는 맥북 3대가 있다.


나는 맥북 M4 Pro 14, 딸은 맥북 M2 Air 13, 아들은 맥북 M1 Air 13.


아들의 맥북은 1년 전에 내가 쓰던 M1을 준 것이다.


맥에서 돌아가는 게임이 많이 없으니 게임에 빠지기도 어렵고


파이널컷(영상편집)이나 로직(작곡) 같은 생산적인 앱을 익히기를 때문이다.




< 맥북 vs 윈도우 >


나 : 요즘 맥북 쓰고 있으니 소감이 어떠니?


아들 : 좋아요. 속도도 빠르고 가볍고 사운드도 좋아요.


나 : 그런데 게임하기는 불편하잖아.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이 없어서.


아들 : 제가 하는 게임 중에 맥북이라서 못하는 게임은 없어서 괜찮아요.


나 : 다행이네. 게다가 로직(Logic)도 맥에서 되니까 작곡하는 데도 좋고. 윈도우에는 로직 만한 앱이 없잖아.


작곡하는 아들이 애용하는 로직은 맥의 대표적인 작곡프로그램으로 맥에 최적화된 안정성과 방대한 내장 음원 및 플러그인,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많은 사랑을 받는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이다.


아들: 아니에요, 윈도우에서도 FL 스튜디오라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요.


나: 아, 로직에 견줄만한 작곡 프로그램이 윈도우에도 있구나.


아들 : 맞아요. 거기다가 친구들은 대부분 윈도우가 쓰기 더 낫다고 하던데요.


나 : 그래도 넌 맥북 계속 쓰고 싶지?


아들 : 맞아요. 아이폰도 에어팟도 써보고 싶어요.


( 아들의 폰은 구매한 지 3년째인 갤럭시 A34다. 최신폰은 결코 아니다. )


< 무슨 게임하는지 아빠가 궁금하구나 >


나 : 친구들은 폰게임 말고 PC 게임은 많이 안 하지, 오히려?


아들 : 아니요? 엄청 많이 하는데 다만 너무 무거운 게임은 잘 안 해요.


( 무거운 게임은 사전지식이 많이 필요하거나 아주 긴 플레이타임을 요하는 게임을 말한다. )


나 : 넌 PC방 가면 뭘 해?


아들 : 컴퓨터 게임이요. 요즘은 발로란트를 많이 해요.


나 : 네 누나는 오버워치를 좋아하는데. 발로란트도 오버워치 같은 거야?


아들 : 오버워치는 안 해봐서 잘 모르고 발로란트는 역할별로 스킬이 다른 총 쏘는 게임이에요.


Screenshot 2025-08-28 at 14.23.47.JPG 발로란트 - 롤을 만든 라이엇 게임즈에서 만든 근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요원들이 '레이디언트' 에너지를 둘러싼 전투를 벌이는 전술 FPS 게임
Screenshot 2025-08-28 at 14.24.14.JPG 오버워치 -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를 만든 블리자드에서 만든 미래 지구에서 영웅들이 오버워치 팀으로 뭉쳐 세계 평화를 지키는 히어로물 FPS 게임

나 : 맥북에 설치해 둔 게임들은 요즘 하니? 아빠가 사줬던 게임. 네가 신이 되어서 세상을 만드는 게임.


아들 : 아하, 월드박스 말이죠? 그거 요즘도 가끔 해요.


Screenshot 2025-08-28 at 14.26.21.JPG 월드박스, 우리 세대가 어릴 때 개미집을 만들고 거기에 물을 붓고 통로를 만들던 생각이 떠올랐다


나 : 그거 말고도 설치한 게임이 있었는데? 오리 주인공 나오는 거?


아들 : ‘오구와 비밀의 숲이요.’ 주인공이 오리 같은 캐릭터인데 사건이 터지고, 계시를 받아서 모험을 떠나요. 달의 마을이나 정글 같은 곳을 탐험하고, 왕을 만나 퀘스트도 받고. 레벨업도 되고요.


Screenshot 2025-08-28 at 14.25.40.JPG 오구와 비밀의 숲, 귀여운 캐릭터가 돋보이는 국산 RPG(문랩스튜디오)


나 : 모험하는 거지? 그럼 액션 어드밴쳐 구나?


아들 : 네, 스토리 모드도 있고 평화롭게 플레이하는 모드도 있어요. 젤다와 비슷해요.


아들 : 생각해 보니 마인크래프트도 아빠가 사주셨는데 아이디를 잊어버려서 못해요.


나 : 그것도 돈 주고 산 건데! 진작 물어봤어야지!


아들 : 아빠가 아이디 인증을 다시 해주셔야 하는데 그때 못 해서요.


( 지금 당장 하자고 하려다가 말을 뒤로 뺐다. 안 그래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데 일부러 게임 하나를 추가로 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


< 게임하고 싶으면 직접 코드를 짜 >


나 : 게임을 하다 보면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


아들 : 게임 만들기는 너무 어려워요. 엔트리로 만들어 봤는데 간단한 건 할 수 있어도, 제대로 된 건 어렵죠.


나 : 네가 커서 회사에 들어가면 팀으로 하잖아. 음악, 스토리, 프로그래밍으로 팀을 나눠서.


아들 : 아하, 그래도 힘들 거 같아서 못 하겠어요.


나 : 아빠도 옛날에 게임 만들고 싶어서 컴퓨터공학과 갔었어. 대학 1학년 때 윷놀이 게임도 만들고. 그때 꽤 잘 만든다고 했었지.


아들 : 파이썬 같은 걸로 했어요?


나 : 아니, 아빠 때는 C로 직접 코드를 짜거나 게임 코드책에 있는 코드를 하나하나 입력해서 게임을 만들었어.


아들 : 우와,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했다고요? 믿기지가 않아요. 파는 게임이 없었어요?


나 : 파는 게임도 있었지만 비싸고 아빠 용돈으로는 어려워서 게임하고 싶으면 게임 만들고, 음악 듣고 싶으면 음악 코드를 만들었지.


아들 : 와아, 아빠는 대단했네요.


( 나는 중학교 때부터 대작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대학교 진학 시 아무런 고민 없이 컴퓨터 공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취미는 취미로 끝나야 하는구나를 절실히 깨닫고 지금은 일반 사무직이다. )


< 라떼는 말이지, 이런 게임이 유명했거든? >


나 : 보자, 아빠는 좋아했던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 이스, 영웅전설 같은 RPG였어. 아니면 삼국지나 대항해시대 같은 역사 게임도 많았어.


FF(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하고 영화나 음악으로도 유명한 FF7


아들 : 앞의 게임들은 제목은 들어본 것 같아요. 그런데 역사 게임이요?


나 : 응. 삼국지 하면서 중국 역사 배우고, 신장의 야망 하면서 일본 역사 배우고. 거기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나오거든. 그러다 책 찾아보고, 공부가 됐어.


아들 : 게임으로 공부를 한다니 신기하네요. 저도 게임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역시나 그냥 공부는 싫단다, 공부를 게임으로 만들면 아마 그 게임은 망하게 될 거다.)


Screenshot 2025-08-28 at 14.30.46.JPG 8088 16비트 컴퓨터 시절 명작 KOEI 삼국지2


나 : 옛날엔 가챠 같은 건 없었어. 게임을 사면 끝이었지. 요즘은 무료로 풀고, 아이템 팔고, 월 구독시키고.


가챠란? 랜덤 뽑기 요소가 있는 게임에서 뽑기를 할 때 '가챠를 한다', '가챠를 돌린다'는 식으로 쓰인다. 어원은 위에서 언급된 뽑기 기계 가챠폰에서 유래했다.


아들 : 전 인게임 구매보다 그냥 게임을 사는 방식이 나은 것 같아요. 모바일 게임은 현질 유도가 심해요.


나 : 그게 게임업계의 딜레마인데 개발비와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야 살아남거든.


아들 : 광고 제거도 돈 내야 하고요.


나 : 그렇지. 그런 식이다 보니 게임 몇 개 중에 성공하는 건 손에 꼽아. 파이널 판타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리즈도 성공작, 실패작이 갈리잖아.


나 : 아빠 세대에 게임은 인생을 바꿀 만큼 큰 의미가 있었어. 그래서 아빠도 컴퓨터공학과도 갔던 거고. 지금도 NC, 넥슨, 네이버, 카카오 같은 회사들은 젊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이야. 돈도 많이 주고.


아들 : 아, 게임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네요.


나 : 너무 게임 이야기 많이 했더니 갑자기 게임하고 싶어 지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생산적으로 맥을 쓰는 이야기를 하려 했었는데, 게임이야기에 내가 신나서 정 줄 놓고 이야기해 버렸다.


초등학교 방과 후 과정에 게임을 만드는 클래스가 있었고 졸업하기 전까지 아들은 그 클래스에서 부지런히 게임 만드는 수업을 받았다.


옛날처럼 코드로 직접 짜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툴인 엔트리나 마인크래프트를 통해서 자신만의 게임을 레고 조립하듯이 만드는 걸 보고, "시대가 참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권하고,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들다가도 아들의 게임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빠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먹는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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