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아빠가 책 읽기를 재미있게 해드림

25년 7월 21일 밤 10시

by 마법수달

아들과 10분 대화를 시작했던 이유는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시도하다 여의치 않아 대화라도 해봐야겠는 결심 때문이었다.


문득 그때 아들이 읽어보겠다고 선택한 책「아몬드」가 떠올랐다.


방학 동안에 읽을 생각은 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웬걸 이미 다 읽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


나 : 얼마 전에 읽겠다고 하던 「아몬드」는 다 읽었어?


아들 : 다 읽은 지 좀 됐어요.


나 : 오, 그럼 어떤 내용이었는지 아빠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니?


아들 : 다 읽은 지 좀 돼서 사실 내용이 기억이 안 나요.


나 : 그러면은 제대로 읽은 게 아니지 않니?


아들 : 아니, 정말로 2주 전에 읽었단 말이에요.


나 : (깊은 한숨) 2주 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


아들 : 읽을 때는 몰입한 느낌이 있었는데, 스토리가 길고 내용도 많아서 그런지 기억이 안 나요.


나 : 음, 그래도 대략은 말해줄 수 있지 않나?


아들 : 진짜 기억 못 하겠어요. 바빠서 끊어서 읽었거든요.


나 : 몰입해서 읽었는데 끊어서 읽었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데?


아들 : 어떤 부분은 잘 몰입했는데 어떤 부분은 대충 훑어만 봤어요.


나 : 재미를 느끼지 못했거나 집중하기 어려웠나 보구나.


아들 : 읽다가 끊기니깐 다시 읽는 게 너무 힘들어지더라고요.


< 문학은 왜 힘들까? 왜 읽어야 될까? >


나 : 소설은 처음에 몰입할 때 에너지를 많이 써야 돼. 화면도 없고 장면도 없으니까 머릿속으로 다 그려야 하잖아. 이게 진짜 힘들어. 그런데 몰입하면 며칠 만에 확 읽히거든. 근데 느려지면 끝이 없어.


아들 : 아, 그래서 잘 안 읽히는 거네요.


나 : 아빠도 그래. 그러니까 스토리로 처음 들어갈 때가 제일 어렵지.


아들 : 그래서 문학 말고 비문학이 좀 더 편히 읽혔어요. 비문학이 더 좋기도 하고요.


나 : 그래, 비문학은 정보가 목적이니까 필요한 부분만 봐도 돼.


아들 : 알고 싶은 부분만 딱 찾아서 읽으니깐 궁금한 걸 해결하고 알게 되는 재미가 있어요.


나 : 맞아, 비문학은 정보, 문학은 상상력이 목적이야. 문학은 영화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야 재밌지. 비문학은 실용서처럼 필요한 챕터만 봐도 되고.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배런교수는 문학적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른바 '소설 효과'를 통해서 이해 기술의 높은 차원인 추론 능력을 익힐 수 있다고 말한다. 교육의 용도로서의 독서에서, 서사를 포함한 긴 글 읽기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 하지만 내 입장은 문학, 비문학을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아들은 책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너무 컸다. )


< 종합 뇌운동, 독서 >


아들 : 예전처럼 책 읽는 재미를 못 느끼겠어요. 재밌는 것만 보고 싶고, 책은 재미가 없고, 스스로 도파민 중독 같은 느낌도 있어요.


나 : 도파민 중독일 수도 있지만 아직 습관이 안 든 거야. 책은 정말 머리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행동이야. 예를 들어 운동 중에 제일 힘든 게 뭘까?


아들 : 음, 삼대 500 정도?


나 : 하하하, 그것도 힘들지만 ‘조정’이라는 운동이 있어. 온몸을 다 써야 하는 균형 잡힌 운동이야. 책 읽는 것도 비슷해. 두뇌 전체를 쓰는 조정 같은 운동이지.


아들 : 요즘에 뭐든 오래 못 하겠어요. 숙제도, 책도, 작곡도, 코딩도 다 중간에 멈춰요.


나 : 그건 아빠도 그렇고 누구나 그래. 푸시업도 30개 넘으면 진짜 힘들잖아. 그때부터가 시작인 거야. 너무 힘들 때 “아, 한 개만 더” 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늘어. 오래 하는 집중력도 마찬가지야.


아들 :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뭘 해도 재미가 잘 안 느껴져요.


나 : 레벨업한 결과를 보지 못하니까 그렇지. RPG 게임은 레벨업하면 올라간 레벨이 눈에 보이잖아. 그런데 책 읽기는 보상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런데 이미 네 몸에 쌓여 있어.


나 : 네가 영어 학원 처음 갔을 때랑 지금이랑 영어 실력을 비교해 봐. 엄청 늘어 있잖아. 독서도 그래. 하다 보면 이미 늘어 있어. 지식도 능력도.


< 독서 vs 영상 >


나 : 아빠가 널 논술학원에 보낸 이유도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게 하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거기서 읽은 게 재미도 없고 기억도 안 나면 의미가 없지.


아들 : 맞아요. 즐겁게 읽는 게 중요한데 요즘은 독서가 즐겁지가 않아요.


나 : 아빠는 중학생 때『공부를 적게 하고도 만점 받는 법』같은 종류의 책만 4권을 사서 읽었어. 정말 공부하기는 싫고 시험은 잘 치고 싶었지. "날로 먹고 싶었거든."


나 : 읽고 써먹고 시험 치고 다시 읽고 써먹으니 책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아들 : 아하! 요즘은 그런 내용의 숏츠가 너무 많아서 굳이 아빠처럼 그런 책을 읽지는 않겠지만요.


나 : 하지만 책은 영상보다 훨씬 정제되고 체계적으로 원하는 지식을 알려 주거든. 영상만으로는 부족할걸?


아들 : 하지만 영상은 매일 나오고 제일 최신의 정보가 아닐까요? 책은 한 번 만들어지면 바뀌지 않잖아요.


나 : 책도 인기가 있으면 초판 이후에 계속 내용이 수정되어서 발간되니깐 꼭 그렇지만도 않을 거야.


< 읽기는 원래 힘든 거야 >


나 : 원래 인간은 말은 할 수 있지만, 읽을 수는 없었어. 읽기와 쓰기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거야. 그래서 읽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 없는 행동을 배워야 하는 거라서 어려운 거지. 그런데 글을 읽지 못하면, 정보를 따라갈 수가 없어. 재미있는 영상은 소비하고 버리는 거지만, 책은 만들어내고 몸에 익히는 생산적인 활동이야.


메리언 울프는 읽기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 뇌가 억지로 배운 새로운 능력이라고 말한다. 원래 얼굴을 기억하던 뉴런이 문자를 해독하는 데 재활용된 거라니, 읽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이해되지 않는가?


아들 : 맞아요. 영상은 재밌긴 한데 다 보고 나면 좀 허무해요.


나 : 맞아. 책은 시작은 어렵지만, 한번 몰입하면 허무함 없이 진짜 고양감이 밀려와. 그게 진짜 흥분되는 거지, 레알 도파민이지.


< Shall we read? >


나 : 얼마 전 아빠 회사에 독서 지도사분이 오셔서 강연을 했는데, 읽는 것만큼이나 읽을 책 고르는 게 어려운 일이래. 영화나 유튜브도 아무거나 보면 재미없잖아.


나 : 책도 그래.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좀 찾아봐야 돼. 추리, 성장, SF, 역사, 사랑 소설 등등


아들 : 정말 좋아하는 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나 : 아, 그렇다면 책을 찾는 일부터 해보자. 서점에 가서 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 고르는 거야. 힙합의 역사 같은 것도 좋아. 심리학 책도 괜찮고, 추리 소설도 좋아. 너만의 책을 찾는 게 우선이야.


아들 : 오, 그거 좋아요. 저만의 책!


나 : 그러니까 일요일에 서점에 가보자. 재미있어 보이는 책 한 권을 읽어보고, 읽는 힘이 생기면 소설도 한 권. 그렇게 하나씩 같이 읽어볼까. 아빠랑 함께.


아들 : 아하! 대신 너무 강요하지 마시고 도와주세요.


나 : 좋아. 그리고 맨땅에서 읽는 게 힘들다면 아빠가 먼저 책을 읽고 이야기해 줄게. 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책을 읽는 거야. 같이 한 권씩 읽어보자.


아들 : 오, 그거 괜찮을 것 같아요.




"사실 책이 힘든 건 웹툰과 영상에 찌든 아빠가 너보다 먼저 책을 다시 읽는 근육을 키워야 하는 건데."


서점에 가서 각자 마음에 끌리는 책을 골라서,


아빠가 먼저 읽고, 아들은 그 뒤를 따라 읽는다.


그렇게 독서를 혼자 하는 싸움이 아니라 함께 버티는 훈련으로 만든다.


아들과 이야기 후 글을 쓰며 오히려 나의 독서를 기대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독서의 즐거움을 찾는데 도움이 될 책들을 장바구니에 차곡히 담아둔다.


히라노 게이치로의「책을 읽는 방법」: 읽기는 깊은 사고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발전한 능력이며, 특히 "슬로 리딩"을 통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풍요로운 해석을 하는 과정이 인간의 진화와 연결된다고 말한다.


나오미 배런의「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학습용 읽기에 대한 매체별 비교, 읽기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얻기를 바라는 가에 대한 고찰 등 독서가 직면한 실질적인 고민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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