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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Sep 14. 2015

눈먼 시계공

진화를 주장하는 도킨스의 확고한 논리

1. 초등학교 때라고 기억합니다. 선생님께서 칠판에다 큼직하게 '창조론 VS 진화론'을 쓰고 나서 토론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종교를 믿는 창조론 옹호파와 종교를 믿지 않는 진화론파로 말입니다. 진화론에 대해 아이들이 얼마나 알고 있겠습니까마는 그냥 기독교가 싫어 진화론으로 들어온 아이들과 과학잡지나 책에서 주워들은 나름의 신념이 있는 아이들이 진화론 파에 속해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먹구구식 논리로 서로 논박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신을 증명해봐'와 '그럼 우리 조상이 원숭이냐' 란 말이 나오면 그건 토론이 아니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의 얼굴만 빨갛게 달아올랐지요. 선생님께서 왜 그런 토론 주제를 꺼냈는지는 몰라도 그 치열했던 공방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 <이기적 유전자>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대학교 때 처음 읽고 충격을 받은 책입니다. 이전에 가졌던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과 사회의 문제를 보는 시각이 변한 계기가 된 책입니다. 책 내용은 예상하다시피 진화론에 바탕을 두고 논리적으로 행동양식과 성선택을 과감하게 분석합니다. 도발적 이게도 '인간은 유전자의 복제욕구를 수행하는 이기적 생존 기계이다'라고 정의했으니 말 다했지요. 그래서 신선했고 대중에게 어필하고 진화를 담론의 장으로 끌고 왔으니 대단히 성공한 책입니다. 결국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높은 지위를 획득했고, 획득한 만큼 창조론자의 표적이 되었을 것은 충분히 예상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3. <눈먼 시계공>은 <이기적 유전자>의 연장선 상에 있는 책입니다. '이기적 유전자'가 동물행동, 사회생물학으로 진화론을 설명한 간단한 입문서라면 이 책은 진화론을 노골적으로 주장함과 동시에 창조론 반박서입니다. 즉 창조론의 주장을 조목조목 신랄하게 까죠. 책 제목은 창조론자인 윌리암 페일리의 '시계공 이론'에서 가져왔습니다. 페일리는 이 세계와 세상의 동식물은 자세히 살펴보면 놀랄만하게 완벽한 법칙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눈을 보고 있자면, 망원경처럼 정밀하게 제작되어 있음을 놀라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정밀한 망원경을 만든 제작자가 있듯이, 눈 또한 반드시 설계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진화론자 도킨스 역시 똑같이 눈을 예로 듭니다. 그렇지만 그의 생각은 다릅니다. 정밀하지만 불완전한 눈에 주목한 거죠. 불완전한 눈을 보고 있자면 설계자는 결코 이렇게 만들리 없으며, 실제 시계공은 앞을 내다볼 수 있지만 우리 자연 현상에서의 시계공은 그렇게 계획적으로 되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굳이 시계공이 있다면 그것은 신이 아닌 '자연선택'의 이름이고 자연선택은 계획과 통찰력이 없는, 앞을 보지 못하는 '눈먼 시계공'일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4. 진화는 필수적인 자연택의 과정입니다. 자연환경과 특성에 따라 동물은 작은 개조를 수업이 거듭합니다. 그러한 작은 개조가 수업이 거듭되어도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어떤 복잡한 기관을 단 하나라도 발견한다면 다윈의 진화론은 무너질 겁니다. 위에서 예를 든 '눈'의 구조도 마찬가지이죠. 처음 단세포 생물들의 초기에는 빛을 감지하는 점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그러한 빛을 감지하는 점들이 점차 개조되고 개선되면서 바늘 구멍 사진기의 구멍처럼 '뚜렷한 영상'을 만듭니다. 그러한 원시의 눈에서부터 지금의 눈으로 진화되는 거지요. 진화되면서 종에 따라 환경에 맞게 최적화시키는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눈이 불완전합니다. 책에서 기술한 대로 공학자에게 눈을 설계해보라고 하면 누구든지 시세포를 빛이 들어오는 쪽에 놓고 거기서 나온 정보를 전달할 신경을 시세포 뒤로 빼서 뇌로 연결하려고 할 거라는 거죠.(p162) 그렇지만 그 반대 형태가 모든 척추동물이 가진 망막의 형태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눈은 비효율적 이게도 신경이 빛을 먼저 받아 맹점을 만든 다음 망막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오징어의 눈은 오히려 반대로 잘 만들어져 있는데 말이죠. 왜 그랬느냐의 문제는 자연선택의 문제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진화해오면서 어느 순간 종이 '아 이건 비효율이다'라고 깨닫고 다시 효율적으로 돌리려고 노력할 때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시적으로나마 불리해질 그 시기입니다. 그 시기에 진화를 방해받겠죠. 그 시기의 종은 순간적으로나마(몇 세대) 시각이 전보다 훨씬 뒤떨어질 겁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더 중요한 당장의 생존과 번식을 위협받아 멸종되겠죠.


5. 하나의 예를 이야기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이 그렇습니다. 이 책은 수없이 많은 예를 들어 논증합니다. 그리고 반대 의견(창조론)을 '과학적'으로 반박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화론 속의 '자연선택'과 경쟁하는 이론들. 즉 '단속평형설', '용불용설' 같은 이론들도 사정없이 깝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논증하면서 말이죠. 여기에서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과학적'이라는 말은 도대체 뭐냔 말이죠. 칼 포퍼가 주장했듯이 반증 가능한 영역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 과학이라면 '진화론'은 반증 가능성에 한계가 있겠지요. 예를 들어 중력으로 별빛이 휘어진다라고 주장한다면 '별빛이 휘어짐을 봄으로써 휘지 않음의 반증 가능성을 깨부수는 것처럼 진화론은 그럴 수 없는 것이지요. 진화되지 않음을 알아보는 것이 전 지구 역사에서 이 짧은 기간 안에 속시원히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 책의 수많은 논증들로 진화론의 영역에 굳건히 서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쿠퍼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쿤의 과학철학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쿤이 말한 것처럼 정상과학 속에 어느덧 진화론이 패러다임을 차지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리고 지금 현재도 계속해서 진화론이 증거를 통해 우세를 확인하고 있는 과정이다라고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6. 가끔씩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토론을 시킵니다. 초등학교 때가 생각나서입니다. 증거도 부족하고 논증의 방식도 몰랐던  그때에도 토론이 재미있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토론이라는 과정, 토론 속의 논리에 막연하게나마 관심이 생겼던 기억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재미와 지적 희열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교실 한 복판에서 아이들이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릴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아 아련해집니다. 그리고 항상 끝에는 상대의 의견을 포용해주는 것이 진정한 토론의 모습임을 이야기해줍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렵지만 어른인 우리들은 이 책을 읽고 토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조심해야겠습니다. 창조론을 깔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반박하기 위해서 읽는다면 반대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을 이해하고 자연 속에서의 우리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 나아가 답답해 보이는 우리 삶의 모습을 거시적으로 이해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는 까닭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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