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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Sep 15. 2015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하루하루의 삶이 기적이길 원했던 장영희 에세이

1. 유난히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는 학생과 이야기를 해보니, 친구들이 유명 메이커 신발과 핫한 장난감을 가지고 자랑을 하더라는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고, 가지고도 싶고 그래서 몰래 훔쳐 버리기도 하고 집에다 숨겨놓기도 했단다. 따끔하게 혼내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될 대로 돼버리라는 식의 그 녀석 부모의 태도에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애를 믿어야겠지.


2. 나도 어렸을 때 그랬다. 항상 옷은 친척형이 주는 것이었고, 도시락통에는 반찬이 항상 멸치짠지였다. 옆 짝꿍은 맛있는 반찬에 멋진 나이키 운동화인데 가지고 싶었다. 옆 친구들은 잘 사는 거 같은데 우리 집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억울한 적도 있다. 의사 아들은 괜히 미웠다. 그래도 나만 보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일찍 알아버렸던 나는, 참고 인내했다. 가지고 못함을 이해했다. 그래서 가지고 싶어 하는 그 아이의 마음을 느낀다. 다만 지금 동시에 생겨나는 내  마음속 분노는 그 아이가 아닌 그 도벽을 쉽게 용인해 버리는 그 부모 때문이다.


3. 아이에게, 아니 우리 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 투병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장영희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 한 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그 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살아 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라는 것이다. 명품 핸드백에도 시시한 잡동사니가 가득 들었을 수 있고 비닐 봉지에도 금덩어리가 담겨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말을 해봤자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궤변 말라고 욕이나 먹겠지만, 내가 살아 보니까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살아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p121)


4. 비교하는 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 행복은 비교함으로써 내 마음 밖으로 쉽게 날려버릴 수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것과 내 것을 비교하지 않는 것. 그래야만 삶을 온전히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그래서 죽음 앞에 마주 앉아 따스하게 삶을 되돌아보았던 장영희 선생님의 '내가 살아보니'라며 해주는 말은 더욱 마음을 울린다. 그 녀석 잘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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