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서C Nov 11. 2015

따뜻한 책을 읽었다

선생 하기 싫은 날 / 김성효 /  즐거운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할 때가 있다. 수업 지도서가 돌아다니고, 수업 기법 책들이 쌓여 있는 책상을 볼 때마다 한 숨을 쉴 때도 상당하다. 자료는 많지만 정리가 되지 않을 때, 갑자기 잘 가고 있다고 믿다가 길이 없어져 버린 듯한 생각이 들 때 당황스럽다. 두 해 동안 조그만 학교로 와 바쁨을 내려놓고 가르치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는데도 답이 없는 것 같은 답답함도 든다. '가르치는 것에는 답이 없는 거다'라고 말한 초임 발령 때 옆 반 선생님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 요즘이다. '나도 선생 하기 싫은 걸까?'


"책 아직 안 갔어?" "응, 여기는 그래도 도서지역이라 뭍보다 하루나 이틀 더 걸려." 그러던 차에 책이 왔다. 김성효의 <선생 하기 싫은 날>이다. 지금은 도교육청 장학사이기도 한 성효쌤은 내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늦게까지 학교에서 일하고 아이들 다 재우고 난 다음이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이야." 그녀는 새벽까지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그 시간을 누구보다도 뿌뜻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여러 보이지만 강단 있고 교육에 대한 소신이 강한 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 그녀가 다섯 번째 책을 자신의 자전적 교육 이야기가 담긴 수필집으로 담아 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따뜻했고 행복했다. 교육적 철학이니 기법이니, 교육적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들은 잠시 접어놓아도 좋았다. 진짜 내가 목말라있었던 건 이런 이야기들이었을 것이다. 아이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교육은 이런이런 것이어야 한다'며 목에 힘주는 것이 아닌, 그냥 아이들의 눈을 보고 꼭 껴안아 주는 것이 나에게는 더욱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성효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풀어 놓을 때, 같이 내 속의 감정을 꺼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 느끼는 진실한 교육적 고민을 내 옆에서 같이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얼마나 벅찬 일인지 읽는 내내 느끼고 있었다. 눈물겨운 그녀의 교육적 성장기를 읽으며 그 공유되는 떨림의 감정을 다소곳히 잡아 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책을 한 단어로 줄인다면, 바로 '눈물'입니다. 17년간 교사로 살아온 이의 기쁨, 슬픔, 외로움, 분노, 안타까움, 그리움, 그 모든 삶이 녹아있는 단 한 방울의 눈물."(p12)에서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책 전체가 그녀의 눈물 투쟁기이다. 책 속에서 그녀는 툭하면 운다. 학교에서 마주하는 일상 때문에 울고, 아이들 때문에도 운다. 운다는 것은 원래 막혀있는 장애물을 허물어뜨리고, 너의 삶과 나의 삶을 연대하게 하는 힘이 있다. 같이 울면 어느새 감정이 씻긴 듯이 시원해져 왜 울었냐는 듯이 웃게 되는 마법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아이들 속에서, 가정이 있는 그녀의 삶 속에서 그녀의 눈물은 가치롭다.


말을 글로 그대로 표현해내는 사람이 좋다. "그 아이들과 일어났던 일이 이랬더란 말이지."가 바로 글이 되는 사람이 참 좋다. 옆에서 말로 소곤거리듯이 쓰는 글을 읽는 것은 참으로 마음이 편한 일이다. 글로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기도 하겠지만 진실함이 담겨져 있어서 그리 읽힐 것이다. 그래서  위로받기 여러 번. "나도 선생 하기 싫은 걸까?"라고 물으면 "그래. 그럴 때가 있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이 책에서 부딪히며 깨지며 일어났던 내가 보이지 않니?"라며 대답해주고 있는 듯한 따뜻한 느낌을 가득 느낀다.


가르치는 것은 평생 안고 갈 숙제다. 거창한 목표와 철학, 기법을 가지고 살 필요도 있다. 그래야 발전해 나가는 것이겠지. 그런데 잠시 삐걱대고 주저앉고 싶을 때면 다시 아이들 틈으로 폭 들어가 울 필요도 있어야 함을 느낀다. <선생 하기 싫은 날>의 눈물 많은 성효쌤처럼 말이다. 작은 아이들 속의 세계에서 느끼는 감정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읽는 내내 떠올렸다. 읽으면서 괜스레 감상적이 되어서 눈물이 핑 도는 것도 여러 번. 속으로 같이 울어서일까.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깥은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