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서C Apr 26. 2016

2016. 일곱 번째 책

[웹툰] 조선왕조실톡 / 무적핑크 / YLAB

1.

네이버에 연재 중인 <조선왕조실톡>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왕조시대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만큼 왕, 왕가의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던 우리 귀중한 역사 사료가 '조선왕조실록'입니다. 물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는 하나, 조선시대의 사초는 왕이라도 함부로 볼 수 없었고 역사를 사실대로 기록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사관들이 있었기에 온전한 승자의 기록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역사서이기도 합니다.


2.

그 덕분에 정확하게 우리는 약 600년 간의 조선왕조를 세밀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모든 분야의 이야기들이 왕과 신하들을 통해 흘러나옵니다. 그렇지만 워낙 방대해서 필요한 정보나 궁금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기 어려웠는데요. 우리가 왕의 기록 중 평소 궁금하다 생각한 이야기들을 무적핑크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가 잘 추려내어 아주 쉽고, 편하게 만화로 재구성했습니다.


3.

이 책의 장점은 조선의 역사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이 책의 큰 흐름이 왕의 재위 순으로 꾸며져 있고, 이씨 가족 패밀리를 그룹별로 묶어 만화를 그리고 있어 내용이 산만하지 않고 난해함이 없이 그냥 책 흐름대로 쭉 읽을 수 있다는 게 커다란 장점이에요. 차 속에서나 비는 시간 틈틈이 소일거리 하듯 읽어 내려가면 된다는 겁니다. 웹툰 모음집이라서 그럴 거예요. 실제 나도 자기 전에 틈틈이 하루 일과 마치듯 조금씩 조금씩 스마트폰으로 웹툰 보듯 읽었지요. 더해서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얻기도 하고요.


4.

그런데, 단점도 꽤 두드러져요. 우선 역사를 평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책의 내용이 가볍다고 해야 할까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깊은 분석과 치열함은 이 책에서 찾아보려 하는 것은 난센스일 거예요. 자기 전에 읽을 수밖에 없는 딱 더도 아닌 덜도 아닌 그 정도. 사실 이 책은 웹툰 모음집이고 형식 역시 옴니버스식으로 에피소드로 구성한 이야기를 카톡 하듯이 이야기를 꾸며 낸 것이어서 그리 농도가 짙은 책은 아닌 것은 자명한 일일 겁니다. 모르면서 속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요. 그리고 아직도 계속 연재되고 있는 웹툰으로 '조선왕조실톡'을 만났던 독자들에게 역시 추천할 책은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스마트폰 어플로 바로 들어가서 에피소드를 무료로 볼 수 있기에, 책으로 사기에는 유인책이 부족합니다. 책은 그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 중요 에피소드 뒤에 역사적 시각과 해설을 덧붙이고는 있긴 하지만 그리 시원한 곳을 긁어주지는 못해요. 분석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짧게 허락돼서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웹툰의 댓글들이 더 심오하고 역사적 해석의 폭이 더 클 때도 있어서 해설보다 더 나을 때가 있기도 하고.


5.

요약하자면 술술 넘어가고 시간 보내는 재미는 있는데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흥미는 덜 느꼈던 웹툰 모음 책인 <조선왕조실톡>은 '읽어도 좋고 읽지 않아도 좋고, 웹툰으로 봐도 좋고', 딱 요만큼으로 정리되는 책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6. 여섯 번째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