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서C Apr 17. 2016

2016. 여섯 번째 책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 오주석 / 솔

그림을 어떻게 살펴봐야 하는지 난 도통 모릅니다. 그래서 작품을 보더라도 그 작품의 해설을 보고 그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구나 하고 말이죠. 이런 사람 류가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가면 가관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둘러봐야 할지 모른 채, 그냥 발이 가는 대로 쓰윽하고 한 번 훑어버리고 '뭐 볼 거 없군'하고 관람의 막을 내리죠. 심지어 유명한 작품을 직접 봐도 '책 속의 사진과 똑같군.'하고 별 감흥 없이 지나가버립니다. 이런 나 같은 막돼먹은 사람들이 참으로 안타까웠는지 오주석은 <한국의 미 특강>이란 책을 썼었더랬죠. 책의 초판이 2003년도에 나오고 내가 이 책을 샀을 때가 49쇄이니 꽤 많이 팔린 인문학 책입니다.


특강이라는 말이 참으로 맞는 책이죠.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새 미술관 큐레이터가 나를 끌고 그림 강의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더욱이 한국인임에도 우리 나라 그림에 문외한인 나에게, 그림 속에 나타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강의하는데 정말 특별한 강의라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될 만큼 기가 막힙니다. 흔히 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정말 복잡하고 난해한 일이고,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은 그 복잡하고 난해함을 대중에게 편하고 쉽게 설명하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읽다 보면 그 어려운 일을 자꾸만 해냅니다. 이 책을 쓴 오주석 선생님이 말이죠.


두 가지 사실에 놀랐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우리 그림을 보는 방식이 참 무지했다는 거에 놀랐습니다. 우리 그림은 서양 그림과는 다르게 접근하고 관찰하여야 합니다. '우리 옛 그림은 대각선만큼 떨어지거나 그 1.5배만큼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p31)고 합니다. 대각선만큼 떨어져 보는 방식은 서양 그림에도 적용이 되는 방식이어서 뭐 당연하겠지만 우리 옛 그림은 꼭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봐야 한다는 것은 몰랐던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우리 옛 선인들은 세로 쓰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모든 글은 다 세로로 왼쪽부터 썼었는데, 아니 지금보다 약간만 더 전으로 거슬러가도 왼쪽부터 세로 쓰기 책들이 꽤 있었던 것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서양식 스타일인 오른쪽으로 가는 가로 쓰기에 익숙해져서 우리 옛 그림도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로 보게 되는 잘못을 범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림이 완전 다르게 보이거든요. 이 책의 다양한 옛 그림 분석 사례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두 번째는 김홍도 그림에 대한 감탄입니다. 김홍도의 그림은 책에서 많이 만났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서민의 모습을 그려서 대단한가 보다 생각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만난 김홍도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감동을 자아내는 예술 작품입니다. 그 시대의 생각을 읽게 하기도 하고, 마음을 남아내는 감정선이 읽히기도 하고, 화가로서의 장인정신을 느끼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눈으로 보는 순간의 장면들을 생각지 못하게 세밀하게 묘사해내는 부분은 압권입니다. 책에 김홍도의 '씨름' 작품을 분석해 놓았는데, 그림 속에 어찌 그리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요.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그림 속에 같이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김홍도의 다양한 그림들이 나와 있으니 그림을 읽고 분석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요약하자면 우리 옛 그림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적게나마 갖출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더 나아가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웠다고 할까요. 적어도 전시회에서 미술 작품을 볼 때는 쓰윽하고 지나가는 일은 잘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작품에 대한 존중과 진지함이 생겼습니다. 더해서 책 읽기도 즐거웠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만큼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아 그렇군. 그래.'하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하나 또 더한다면 이 책에 나와있는 그림 해석 방법과 내용을 수업에 써먹어야겠다는 사심도 생겨버렸다는 것도 이 책을 읽어나갈 때에 또 다른 기쁨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6. 두 번째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