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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Feb 13. 2016

2016. 두 번째 책

사피엔스

[인문역사]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 조현욱 / 김영사


1. 

사람은 누구나 선호하는 게 있나 봅니다. 의도적으로 멀리해도 결국 끌리고 마는 그런 것들 말이죠. 책 읽기의 장르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사실 작년 한 해 소설을 멀리했더니, 이야기와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그리워 올해는 소설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장바구니에 소설류만 골라서 의도적으로 담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이 책이 눈에 계속 맴돌더군요. 결국 가장 먼저 찾아 읽어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시 올해도 이 장르에 더욱 애정이 가겠군' 하는 확신이 들었다는 거예요. 


2.

많은 책들을 읽지는 않았지만, 나름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면서도 지적 만족, 무엇인가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 책들은 손에 꼽습니다. 카프카는 책을 읽는 까닭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깨우기 위해서라고 했다죠. 나 역시 끌리는 책이 그런 책들이었습니다. 시야가 좁아 미처 볼 수 없었던 곳을 보게 해주는 책, 지적인 호기심을 계속해서 자극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책 말입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하냐면, 이 책이 손에 꼽히는 책 중에 하나로 들어갈 수 있겠다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사색하게 만들고, 고민하게 만들고 심지어 가르치는 데 영감을 주기도 했으니까요.


3.

빅히스토리, 즉 역사의 거대담론을 담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책은 꽤 매력이 있는 분야입니다. 문제는 그런 책들은 워낙 거대 담론이어서 쉽게 풀어내지도 다가가지도 못해서 종류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는 거죠. 더욱이 전문가 그룹이 아닌 대중의 입맛에 맞게 쉽고도 호기심이 가득하게 쓸 수 있는 책은 거의 희귀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책이 꽤 대중서로서는 성공한 것이겠지요.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의 내러티브와 꽤 흡사하면서도 다이아몬드의 이야기보다 더 흡인력이 있다고 느끼게 한 하라리만의 글쓰기 방식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장마다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단서를 하나씩  끼워 넣고, 그 단서들이 다음 장의 프롤로그가 되는 듯한 재치 있는 글 쓰기 방식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단언컨대 하라리는 대중이 어떤 방식의 글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고 자신의 재능을 능숙하게 사용해 글을 이어가는 재주가 있어요. 


4.

방대한 우리 종(사피엔스)의 역사를 세 가지 큰 혁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그 세 가지 혁명은 우리가 스마트해진 시기인 인지 혁명,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게 된 계기인 농업혁명, 우리가 폭발적인 힘을 갖게 된 시기인 과학혁명이라고 말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거대한 인간의 역사와 삶을 조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뛰어난 이야기꾼이 망원경을 들기도 하고 때로는 현미경을 들이미는 것 같기도 하고. 기존 지식이 나열되기도 하지만 있는 걸 잘 꿰어내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훌륭한 능력이겠지요. 


5. 

기억에 남는 키워드 두 가지를 살펴보면 '상상의 질서'와 '행복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언어, 종교, 사회, 경제 모든 분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능력,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러한 수많은 질서들이 결국 인간 종을 자연을 정복하게 하고, 모든 종 위에 굴림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동의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행복은 계속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의 모습보다 지금이 더 발전해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예전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절대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복잡한 불행의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행복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하라리의 생각이 기억에 남습니다.


6.

빅히스토리를 다룬 책들을 읽게 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참 하릴없다고 여겨집니다. 거대한 역사 속에서 나란 존재는 어디쯤 있을까라는 생각에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사소함에 목숨 걸기가 싫어지는 거죠. 그래서 이런 장르에 대한 독서는 복잡해 보이고 폭력적으로 보이는 우리가 사는 사회와 각각의 사피엔스들을 너그럽게 보는 힘을 얻는 과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 올해 두 번째 책 <사피엔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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