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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May 29. 2016

2016. 열 번째 책

책과 노니는 집 /  이영서 / 문학동네

1.

<책과 노니는 집>은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입니다. 동화책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쓰였고,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그런데 형식이 쉽지 내용이 쉬운 책은 아닙니다. 시대적 배경이 서학이 들어오던 조선조 후기라는 것도 그렇고, 천주학을 탄압하는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일련의 사건을 깊게 파 들어가지 않고 아이의 시점으로 바라보며 적절한 타이밍에서 발을 빼는 작가의 능숙함이 참 좋았던 책입니다.


2.

동화책이지만 가볍지 않다고 느낀 까닭이, 계속 읽어 나가면서 김훈의 <흑산>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야기의 소재가 둘 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흑산에서는 황사영과 정약전의 이야기, 이 책에서는 홍교리와 장이의 이야기- 를 다루고 있어서 일 것입니다. 동화라는 특성일 건데, 이 책은 아이의 시선에서 담백하고 때로는 아름답게 상황을 바라보고 인물의 감정을 묘사합니다. 반면 김훈의 <흑산>은 사실주의적 문장으로 무장한 치열한 인간적 고뇌와 덧없음이 드러난 작품이지요. 마치 두 작품을 동시에 교차해서 읽는 것처럼 이 동화를 읽으면서 왜 이렇게 <흑산>의 인물들이 툭툭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3.   

여하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 읽기였습니다. 어린이문학상 받은 동화책이라고는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부족함이 없어요. 가독성도 높고, 조선 후기 천주교 탄압을 소재로 무겁지 않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점에 더 점수를 받을만한 작품이에요. 아름다운 동화처럼 장이가 낙심이와 결혼해서 꼭 책방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p78)


"아버지 손에 끌려 어린 나이에 기생집에 팔려 온 아이한테 심청전 이야기를 해 주었어?" 최 서쾌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장이를 바라보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그렇고, 장사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먼저 헤어려야 해." 그제야 장이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깨달았다.(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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