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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Oct 17. 2017

소년이 온다

명확한 폭력,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폭력-

[소설] 소년이 온다 / 한강 / 창비


1.

5.18 민주화운동을 말할 때면 우리나라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가 된다. 그럴 수밖에. 국가가 국민의 동의 없이, 설령 동의를 했더라도 국민을 향해 발포한 것이 어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하물며 발포한 집단이 외부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군대라면 더욱 그렇다. 더욱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출된 권력도 아닌 신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채 권력 행사를 한 정부의 행위를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는 것인가. 유시민이 '법치주의에서 정당성이 없는 국가 권력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라고 단언하듯, 복종을 강요당했던 우리 국민들은 용기를 내어 그것을 거부했던 당연한 그 행위가 왜 폭동의 말로 폄훼되어야만 했던 것일까.


2.

도통 상식적이지 않은 비정상이라고 할 수밖에. 더욱이 아직도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 정보를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지금도 '진실 찾기 진행 중'이라는 서글픈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느 부분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는 그냥 덮어두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도 들고.


3.

사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아픔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 당사자들이 아니면 연민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시대의 아픔을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만이 과거의 진실에 손을 내밀수 있는 것일 테니, 그러하기에 우리가 평생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슬픔에 대한 공감과 공부 아닐까. 5.18의 슬픔에 대한 공부, 그것은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계속해 나가야 할 의무 같은 것이기도 하다.


4.

확신과 함께 물음이 드는 것. 우리 국민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가해자들의 그 집단 어린 광기와 폭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폭력은 어디서 왔을까. 인간 밑바탕에는 약육강식의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어서 발현의 환경에서 그 폭력 인자가 드러난 것이었을까. 아니면 밀그램의 '복종 실험'에서 나타났던 행태처럼 단순히 권위와 권력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복종의 결과물이었을까. 폭력을 행사했던 군인들도 희생자였다면 도대체 무엇이 가해자일까... 얄팍하고 근본 없는 권력을 쥐고 실력을 행사하려 했던 그 쿠데타 세력들만이 가해자였을까. 광주 민주화운동 사진전 속에 아로새겨져 있던 사진과 의문들. 구타하는 군인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5.

한강은 공권력에 무자비하게 학살당한 사람들의 아픔을 섬세하고 세련되게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5.18의 아픔이 그리고 승인받지 못한 권력의 만행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아직도 건재한 만행의 장본인에 대한 분노와  그리고 그 장본인과 계승자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에 대한 측은함이 동시에 일기도 하고.


6.

아직도 진실과 마주하지 못하고 폄훼당하는 광주의 아픔을 한강은 치밀한 고증과 치열한 상상력으로 복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음에도 광주의 생생한 아픔에 어느새 멍해지고 휘청거리게 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그 날 희생당한 영혼과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는 생존자들에게 이 책이 조금의 위안이라도 될 수 있음을, 그리고 아직까지도 반대편에서 매몰차게 매도하는 그들에게도 아픔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소망한다. 그리고 죄지은 자는 죗값을 받는 것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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