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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서C Nov 10. 2017

호모데우스

긴 호흡으로 읽는 미래의 역사

1.

기다렸던 유발하라리의 <호모데우스>가 출간되자 바로 구입했었는데, 이제야 마무리했습니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책은 분명한데, 호흡이 너무 길어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챕터 별로 조각내어 읽고, 마지막에 전체 장을 빠르게 훑어서 그 조각을 맞춰나가는 읽기 방법을 택해서 읽었죠.


2.

빅히스토리를 다루는 책이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데, 그의 책이 두각을 나타내는 까닭이 있어요. 우선 재미있습니다. 재미라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감정이지만 적어도 지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이 책을 들었다면 그의 정교한 이야기에 흠뻑 빠질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각 챕터는 다음 장을 넘어가기 위한 단서가 되고 그 단서를 가지고 퍼즐을 맞추어 읽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그 퍼즐을 맞추면 다시 새로운 퍼즐이 나오고 뭐 게임하듯이 글을 쓰는 느낌이랄까요.


3.

더욱이 현상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각 역사의 사건이 갖는 의미를 재구성하는 하라리만의 방식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사피엔스>에서 나오는 밀 재배 이야기라던가(밀이 종의 번식을 위해 인간의 이용했다는 등), 종의 행복이 단위 객체의 행복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호모데우스>에서 인본주의에 대한 현상 분석과 인간 종에 대한 알고리즘적 해석 등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세련될 수 있나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그 세련됨은 역사적 증거와 다양한 실험 증거를 내놓고 있기에 수긍이 갈 수밖에 없고요.


4.

<사피엔스>에서 '상상의 질서'를 통해 인간이 모든 종을 압도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호모데우스>는 그 압도함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다음 완전체로 넘어가려는 인간을 다루고 있어요. 말 그대로 연작의 개념인데 <사피엔스>가 과거의 역사를 다루는 빅히스토리라면,  <호모데우스>는 우리 미래의 역사를 말하는 예언서적인 느낌에 더욱 초점을 두었습니다. 물론 예측은 증거를 바탕으로 전개하기에 과거 역사를 다시 꺼내 들지만 <사피엔스>에서 말하지 않은 부분이 새롭게 들어 있어 지루하지 않았어요. 특히 과학과 종교, 그리고 인본주의를 해석하는 방식이 '역시 하라리'라고 말하게 되더군요.

5.

말하고자 하는 게 이거예요. 기아, 역병, 전쟁으로부터 멀어져 세계를 지배하게 된 우리 사피엔스는 이제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할 거라고 말해요. 그리고 그러한 추구는 결국 인간을 넘어서는 인간을 탄생시킬거랍니다. 그게 '호모 데우스'죠. '데우스'는 라틴어로 신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데우스적 인간은 결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적 사고에 모든 것을 맡기는 인간을 말하는 거예요. 이때 인간은 '의식'이니 '자유의지'니 하는 인본주의적 사고는 개나 줘버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사실 지금도 우리가 자유의지라 칭하지만 구글의 빅데이터가, 스마트폰이 정보를 알려주고 우리는 마치 그것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듯이 행동할 때가 많잖아요.


6.

물론 모든 시나리오는 가능성이지 '꼭 그렇게 될 거다'라는 예언이 아니듯이, 우리가 그 가능성들 중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폐기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벌써 인공지능이 우리의 지능을 압도하고, 빅데이터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지금, 하라리의 예측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그리고 그 가고 있는 거대한 흐름에 우리는, 아니 나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요.


 [인문역사] 호모데우스 / 유발 하라리 / 김영사




** 이번에 <호모데우스>를 읽으면서 전작 <사피엔스> 서평을 찾아봤는데이렇게 썼더군요. 다시 꺼내 예전의 생각 조각과 현재 생각 조각을 맞춰보는 것, 제가 서평을 쓰는 까닭 중 하나겠죠.

https://brunch.co.kr/@magicsm/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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