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왜 이쁘고, 우리는 왜 이쁜 것을 좋아하나
1. 팝아트의 시작
팝아트는 예술은 어렵고 심오한 것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과 이미지들에서도 충분히 미적인 아름다움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그 직전까지만해도 예술은 숭고하고 심오한 것이었다. 그런 예술의 마지막 대표주자는 잭슨 폴락일 것이다. 그의 추상표현주의 작품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깊은 울림과 예술혼 등을 느낄 수 있는 말 그래도 예술 그 자체였다.
헌데 1950-60년에대 티비가 보급되고, 본격적인 소비자본주의 시대가 열렸다.
기업들은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능한 한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비주얼로 미디어를 도배했고, 상품을 장식했다.
사람들의 감각과 본능을 자극하며 단순한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소위 정체성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부여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기업의 대량생산 능력이 어느순간 소비자들의 대량수요를 넘어서자 공장에는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능면에서는 큰 차별성이 없는 제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시장에 깔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남아도는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기업들이 내놓은 묘책은 광고이다. 그것도 화려한 시각적 자극을 통해 사람들의 소유욕, 과시욕 등을 자극하여 필요 이상의 물건을 사도록 하는 것이었다.
2. 광고의 메커니즘
이 광고라는 것의 메커니즘은 한편 단순하다.
자동차라는 제품을 예로 들어보면, 자동차는 본디 타고 다니는 기계이다. 기능상에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적당한 가격에 적당히 안전하게 움직여주면 그만인 물건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원가 이상의 가격을 메기기 어렵고, 자동차를 한번 사면 완전히 낡아 못쓰게 되기 전까지는 다시 또 새로운 자동차를 팔기가 어렵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동차라는 제품에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어떤 자동차에는 저항과 젊음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어떤 자동차에는 귀족적이고 성공한 상류층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등이다.
그렇게되면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취향과 경제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른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고, 자신이 구입한 자동차의 그 이미지에 실증이 나면 기능적으로 멀쩡한 자동차라도 팔거나 버리고 새롭고 핫한 최신의 트렌드에 맞는 자동차를 다시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광고가 다는 아니고 실제 기능적인 면과 원자재면에서 차이를 보이기는 한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전에 겪어본적 없는 소비자본주의 시대를 갑자기 직면한 많은 사람들은 기업들이 쏟아내는 광고와 시청각적 자극들에 의해 소위 이성이 마비되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고민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저 그 이미지들에 이끌려 똑같은 물건도 수십개씩 사기에 이르게 된다. 대표적인 제품은 의류일 것이다. 사실상 같은 옷이지만 그 외양과 브랜드, 스타일 등에 의해 다 다른 옷이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기획에 의해 비판적 사고를 뒤로한채 이미지에만 현혹되게 되고, 이 모습을 본 일군의 예술가들은 이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영감을 얻는다.
3. 팝아트의 발전
팝아트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앤디 워홀은 아예 자신의 작업실을 factory 라고 이름짓고 실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이 예술작품을 찍어내게 된다.
마를린 먼로의 프린팅을 통해,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은 그 대상에 덧씌워진 이미지이지 그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실제 먼로는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사람이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화려한 생활과 섹스심볼로서만 받아들인다. 즉, 그녀에게 입혀진 이미지로 그녀를 이해하고 소비하지 그녀라는 사람 자체와 본질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그 이유가 인간이 악하거나 멍청해서는 아니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각보다는 감각에 의존하도록 신체 반응 메커니즘을 발달시켜왔다. 감각과 감정신호를 감지하는 편도체의 반응속도는 매우 빠른 반면에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전두엽은 매우 느리게 반응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극적인 시각에 매력을 느끼고 그 자체에서 모종의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팝아트는 이 부분을 아주 날카롭고 창의적으로 파고들었다.
당신들이 감각적 정보들에 마음을 빼앗겨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그 상황을 비판하는 수단으로, 똑같이 감각적인 먼로의 사진을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홀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로인해 관객은 그 먼로의 사진을 보며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일단 매료되고 먼로의 기존 이미지인 화려함과 섹시함을 떠올리며 도파민적 자극을 느낀 후에, 아 이 작품은 그런 나를 비판하기 위한 작품이지 하면서 뒤늦은 자책과 함께 숨어있던 이성을 끄집어 내며 감각을 억누르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쯤되면, 사실 팝아트 또한 결코 가볍기만 한 예술 장르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간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예술이 사회비판의 역할, 그것도 자본주의와 소비행태라는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수단으로 나아간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전제인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잭슨을 볼때 우리는 보여지는 이미지와 스타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 그가 겪었을 아픔이나 사람 자체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반정도는 이성이 마비된 상태라야지만 우리는 조금 더 마음껏 기쁘게 소비를 할 수 있다.
4. 다양한 팝아트
팝아트는 단지 워홀의 이미지 소비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리히텐슈타인 처럼 만화적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그 작가만의 다양한 메세지를 표현하는 많은 작품들이 있다.
예술가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고전적 의미의 예술적 방식(회화나 조각 등)이 아닐뿐이지, 충분한 미감과 함께 적합한 메세지를 품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형태이던지 그것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정신이 팝아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