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잼있다 -살인자리포트- (스포)

호오가 있겠지만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을 영화

by 시간의 옆면
화면 캡처 2025-09-12 150554.jpg


간만에 잼있는 영화를 보았다.


두 시간을 앉아있으며 한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개연성 부분도 영화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류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설정들이 내게는 신선하게 느껴진 탓도 있을 것이다.


내가 라이트한 관객이어서일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두시간 동안 어찌되었든 영화에 몰입하고 따라갈 수 있었고,


그런 기분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특히 한국영화에서는.


조여정은 이미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극에서 정성일과 대화를 이어가며 많은 감정의 변화들을 보여주는데

그 각각의 미세한 변화들이 상당히 볼만하다.


전적으로 그 공간을 지배하는 정성일의 사실상 원맨쇼를 그 상대역으로서 너무 잘 받아주었다.


정성일은 이번 영화로 한국 영화계에 또하나의 개성있고 독보적인 중년 남성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설경구의 어딘가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엘리트와도 다르고, 박해수의 거치면서도 능청스러운 맛과도 다르다.


어딘가 연약해보이면서도 단단하고, 냉정해보이면서도 따뜻하다.

확신을 가지고 고뇌하는 인물이며, 짐을 덜기 위해 짐을 지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정성일이 연기한 정신과의사(이영훈)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설명하고 평범한 사람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할뿐 영화는 그의 삶이 옳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사회고발성 소재와 법체계에 대한 비판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기는 하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의 분노라는 감정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그 자신을 파괴한다. 그리고 그 분노로 부터 해방되는 길은 그 분노를 유발한 자를 파괴하는 길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분노가 사라진 자리에는 다른 감정이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분노를 안고 조금씩 삭이며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분노를 없애고 그 공간을 또다른 감정(어쩌면 나를 비슷하게 힘들게 하는)으로 채울 것이냐.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면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일종의 트릭이다. 이것은 손쉬운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해결책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대부분의 관객이 과연 저기서 최면으로 가는게 맞아? 라고 생각할 것이다. 즉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 외에 인간의 그 간사한 감정의 굴레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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