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음식을 처리하는 방법
딸 둘 엄마의 요리 콤플렉스_제3장 자식을 위한 요리, 나를 위한 요리
식구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처분하는 주부들의 방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남은 음식을 버리는 것과 먹는 것. 난 보통 후자에 속한다. 남은 음식을 버릴 때의 찝찝함이 식구들의 타액을 섭취할 때의 찝찝함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체중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쓸 무렵엔 남은 음식들을 버린 적도 있지만, 몇 번 시도하다가 썩 개운하지 않아 결국 나는 식탁에 내 밥을 아예 올려놓질 않게 됐다. 식구들이 남은 반찬이나 밥이 내 것이 되어 먹는 경우가 많고, 어쩌다 모자라면 내 분량을 채워 먹는 식이다.
자아 존중감이나 우아함은 버린지 오래된 리얼 아줌마의 삶이다. 그래도 어쩌랴? 무엇하나 쉽게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이 내 성격인 것을. 또한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오히려 유리하니 건강에 나쁘지 않다면 내 비위가 따라주는 선에서 실천하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그러다보니 잔반을 버리는데는 일정한 패턴이 생겼다. 처음에 만든 반찬이 냉장고에 들어가 일주일쯤 되면 한번 끓여서 궁합에 맞는 음식과 같이 먹는다. 그래도 처분이 안되면 섞어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다. 물론, 모두 없애는데 성공하진 않는다. 마치 새로 태어난 음식처럼 뽀송거리고 맛있게 재탄생할 때는 뱃속에 기쁘게 안착하지만, 구닥다리 음식 느낌이 나는 것들은 꺼림칙한 상태 그대로 냉장고에 들어간다. 그렇게 남겨진 음식은 냉장고에 수북히 쌓인다. 그렇게 3주쯤 냉장고 생활을 해 신선도도 잃고, 구미를 전혀 당기지 않을 때쯤 되면 이 음식들은 나의 역량 밖이다.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굳이 성격을 제쳐두고도 유용한 무언가를 쉽게 버리는 것은 좋지 아니하다. 살림을 하는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냉장고 속에 있는 음식을 신선하게 조리해서 맛있고 건강하게 만들어 모조리 식구들의 입 속으로 사라지길 바랄 것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쏟은 정성과 자원이 아까운 것은 물론이다. 경제적, 환경적인 부분이야 더 따져서 무엇하랴?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주부들이 집안의 잔반 처리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니 주부들 중에는 버리지 못해 꾸역꾸역 먹느라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많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아무래도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주부들에겐 현실적으로 요원한 일 같다. 그것이 마른 자들에게 몸의 살들을 불린다고 해도, 몸을 더 건강하게 하는지에 기여한다고 해도 노동의 잉여분인 잔반은 썩 유쾌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은 잔반을 줄이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냉장고 청소를 자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냉장고 청소를 해서 못 먹는 음식을 죄다 처분하고, 깨끗하게 유지해서 쾌적함을 맛보면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래서 음식을 쌓아두기보단 빨리 없애는 습관이 굳어진다. 또 청소를 하면서 냉장고 속에 어떤 음식이 있는지 파악하기 쉬우므로 음식이 오래가서 상하기 전에 소비할 확률이 크다.
잔반을 줄이려면 식구들이 잘 먹는 음식을 소량껏 만들면 좋다. 냉장고에 일단 들어간 음식은 웬만큼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면 맛있게 먹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손이 적게 가고 잘 남는다. 그러니 부지런함을 추가하여 매끼 따듯하게 만들어먹거나 조금씩 조리하여 먹으면 남길 일이 적다.
냉장고에 남겨진 음식을 꾸역꾸역 먹기 싫을 때는 '허기'를 이용하면 좋다. 밥을 먹는 시간을 한두시간쯤 늦춰서 허기가 극대화되는 순간, 냉장고를 열면 싸늘히 식은 볶음 요리마저 별미로 여겨진다. 아이들이 없는 혼자만의 점심시간 식구들이 잘 안 먹는 반찬을 여럿 꺼내놓고 부페라 여기고 먹으면 영양보충과 건강에도 제격이다.
버리는 것이 힘들다면 사서 먹는 것도 방법이다. 좋은 음식점에서 사서 먹는 음식은 맛도 좋아 빨리 없어진다. 음식이 남게 된다고 해도 내가 한 것이 아니기에 정성을 들이지 않았으니 비교적 쉽게 버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