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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글 Aug 29. 2016

가을, 이리오너라~

#일상이 나에게 - 그 시절, 가을로의 시간여행


글, 사진 @연결고리

(*해당 글의 링크를 제외한 이미지의 무단사용 합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집에만 있을 거야? 구름이 이렇게 예쁜데?


살랑살랑 간질간질 애교쟁이 말투로 옆구리에 팔을 끼고 졸라대는 가을바람의 귀여운 징징댐이 딸아이 같다.


몸에 배인 것만 같던 열대야에 잠 못 이룬 일상의 피곤함은 까슬대는 한기에 툴툴 털어 환기를 시키고, 뭐에 홀린 듯 무작정 집을 나서본다.


엄마, 하늘 좀 봐! 구름모양이 장난 아니야~


높아진 하늘을 따라 날아가기라도 하듯 딸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다.

텁텁한 짜증기 쏙 빠진 이렇게 상쾌한 외출이 얼마만인가.


자기야, 근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로 가볼까?
...  민속촌 어때? 멀지도 않고, 거긴 벌써 가을일 거야.
아빠, 나도 좋아! 가서 큰 그네도 타야지.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여유롭게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 한국민속.



이리 오너라~


복식호흡 담은 큰 호령 한 번에 '아이고 마님~ 오셨습니까요' 하고 주르르 달려 나올 듯한 대문을 지나, 솜뭉치를 살살 찢어내 뿌려놓은 듯한 파란 하늘 한번 목이 꺾어져라 바라본다.


누가 뿌려놓았니 새하얀 솜털구름


가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마을


오래전 여름방학이면 몇 주일씩 살다오곤 했던 외갓집 시골동네가 생각나는 정겨운 풍경.


"할머니~~ 저 왔어요!"

"오이야~ 왔나?"


딸아이가 천연 염색 체험에서 만든 손수건

딸아이가 제일 좋아했던 천연염료로 손수건 염색하기 체험. 잘 말려서 가지고 왔다. (아쉽게도 무료 아님)




"엄마, 저 조롱박 꼭 책에서 본 고려청자 같이 생겼다, 그치?저거 하나 따가고싶다~"


친정에서 그냥 동그란 박은 많이 봤지만, 요런 호리호리한 '호리병박' 은 처음이라 검색해 봤더니 호리병박을 본떠 만든 청자가 정말 있다.


(상단 우측 이미지: 청자 모란 넝쿨 무늬 호리병 모양 주전자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옹기종기 모여앉은 장독대들은 흑백사진이 더 잘 어울린다




범보다 무섭다는 여름손님 가시고 가을 손님이 오셨나 봅니다.


드러누워 한숨 자고나면 개운하겠다ㅎㅎ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지요? 이 쪽으로 앉으세요.

가을볕이 좋아 문을 활짝 좀 열어두었어요."



처마끝에 달린 풍경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저어 오오. 시가 떠오르는 그림같은~



남편과 나는 어릴적 시골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슬쩍 뒷짐을 지고 느리게 걷는 여유를,

놀이공원을 좋아하던 딸도 오늘만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가을내음 물씬나는 계절시작을 누릴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하고 정겨운 하루였다.


입구에서 쪼르르 달려나온 청솔모도 봤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못 찍었다.ㅠㅠ


"엄마! 오늘은 예쁜 구름도 많이 보고, 청솔모도 보고 진짜진짜 재밌었다. 그치?"


그 시절 가을로의 여행은, 우리 가족이 또 한 계절을 즐기며 살아낼 수 있는 행복한 기운을 내어주었다. 지금의 일상들도 먼훗날 누군가 계절의 시작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기쁨이 될거라 생각하니 괜히 흐뭇해진다.


가을, 이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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