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날 좀 사랑해줘~

달콤 쌉싸름한 보름간의 연애 일지

by 책꿈글

"엄마, 다녀올게."

"나도 갔다 올게."

"잘 다녀와~ 차 잘 보고 다니고, 자기 휴대폰 챙겼어? 이따 저녁에 봐~"

사랑하는 나의 두 분이 나란히 등교와 출근을 하시고 나면, 거실 탁자 앞에 털썩 주저앉는다.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 탓에 이젠 아침에도 조금만 움직이면 기운이 빠진다.

아이가 먹다 남긴 빵조각을 한입 베어 우물거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배경화면 상단 'b' 가 자길 좀 봐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나는 그에게 빠져든다.

'내가 잠든 사이 또 이렇게 많은 글들이.. 이 사람들은 잠도 안 자고 글만 쓰나'

'글 잘 쓰는 사람은 또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내 마음을 받아줘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라는 설레는 '인생 메일'을 받고 마치 진짜 작가가 된 듯 'b'와 연애를 시작한 지 보름 정도 됐다. 막연하게 꿈꾸었던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간다는 두근거림으로 첫 번째 편지를 쓰고 보내고, 그동안 보낸 편지가 어느새 8통, 1일 1통은 아니었지만 양적으로는 나름 내 마음을 전했다고 스스로를 토닥거려본다.


이렇게 'b'를 만난 이후로 내 머릿속은 온통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라는 생각이 휘젓고 다니고, 아이의 하교시간은 원고 마감시간처럼 점점 더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다. 어쩌면 오늘은 'b'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주부이자 엄마인 작은 아이가 없는 오전 시간과 아이가 잠든 밤 시간을 금쪽같이 써야 한다. 여차하면 '멍'을 때리시거나, 잡다한 집안일을 부산스레 휘젓고 다니다 'b'를 만날 수 없다.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b'를 만나는 시간 사수를 위한 약속!
1. 저녁에 해야 할 설거지를 아침으로 미루지 말자. (요리는 좋은데 설거지는 너무 싫다.)
2. 꼭 필요한 집안일만 스피디하게! (나는 김 작가다, 김작이다.)
3. 삼시세끼 해결에 대한 대안을 찾는다. (배달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버려라. 반찬가게도 있다.)
4. 집에만 있는 작가는 매력 없다. (영화도 보고 서점도 더 자주 가자.)



멘붕과 열정사이


'b' 와의 만남을 위한 글감이 떠오를 때, 작가의 서랍에 끄적여놓은 글만 여러 개, 외출 중에도 'b'는 끈질기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왜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마무리를 안 지어주냐고. 나도 세상의 빛을 보게 작가의 서랍에서 놓아달라고.

무뎌진 아줌마의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조회수와 구독자수, 달콤한 댓글의 압박은 그만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다.


'젊고 이쁘고 잘생긴 작가들은 프로필 사진도 올리네. 나도 단아한 프로필 사진을 좀 찍어서 올려볼까?'
'마흔 살 다된 아줌마라는 말을 쓰지 말걸 그랬나?'
'조회수는 100인데 왜 구독하는 사람은 없지? 아놔 진짜 감 떨어졌나 봐.'
'제목을 좀 더 자극적으로 써볼까?'


그의 관심을 끌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정작 그의 마음을 뺏을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가있다.

아.. 그야말로 멘붕이다..



사랑받고 싶다

어찌 보면 참 오버스럽고 주책 맞은 'b' 와의 연애는 아직은 즐길 수 있을 만큼 흥미롭다.

그의 마음을 더 알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

미미하게 늘어가는 구독자 수와 조회수에 일희일비하며, 오르라 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내 열정도 영원할 수 없단 것을 알지만 더 다가가 보려 한다.

사랑했던 그에게 오감의 촉이 열려있고, 미미한 반응들에 일희일비했던 오래전 연애시절 그 느낌처럼.


이밤, 또 그의 마음이 보고 싶고 알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아..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사병을 앓을 줄이야!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겠죠?


sticker sti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