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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Dec 13. 2023

밤길, 손을 떨 만큼

밤길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결정하는 게 신중해진다.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풍경을 고르는 일이 더디어진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특히 눈길은 더 그러하다. 많이 담으면서도 한 컷 한 컷 사진을 담을 때마다 숨이 옅어진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쯤 탁 - 하고 셔터를 놓는다. 숨을 몰아쉰다. 



그렇게 나는 다시 살아남을 느낀다. 그렇게 삶의 속도가 느려지는 기분을 양껏 질껏 마주할 때가 좋다. 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좋다. 오로지 흰 알맹이를 쫓는 가슴이 좋다. 그 어떤 부정의 한숨 없이, 그저, 나 여기에 여전히 살아있다고 건강하다고, 겨울 속에서 작지만 따스한 떨림을 전해 듣는 게 좋다. 밤길, 손을 떨 만큼 셔터를 누르고. 밤길, 손을 떨 만큼 걸으면서. 다시 올 겨울눈 가득한 밤길, 나는, 다시 손을 떨 만큼 모든 게 그러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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