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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Nov 23. 2022

오늘도 셔터를 누른다

내 생애 첫 카메라는 즉석카메라였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바로 인화되어 나오는 사진을 보며 웃고 있을 때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아냐고 부모님께 핀잔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카메라를 아끼고 아끼던 중 학교에서 장학 지원으로 아주 얇은 카메라를 받았다. 그때가 워크맨이 한창 인기였을 때인데 그 카메라는 웬만한 워크맨보다 작고 심플하고 세련된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걸 들고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다녔다. 하지만 기억 속 차가운 셔터음은 나를 만족시켜주긴 어려웠던 듯하다. 용돈을 모아 필름 카메라와 흑백 필름을 사서 뜨거운 여름 땡볕 아래 돌아다녔던 걸 생각하면 말이다. 


그리고 한동안 카메라를 잊었다. 남들 다하는 수능 준비로 바빴고 대학은 대학대로 소모임이나 취업 준비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는 걸로 정신없이 살았다. 학교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에 들어섰을 때에야 남대문을 찾았고 내가 번 돈으로 내 카메라를 처음 살 수 있었다. 시작은 올림푸스였다. 사진 찍는 게 너무 신이 나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밤과 새벽에 한없이 걸으며 셔터를 누르며 다녔다. 휴무는 휴무대로 휴가는 휴가대로 카메라를 스마트폰 보다 먼저 챙기며 집을 나서곤 했다. 그제야 내 맘속 허한 곳이 조금씩 채워지는 듯했다. 마치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못한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듯.


그 후. 후지와 소니 제품 등 브랜드를 갈아탔지만 셔터를 누르는 일만은 시종일관 한 길로 걸어왔다. 중고 카페나 당근 등을 둘러보며 렌즈나 카메라 소모품을 찾고 바꿔도 봤지만 긴 시간 단렌즈를 고집해오고 있다. 그 어떤 렌즈보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단렌즈의 매력에 깊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스킬을 쌓기 보다 국내외 사진작가의 작품이나 사진전을 더 많이 쫓아다닌 듯하다. 이따금 아주 말랑한 사진 강의나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러면서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좋은 사진은 무엇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어떤 종류인지를.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홍대 갤러리 대표의 초청으로 개인 사진전을 열게 되었는데, 내가 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게 제안을 했냐고 물으니,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그 말들 중 오후 네 시를 닮은 사진들이 좋았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오후 네 시라... 하루 중 가장 뜨거운 빛이 사그라들 때, 그 열기가 남아 따스하면서도 편안한 때, 따뜻한 빛이 돌 때, 따뜻한 감성이 커지는 때... 그때를 생각나게 하는 사진작가라는 말에 난 없는 시간도 짜내어 사진전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전문가도 아닌데 무슨 사진전이야 하던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겐 그저 따스한 감성, 따스한 빛만 남아있어 잔잔한 웃음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올해 가을,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부동산 전문 유튜버 단희쌤이 구축한 인강 플랫폼에 사진 기초 강의를 맡게 된 것이다. 바로 인클 - 인생 2막을 위한 4050의 온라인 강의 클래스 플랫폼 - 의 행복 파트의 하나를 채울 수 있게 된 거다. 개인 사진전에 이어 사진 강의라니. 이런 일도 있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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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에 올라간 매그의 스마트폰 사진 기초 강의 [ 상세페이지 바로보기 ]


개인적으로 싫증을 잘 내 같은 걸 하더라도 중간중간 틈을 보며 방법이나 소재를 바꾸며 시도하길 좋아하는 성격인데 그간 사진 찍는 거만큼은 정말 오래 잘 해왔구나 싶었다. 일상수집가의 색을 꾸준히 잘도 찍었다 싶다. 그래서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나 매그는 지속형 일상수집가라고. 늘 일상의 색을 수집한다고. 계속해서 따스한 빛을 기록해 보겠다고. 


이렇게 꾸준히 사진을 찍고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사실, 스마트폰의 발전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DSLR도 무거워 보급형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요즘은 카메라를 두고 나가는 일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상업성 콘텐츠나 중요 홍보와 광고 목적의 사진이 아닌, 일상기록이나 단순한 스케치 촬영 정도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충분하기에. 그래서 계정을 만들어두고 내내 묵혀둔 브런치도, 건드려 보기로 했다. 다른 채널 계정과는 다르게 사진 관련 콘텐츠를 주로 만들어볼 생각으로. 그러니, 나 스스로에게 약속해 본다. 다음 글은 새로 찍은 사진과 그 순간의 생각을 눈 내리기 전에 올려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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