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기 시작
8월 5일 월요일 밤 11시 반,
몽골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오늘, 8월 13일 화요일
나는 몽골공항에 있다.
그리고 내 지갑은 인천공항에 있다.
몽골에 도착하자마자 확인된 부재중 전화
032? 바로 콜백해보니 아까 내가 아침으로 먹었던 크리스피도넛
내 지갑이 거기에 있다고 찾으러 오라고
아 제가 몽골..몽골이라서요.............
다행히 오늘 출발하는 일행이 있어서 염치불고하고 말씀 드렸는데
1터미널이라고 하신다.
내가 먹는 도넛가게는 2터미널인데 하하하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자 크리스피도넛에 두어번 더 전화드렸는데
첫 전화 이후로는 뭐라 설명할지 생각이 안 나서
"저 지갑인데요" 했다.
용케 바로 알아들으시고 빠른 대응 해주셨다.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점원 분께서 유실물센터에 맡겨주시기로 하였다.
지갑을 찾아서 점원 분께 맡겨주신 천사 분께 압도적 감사
받고 전화주신 점원 분께도 압도적 감사
인천공항 고객센터와 유실물센터에도 압도적 감사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어쨌든 지갑은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고
동행 분께서 감사하게도 선뜻 먼저 카드 같이 쓰자고 말씀해주셔서
동행 분께도 압도적 감사 드립니다.
오면서도 그냥 온게 아니다.
새벽 3시 45분에 딱 나섰는데 아니 집에서 70메다 나왔는데
멀티탭 두고 온게 생각나서 다시 돌아가서 챙겨 나와서
리무진 버스 타려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안 될것 같아서 택시를 불렀다.
근데 이상하게 리무진 버스 첫차가 오고 있다고 버스운행정보에 안 뜨는거다.
조금 불안해 하고 있던 찰나에
기사님께서..!
"리무진 버스 타시나요? 제가 n만원에 가드리겠습니다"
리무진 버스 가격+어차피 나올 택시비에 조금 더 보탠 가격이라 바로 콜
덕분에 공항에는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네.. 도넛 먹다가.. 네... 하하 ^^
혈당관리 중이라 기내식도 굳이 당뇨식으로 신청해놓고
아침 7시부터 뉴욕치즈크림도넛을 먹은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리고 이 상황을 전했더니 감사하게 친구가
오늘 쉬는 날이라고 공항에서 지갑 찾아다줄테니
한국 입국하는 날 받으라 그래서
저기 그러면 내가 고맙긴 한데
집까지 걸어가야된다고(지갑에 모든 카드가 있으므로)
어렵사리 거절하였다
얼마나 고마운가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왕복이 어마어마한데
그리고 와중에 몽골 메달리스트를 마주쳤다
제복을 입고 트럼펫을 불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온 분을 모두 응원하게 꽃을 주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어?? 목에 메달이!!
한국에서도 실제로 본적 없는 몽골 메달리스트를 만났다
유실물로 전화하고 있는 와중에 옆에서 라이브로 울려퍼지는 승리의 나발
상황이 너무 재밌었다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지금 몽골공항 의자에서 글을 쓴다
멀티탭
택시
도넛
지갑 분실
몽골
메달리스트
9시간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그래도 지금 무사히 몽골공항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오늘 나는 어떤 선의를 마주한 걸까
선의는 그저 착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상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행하는 것도 포함된다 생각한다
적절한 제안으로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게 해주신 기사님
떨어뜨린 지갑을 찾아서 맡겨주신 천사님
바로 전화주신 크리스피도넛 점원 분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주신 인천공항 직원 분들
지갑을 놓고왔다는 말에 선뜻 찾아다 주겠다고 하신 일행들(아직 일면식도 없는)
몽골에서 같이 카드 쓰자고 먼저 제안해 주신 일행 분
어쩌면 오늘 인천공항에서 검색대를 찾는 외국인에게 길을 찾아준 것
비행기 옆 좌석 분을 도와드린 것
이런 작은 일도 조금은 이어진걸까
선의는 꼭 바로 오는게 아니라
그냥 어떻게든 누군가에게로 간다
마땅히 여유 있게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