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피, 잠시 쉬어 갑니다.

삶에 걷기, 쓰기, 읽기만 남겨 두면 어떻게 될까

by Magnetto

우리 잘하고 있는 거 맞아?

우리가 저지른 일이지만 이 모든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문이 들었다. 그 높았던 자존감은 어디로 가고 ‘아마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몰라’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체코 프라하로 출국하기 전날 친구들이 어떤 기분이냐고 물어왔다. 어떤 느낌을 가져야 할까, 어떤 느낌을 갖는 게 적절할까 고민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수개월을 준비하고 계획했지만 하루아침에 도망치듯 떠밀려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모른척할 수 없었다.


12시간 비행, 3시간 환승, 다시 6시간 비행 끝에 체코에 도착해했다. (외국에 나가서 아프지 않은 적이 없기에)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한동안 감기 몸살로 고생했다. 출국 전 급하게 구입한 상비약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벌써 한국이 그리워졌다.


다행히도 감기가 나아갈 즈음부터 평범한 휴가인 듯 조용한 나날이 이어졌다. 아침과 저녁은 정성껏 준비해 함께 먹었고, 점심은 필요에 따라 각자 알아서 해 먹었다. 안온한 일상에 감사하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체코에서의 일상, 마당에서 조용하게 앉아있기


(한창 일할 나이에 이게 잘하는 짓(?)인지 도저히 모르겠지만)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일 년이라는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조금씩 실감이 난다.

내가 정말 일을 그만두었구나


하지만 나는 아직도 삶에 대한 의무감과 해방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일을 쉬는 동안 예산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하고, 혹여나 놓치고 있는 일은 없는지 살펴보고, 제일 중요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아 나서는 것도 과제로 남아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을 떠나오면 끊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과감하게 한국에 있는 모든 짐을 정리하고 떠나왔는데 생각처럼 간단하게 떨어져 나갈 것들이 아니었다. 삶을 더욱 단순하게 만들고 싶었다.


걷고, 읽고, 쓰는 행위만을 남길 생각으로 나 홀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순례길에 올라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삶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늘은 길을 걷다가 매일 야금야금 써오던 글을 옮겨 적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순례길에 오른 지 2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외로워진 것일까? 이유가 어찌 되었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오늘부터 차례로, 생각의 흐름을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