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전하지 않을 편지

by Magnetto

당신을 A라 부르고 싶은 이유는

당신이 나의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어리숙했던 처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 누군가 옆구리 한 번만 찔러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던 그날, 저는 결국 당신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는 말을 했지요. (지금에서 하는 말이지만, 그 말처럼 순수한 말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신은 우리가 헤어진 이후로 딱 한번 전화를 주셨어요. 스쳐간 인연이 상당히 많았을 텐데 잊지 않고 연락을 주셔서 어찌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아마도 저의 어리숙했던 처음 모습을 알고 계셨기에 걱정하는 마음이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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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밝고, 활기찹니다. 다만 그때보다 나이가 들었고, 잘 울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고백하건대, 당신과 함께하던 때에는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고,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잠을 자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미루며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무르익지 않고 시들어 갔습니다.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어서 일까요. 어느 순간, 시들어가는 저를 도저히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얼마 전부터 시들어버린 잎사귀를 뜯어내어 거름으로 쓰고 있습니다. 다시 새로운 싹을 틔워내야지요. 어린 시절, 당신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 모두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 제가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피어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예요)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A, 정말 감사합니다. 또 연락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