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는 어쩌다가 오게 된 거야?
“그냥,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이유를 수도 없이 얘기했다. 처음에는 두리뭉실했던 단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구체적인 이유들이 만들어졌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다 보니 동전을 넣고 원하는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음료수가 나오는 자판기처럼 술술 그럴듯한 말들을 잘도 뱉어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는 것은 순간의 질문들을 모면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순례길 거의 막바지에 다 달아서다.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왜 이 순례길에 오르게 되었을까.
아마도, 삶을 조금 더 단순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저 읽고, 쓰고, 걷기만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산티아고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계획도, 대단한 결심도 없었다. 그저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마음 하나에 이끌려, 겁도 없이 혼자 짐을 싸서 길을 나섰다.
어쩌면 그 시작은, 단순히 ‘쉬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걷는 일과가 끝나면 다음날 또다시 얼마를 걸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자고, 남는 시간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가끔씩은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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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아침 6시, 준비를 마치고 출발해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누가 누가 빨리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나’ 하는 경주라도 벌어진 듯한 착각이 든다.
항상 마지막까지 남겨진 나는 숙소에서도, 길에서도 외롭고 느린 순례자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일과는 더욱 단순해지고, 안정을 찾아갔다. 조용하다 못해 때로는 지독히 외롭기까지 한 삶이지만, 그만큼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만족스러워, 이대로라면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완벽에 가까웠던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