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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읊다 May 05. 2024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는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다룬 책 <규칙 없음>을 읽었다. 읽는 동안 계속해서 '이게 가능하다고?'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넷플릭스에서는 1) 인재의 밀도를 높이고 2) 극단적으로 솔직함/투명성을 유지하며 3) 그에 따라 직원들의 생산성을 방해하는 규제는 없애는 조직 문화를 추구한다고 한다. 사실 규제가 거의 없는 회사를 상상하기도 어렵고, 따라서 그런 회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그런 조직 문화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는 휴가 규정도 없고 구매와 관련된 규정도 없다. 어뷰저가 있지 않을까? 어뷰징까지는 아니어도 불필요하게 회사의 비용이 낭비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혹은 알아서 잘 통제하면서 일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 간에 갈등은 없을까? 


이 모든 것이 허용되는 전제 조건은 (이 책에 따르면)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재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개 취업 규칙에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사유들이 명시되어 있다. 우리 회사의 취업 규칙을 찾아보니 '업무상의 무능'으로 인한 해고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그와 같은 사유로 해고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회사에 지대한 금전적인 손해를 끼쳤거나, 누구에게 물어도 나쁜 놈 소리를 들을만한 짓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지 이 사람의 기술력이나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유로는 해고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해고하기가 쉽든 어렵든, 회사가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그 회사가 인재들이 일하고 싶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우선 회사에 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이 회사가 어떤 것을 수단으로 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지, 왜 그것이어야 하는지, 경영자의 뇌피셜이거나 단지 요즘 트렌드여서는 아니었으면 싶다. 기왕이면 그 비전이 직원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같은 목표를 향해서 능력 있는 다른 팀원들과 힘을 합쳐 일할 때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좋은 성과가 나왔다면 직원들과 그것을 나누었으면 한다. 꼭 연봉이나 성과급이 아니어도 직원들이 충분히 '이 회사는 성과에는 확실히 보상을 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정리하자면, 나에게 있어서 좋은 회사란 소속감과 성장감을 주고, 다른 직원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신뢰감, 그리고 더 큰 목적에 헌신한다는 가치를 제공하는 곳이다, 적정한 보상과 함께.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아직 나에게 그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작은 조직의 리더로서 내가 맡은 조직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개인기로 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협소하며, 우리 조직을 둘러싼 상위 조직으로부터 받는 제약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볼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는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선명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 목표를 방해하는 요소를 적절히 다루는 것.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드러내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을 모두가 실천할 수 있게 '문화'를 형성하는 것. 그러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는 일은 절대로 게을리하지 말 것. '문화'를 해치는 사람이 있을 때 이를 단호하게 저지할 수단(과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제 2년 차 매니저니까. 많이 고민하고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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