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그리고 제주 여행 에필로그
지난 9월부터 식단 조절을 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체중 감량을 위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극단적으로 먹는 양을 줄였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 나의 나이와 키, 몸무게, 그리고 평소 활동량을 기반으로, 약간의 감량을 하기 위해 하루에 1600kcal 만 섭취하기로 했을 뿐이다. 그리 어려운 일일 수 없는 게 나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고 음료나 간식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서, 식사 양을 크게 줄일 필요가 없다. 앱을 통해 먹은 음식을 기록하고, 뭔가를 먹을 때마다 이후 먹을 식사의 종류와 양을 조금 더 고려할 뿐이다. 가장 큰 변화는 햄버거와 튀김옷이 입혀진 치킨류를 예전만큼 자주 먹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 정도다. 아무래도 1일 1 맥주까지는 포기할 수 없으니, 하루 동안 맥주 한 캔 분량을 제외하고 가능한 정해진 칼로리 내에서 섭취하고 하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나 감량 효과가 잘 느껴지지 않기에, 식단 조절과 더불어 유산소 운동 시간을 늘렸다.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가서 30분 동안 러닝머신을 뛰는데, 잘 뛰는 날은 30분 동안 4.5km를 뛴다. 5월에 처음 운동 시작을 했을 때는 1.5km 가 목표였고 그 거리를 뛰는데 20분 정도 걸렸다. 몇 달 동안 조금씩 뛰는 거리와 시간을 늘리면서 호흡이 많이 안정되고 다음날 다리의 피로감이나 근육통은 사라지게 되었다. 9월 당시의 몸무게보다는 한 달 사이 대략 1.5kg 정도가 빠진 것 같다, 제주 여행을 가기 전까지의 기록으로는.
3박 4일의 제주 여행이 끝났다. 어젯밤에 맥파이 탑동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미리 사둔 맥주와 안주를 먹었다. 그게 새벽 2시 가까이 이어졌고, 술을 제법 먹고 잠든 날은 늘 그렇듯 잠을 설쳤다. 비몽사몽간에 꿈을 꾸었는데, 회사 노트북에 설치되어 있는 무슨 프로그램 (아마도 백신 등 보안 프로그램)이 특정 게임과 충돌을 일으켜 노트북이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고치려고 동분서주하는 내용이었다. H에게 꿈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이미 무의식부터 내일 출근을 준비하는 거냐며 웃었다. 원래 하는 일과 무척 비슷한 내용이기도 해서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호텔 조식을 먹고 바로 출발했는데, 공항 가는 길에 원래 오메기떡을 사려고 했던 떡집이 닫아 결국 떡은 먹지 못했다. 동문 시장이 숙소와 가까워서 다른 떡집이라도 들를 수 있었다며 H는 두고두고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주 공항에는 사람이 많았다. 왜 이렇게 시장판이지, 하고 생각했는데 줄줄이 비행기가 연착하고 있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의 바로 앞까지도 연착이길래 당연히 우리 비행기도 연착이 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운이 좋은 건지 제시간에 출발했다. 비행기가 뜨자 그때부터 속이 좀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멀미를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그저께 머리가 너무 아파서 속도 좀 안 좋았는데 그 기분이 이어지는 것만 같았다. 막상 착륙하고 나서는 허기가 느껴져 공항에서 라면과 김밥 등을 먹고 성남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혼자가 되니 피로가 몰려와, 간간히 졸면서 집까지 돌아왔다. 돌아온 북쪽 나라에는 만추가 길을 덮고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짐만 정리하고 잤다. 오후 5시 정도부터 잤는데 세 시간이나 자버렸다. 눈을 뜨니 목 감기 느낌이 났다. 저녁을 먹고 약을 먹어야 한다. 어차피 여행을 하면서 칼로리 기록하기는 힘드니까 오늘까지는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피자를 시켰다. 작은 사이즈의 피자를 시키면 반 정도 먹는데(작은 세 조각), 오늘은 두 조각 먹는 것도 조금 힘들었다. 반 조각 정도만 더 먹고 입이 느끼한 기분이라 맥주를 좀 더 마셨다. 여행 때문에 미뤄둔 알쓸신잡을 보고 났는데도 아직 속이 출렁 거리는 느낌이다. 소화 불량인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여행하는 동안 모든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고 있어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물론 점심과 저녁도 다 먹는다. 맥주도 평소보다 많이 마셨고, 통닭이라던가 핫도그 같은 것을 먹었다. 먼젓번 숙소에서는 조식으로 토스트를 제공했다. 스타벅스에서도 제주 한정이라고 시킨 음료에 크림도 듬뿍 들어가 있지 않나, 케이크도 두 번이나 먹었다. 많이 먹으려고 작정한 것은 아니고 맘 편하게 먹으려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는 평소의 식습관과 매우 거리가 멀어 위장이 고생을 한 모양이다. 원래 밥을 안 먹던 시간에 먹고, 밥순이 체질인데 계속 밥은 안 들어오고 빵이나 케이크 같은 게 들어오니 속이 편치 않을 수밖에.
여행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게 그리 쉽지 않다 보니, 여행 때는 대체로 몰아서 뭔가를 하고 싶어 진다. 제 아무리 쉬엄쉬엄 무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움직여도 그렇게 된다. 몰아서 맛있는 것을 먹고, 몰아서 걷고, 몰아서 경험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할 때라면 그래도 소화가 된다. 이번에는 여행 직전 몸살감기 때문에 약해진 상태여서 몸이 과도한 경험을 소화하지 못한 것 같다. 30일 글쓰기 덕분에 매일매일 걸었던 것과 생각했던 것을 즉시 남기면서, 그나마 여행의 즐거움 자체는 온전하게 기억할 수는 있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몸의 스케줄을 일상에 맞춰야 한다. 고민하지 않고 먹던 즐거움은 내려놓는 대신, 조금 지루해지는 대신, 반복을 통한 건강을 찾을 것이다. 감기 기운이나 소화 불량이 이어지면 화요일에 러닝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아마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내일 아침에 체중계 위에 올라서는 것도, 출근 지하철에 몸을 끼워 맞추는 것도 두렵지만, 돌아갈 일상이 있다는 것은 나름 안도감이 느껴진다. 내가 제주에서는 그렇게 많은 것을 느끼고, 궁금해하고, 걸었던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여행이라는 경험이 서서히 소화될 것이다, 일상을 살아 내는 동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