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21화. 새로운 시작

by 부지깽이


※ 회색으로 흐릿하게 처리된 부분은 새벽에 공개한 <제21화. 망각이라는 축복>과 같습니다.

카론과 에밀리, 쏠과 넬은 평생 잊지 못할 유쾌한 캠핑을 마치고 돌아왔다.

카론은 전보다 더 바빠졌다. 쏠과 넬을 위해 시골집으로 온 덕분에 걸어서 다니던 학교를 차를 타고 한 시간이나 가야 했다.

하지만 카론은 아무 불평 없이 매일 아침마다 두 시간 더 일찍 일어나 ‘완벽한 집사’로 변신해 쏠과 넬을 챙겨주고 학교로 향했다.


카론은 오전엔 마지막 학기 수업을 듣고, 오후엔 동물보호센터에 가서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캠핑장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에밀리와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학점을 따기 위해 월·수·금요일에만 마지못해 찾아가던 센터가, 이제는 매일매일 즐겁게 찾아가 에밀리와 함께 일하며 ‘꽁냥꽁냥’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가 됐다.


‘방울소리 5분 대기’에서 벗어난 쏠과 넬은 긴장이 풀렸는지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았다. 녀석들은 밤에는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새벽에 귀가하기 일쑤였고, 느지막이 일어나 카론이 갈아준 신선한 사료와 간식을 배불리 먹고 낮잠을 늘어지게 잤다.


카론이 등교하면서 녀석들이 들으라고 일부러 목청을 높여 ‘정말,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라니까!’ 장난스럽게 투덜대도, 녀석들은 바구니 침대 안에서 눈만 껌뻑거리면서 들은 체 만 체하다가 어서 학교나 가라고 살짝 든 앞발을 까딱거렸다.

특히 넬은 취미인 달 구경을 하다가 만난 수컷 길냥이 ‘칸’과 썸을 타기 시작했다.

쏠은 그런 넬을 보며 “벌써부터 연애질이냐?”며 타박했지만, 간섭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팔자 좋고 평화로운 3주가 흘렀다.


일요일 점심 무렵, 카론과 쏠, 넬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셋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자신들의 테마곡 루이 암스트롱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을 들으며 잡담을 나눴다.

쏠이 카론에게 넬의 ‘연애질’을 폭로하자, 넬은 “흥! 남이야 달을 보든, 별을 세든… 부러우면 너도 하든가!”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쏠이 “쳇! 니 맘대로 해! 나도 나름 바쁘거든~”하고 맞받아치자 카론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녀석들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한마디 했다.

“니들 남 아냐. 남매야!” 그 말에 셋은 거실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카론이 문득 말했다.

“아이리스는 잘 계시겠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따르릉! 따르르릉~” 쏠의 방울이 울렸다.

“아이리스다!”

쏠과 넬이 동시에 외쳤다. 셋은 서둘러 쉼터로 갈 채비를 했다.


그때 카론의 휴대폰이 울렸다. 오후에 데이트하기로 한 에밀리였다.

카론은 에밀리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쏠과 넬이 아이리스의 호출을 받았어. 지금 게이트하우스로 가야 해!”

카론의 목소리에서 무언지 모를 긴박함을 느낀 에밀리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갈게! 거기 가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넷은 카론의 차를 타고 게이트하우스로 향했다.


게이트하우스는 그대로였다. 쏠과 넬이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고, 카론이 에밀리의 손을 잡고 따라 들어왔다. 마당엔 어느새 잡초가 많이 자라 있었다.

쏠이 앞발로 카론의 손을 툭 치며 “우리, 금방 다녀올게!”라고 말했다.

넬도 에밀리에게 윙크하며 “우리 카론 괴롭히지 마!”라며 귀여운 경고를 날렸다.

인사를 마친 둘은 재빨리 뒷문을 통해 숲길로 뛰어갔다. 카론과 에밀리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때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콰르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가 쳤다.

눈 깜짝할 새, 온 세상이 아주 잠깐 흰 빛으로 뒤덮였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카론과 에밀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둘의 눈빛은 혼란스러웠다.

‘여기가 어디지?’, ‘우리가 왜 여기 있지?’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치고, 세상이 흰 빛으로 뒤덮인 찰나의 순간에 그들은 소울 가이드, 쏠과 넬, 그리고 게이트하우스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었다.

둘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주인 없는 빈집에서 나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익숙한 숲길을 뛰어가는 쏠과 넬의 마음속엔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맴돌았다.

쉼터에 도착해 카페 문을 열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아이리스가 손짓을 했다.

“어서 오너라. 얘들아! 잘 놀다 왔지?”

녀석들은 오랜만에 보는 그녀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다.

넬이 고개를 들어 “보고 싶었어요, 아이리스! 잘 지내셨어요?”라고 물었다.

쏠은 말없이 아이리스와 눈을 맞췄다. 둘의 눈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쏠과 넬은 한참 동안 재롱을 떨다 포옹을 풀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

둘의 눈에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짙은 구릿빛 피부색을 가진 흑인 여성이었다.

짧게 쳐올린 머리카락,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이었다.

아이리스가 미소 지으며 서로를 소개했다.


“이쪽은 니키란다. 얘들은 쏠과 넬이고….”

그녀는 쏠과 넬에게 니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니키는 소방관이란다. 나이는 스물 아홉이고….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해 빠져 나오다가 고양이 소리를 듣고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단다. 한쪽 구석에서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갔지. 고양이를 품에 안고 내려 오다가 연기에 질식돼 고양이를 창문 밖으로 던지고 쓰러졌단다. 동료들이 그녀를 구했을 때는 이미 코마 상태였지.”


아이리스의 이야기가 끝나자 쏠과 넬은 깊이 감동했다.

화재 현장에서 고양이를 구하고 코마에 빠진 소방관이라니….

둘은 문득 카론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들을 구하고 코마에 빠졌던 카론처럼, 니키도 용기와 책임감을 가진 소울 가이드가 될 운명이었다.

그렇게 니키와 쏠, 넬은 새로운 팀이 되어 게이트하우스로 내려왔다.


지하실에는 카론 때와 마찬가지로 니키의 몸이 투명한 냉동캡슐 안에 잠든 듯 누워 있었다.

니키는 자신의 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거실로 올라와 집 안 곳곳을 흥미롭게 둘러봤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공간, 고양이들의 흔적이 느껴지는 아늑한 분위기.

니키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소파에 앉아 니키를 보고 있던 쏠과 넬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분은?” 니키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놀람과 당혹감이 담겨 있었다. 깜짝 놀란 쏠과 넬이 니키에게로 뛰어왔다.

그녀는 장식장 위에 세워져 있는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쏠과 넬이 그동안 함께 일했던 소울 가이드들과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 끝부분에 잭슨과 찍은 사진, 카론과 찍은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쏠이 물었다.

니키는 사진 속 잭슨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분… 한 달 전에 돌아가신 우리 외삼촌이야. 코마 상태로 몇 달 지내다가 끝내 못 깨어나셨는데….”

니키의 말에 쏠과 넬도 깜짝 놀랐다. 넬이 조용히 말했다.

“잭슨 아저씨는 저희랑 같이 일하시다가 천국으로 가셨어요.”


니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랬구나. 참 좋으신 분이었는데….”

그녀의 눈가에 희미한 물기가 맺혔다.

“맞아요! 참 따뜻하고 지혜로운 분이셨어요.”

쏠과 넬도 고개를 끄덕였다.


쏠과 넬은 잭슨이 카론처럼 일곱 영혼을 안내한 후 선택권을 받아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지 않고, 징검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올라갔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건 아이리스의 몫이란 걸 둘은 잘 알고 있었다.

사진 속 잭슨은 코마에 빠지기 전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니키는 외삼촌의 사진을 보며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외삼촌이 소울 가이드였다니… 나도 외삼촌처럼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쏠의 목에 걸린 방울은 울리지 않았다.

게이트하우스에 내려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 니키는 집에만 있으니 갑갑하다며 쏠과 넬에게 스틱스 강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셋은 숲길을 걸어 스틱스 강에 갔다.

강가에 매어둔 펀트의 뱃머리에는 카론의 이름 대신 ‘Nikki’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니키는 펀트에 올라 장대를 쥐어 보다가 강 건너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모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강을 좀 더 둘러보고 싶다며, 쏠과 넬에게 먼저 카페에 가 있으라고 말했다.


쏠과 넬이 오솔길을 걸어 카페 문을 열었을 때 아이리스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쏠과 넬은 살금살금 다가가 그녀 앞에 앉았다.

넬이 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럴 때 보면 여신이 아니라, 영락없는 이웃집 할머니라니까….”

쏠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앞발을 들어 입을 막았다.

그 모습을 보고 눈총을 쏘던 넬이 문득 중얼거렸다.

“카론은 잘 지내겠지?”

그 말에 쏠도 작게 한숨을 쉬었다.


쏠과 넬의 눈에 서서히 슬픔이 차올랐다.

녀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떨궜고, 넬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어느새 눈을 뜬 아이리스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손을 내밀어 녀석들의 처진 어깨를 토닥였다.

쏠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고개를 들고 물었다.

“아이리스… 기억을, 꼭 지워야 했어요?”


그녀가 주름진 손으로 녀석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쏠, 넬…. 너희에게 카론과 보낸 시간들은 정말 소중하겠지. 카론에게도 그럴 거야. 하지만 현실 세계의 카론에겐 이곳의 기억이 버거울 때가 생길지도 몰라. 이곳으로 도망치고 싶을 수도 있고… 그래서 비워내야 해. 그래야 카론이 더 가볍게, 더 환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거든.”

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카론에게 망각은, 새로운 삶을 위한 축복이란다. 이곳의 기억을 잊어야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어.”

쏠과 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슬픔과 그리움은 여전했지만, 눈빛에 담겨 있던 안개는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아이리스는 잠시 둘을 바라보다가 무엇이 떠오른 듯 ‘씨익’ 웃었다. 그녀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쿡 눌렀다. 그것은 작은 리모컨이었다.

카페 한쪽 벽에는 못 보던 대형 TV가 걸려 있었다.

그녀가 버튼을 한 번 더 누르자, 화면이 켜지고 카론과 에밀리의 모습이 보였다. 동물보호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둘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아이리스가 넬을 힐끗 보며 말했다.

“저거 내가 수천 년 동안 푼푼이 모은 쌈짓돈 털어서 산 거야. 앞으로 당분간 아이스 퓨레는 꿈도 꾸지 마.”

“엥? 아이스 퓨레 못 먹으면 뇌가 안 돌아가는데…”

넬이 울상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넌 생각 없이 살면서 무슨 소리야!”

쏠이 넬을 타박했다.

넬이 쏠을 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아이리스에게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그래두 츄르는 주실 거죠? 무지개 맛 츄르 떨어지면 안 돼요!”


아이리스는 넬의 뻔뻔한 요구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다가, 앞치마 주머니에서 작은 막대기 같은 걸 꺼냈다.

“무지개 맛 츄르는 비싸! 대신 요걸 주지. 이번에 나온 간식이야. 무지개 건조 스틱!”

쏠과 넬의 눈이 반짝였다. 넬은 벌써 입가에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가 스틱을 뚝 잘라 녀석들에게 내밀었다. 쏠과 넬은 냉큼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 씹었다.

처음 맛보는 다채로운 달콤함에 녀석들의 꼬리가 신나게 흔들렸다.


그때였다. 아이리스가 입을 가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보라색 떼먹은 건 모를 거다 요놈들아! 고양이 간식이 참 맛있단 말야.”

먹는 데만 집중하느라 그녀의 표정을 놓친 넬과 달리,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쏠은 들고 있던 스틱을 살펴봤다.

스틱의 끝부분, 보라색이 없는 것을 확인한 쏠이 넬에게 말하려는 찰나, 그녀가 재빨리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쉿!’ 하고 경고했다.

쏠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넬은 여전히 황홀한 표정으로 작은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넬을 보고 웃던 아이리스의 얼굴에 짓궂은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가 ‘씨익~’ 웃으며 리모컨 버튼을 한 번 더 누르자 화면이 바뀌었다.

카론의 시골집이 있는 마을 큰길 한가운데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무지개 스틱을 오물거리던 넬이 입에 든 걸 꿀꺽 삼키고 소리쳤다.

“칸이다!”


화면 속 칸은 고개를 뻣뻣이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 마을의 왕이라도 된 듯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칸이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돼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잠시 뒤, 막다른 골목에 갇힌 칸이 보이고, 발톱을 잔뜩 세우고 그를 둘러싸는 암고양이들의 모습이 화면 가득 비쳤다.


“저 바람둥이! 내가 저럴 줄 알았어.”

쏠이 통쾌하다는 듯 말했다. 썸 타던 칸을 그리워하다가, 칸이 도망치자 당황하고, 이내 분노로 바뀐 넬의 표정을 곁눈질하던 아이리스도 입을 가리고 "호호호" 웃었다.

옆에서 들려온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려 아이리스의 얼굴을 본 넬이 억울한 표정으로 뛰쳐나가려 할 때, 니키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가 넬을 보며 ‘무슨 일이야?’ 하는 얼굴로 다가왔다.


그 때 “딸랑! 딸랑~” 쏠의 방울이 요란하게 울렸다.

곧이어 “부르르! 부르르르~” 넬의 방울도 강하게 떨렸다.

쏠과 넬, 니키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셋은 망설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스틱스 강 아래쪽에서 검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번개처럼 치솟아, 아이리스가 무지개 채찍으로 결박한 악마를 던져버린 강 한가운데로 쑥 꺼졌다.

잠시 후, 강 한가운데가 부글부글 끓더니 무언가를 감싼 듯한 거대한 형상이 솟구쳐 올랐다.

검붉은 연기 사이로 핏물 덩어리가 뚝뚝 떨어져 강물을 물들였다. 그것은 쉼터 쪽으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방향을 바꿔 강 아래쪽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3Guides 히든 스토리> 악마의 독백 2


나는 Baal.

세 개의 머리를 가진, 타락한 신이자 지옥의 첫 군주.

황소의 힘, 고양이의 교활함, 개구리의 끈적끈적한 집착으로 어둠을 지배하고 악마들을 거느려 왔지.


여섯 개의 눈으로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보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눈은 늘 한 곳만을 응시했지.

그것은 바로 너, 바탈!

모두에게 천대하던 내 아들.

사생아라며 온갖 괴롭힘을 당하던 불쌍한 내 새끼!


나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했지만…

너의 고통에 찬 비명을 날카로운 쇠말뚝처럼

내 심장 깊숙이 찔러 넣었다.

네가 어둠 속을 헤매다 사라졌을 때

난 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몰래 삼키며 울었다.

네가 날려 보낸 루어에게서 진실을 알게 됐을 때

나는 내 모든 걸 걸고 맹세했다.

너를 잡아 동굴에 가둔 아이리스,

그리고 탈출한 너를 다시 검은 소용돌이에 던져버린

그 늙은 년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겠다고….


그리고 오늘, 지금 이 순간...

나는 드디어 너를 그 더러운 빛 속에서 꺼냈다.

네 눈빛 속에 나를 닮은 핏빛 분노가 불타고 있더구나.

바탈! 사랑하는 내 아들아.

드디어 때가 왔다.

아이리스의 무지개를 찢고, 쉼터를 파괴해라.


자! 먼저 나를 삼켜라.

나는 기꺼이 네 먹이가 되리라!

그 힘으로, 사막에 가서 네 어미를 잡아먹어라.

그리고… 세상의 모든 빛을 집어삼켜라.

남는 건 오직 어둠뿐이리라….





결말을 부득이 3가지 버전으로 내놓은 건

이 소설의 '쓸모'에 따라 결말이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번거롭게 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


〈3Guides〉는 3시즌으로 설계됐습니다.

카론의 이야기가 '시즌 1'이었습니다.


'시즌 2' 〈3Guides : Nikki & the Cats〉에서는 이야기 속에서 훌쩍 자란 쏠과 넬이 새 파트너 니키와 함께 눈물-콧물-배꼽 강탈하는 감동-코믹 스토리를 써 내려가면서, 바알과 바퀸을 삼킨 바탈에 맞서 영혼들과 쉼터를 지키는 코믹-힐링-다크 판타지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즌에서는

깜짝 놀랄 새 파트너가 등장해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입니다.


<3Guides : Karon & the Cats>를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ㅡ 부지깽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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