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로 끄적인 얼렁뚝딱 창작동화
설중홍 호쌍묘(雪中紅 護雙猫)를 아시나요?
깊은 겨울, 온 세상이 흰 솜이불을 덮은 듯 고요한 잠에 빠져들었어요.
숲은 맑고 차가운 공기 속에 숨을 죽이고, 모든 생명은 긴 침묵 속에 머물렀지요.
하지만 이 차가운 고요함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피어나는 작은 공간이 있었으니, 바로 동백나무 숲 앞에 자리한 아담한 오두막이었습니다.
오두막의 굴뚝에서는 마치 희망의 숨결처럼 쉼 없이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어요,
오두막 안 벽난로가 타닥타닥 정겨운 소리를 내며 훈훈한 기운을 뿜어냈거든요.
이 작은 오두막에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마음이 따뜻한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어요.
듬직하고 차분한 츤데레 상남이와, 활발하고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 모카였지요.
이 둘은 이 숲의 가장 깊은 곳, 하얀 눈밭 위에서 불꽃처럼 피어난 설중홍(雪中紅), 즉 눈 속의 붉은 동백꽃들을 지키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은 설중홍호쌍묘(雪中紅 護雙猫)였답니다.
상남이와 모카는 이 꽃들이 곧 다가올 따뜻한 봄의 약속이자, 겨울을 견디는 모두의 희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설중홍에게는 세 가지 무서운 위협이 있었어요.
첫 번째 위험은 바로 거센 눈보라였어요.
숲 전체를 흔들고 꽃잎을 찢으려 드는 사나운 바람이 몰아칠 때면, 상남이와 모카는 망설임 없이 오두막 뒤편에 고이 접어두었던 커다란 천막을 들고 동백나무 숲으로 달려갔어요.
둘은 재빠르게 천막을 펼쳐 동백꽃 위를 덮었어요,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천막 끈을 온몸으로 꼭 쥐고 꿋꿋하게 버텼답니다.
상남이는 굵은 팔다리로 팽팽한 끈을 붙잡았고, 모카는 작고 단단한 발로 끈을 꽉 움켜쥐었지요.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지만, 동백꽃을 지키겠다는 뜨거운 마음으로 눈보라가 잦아들 때까지 서로를 격려하며 묵묵히 눈보라를 이겨냈어요.
두 번째 위험은 동박새들이었어요.
따뜻한 꿀이 있는 동백꽃 주변은 굶주린 동박새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죠.
새들이 동백꽃의 꿀을 너무 많이 먹어버리면, 꽃은 씨앗을 맺을 힘을 잃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상남이와 모카는 새들을 무조건 쫓아내지 않았어요.
대신, 동박새들이 너무 오래 머무르면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당부했어요.
"친구들, 이 꽃은 모두의 것이지만, 미래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 몫도 있어" 라고요.
영리한 동박새들은 그 말뜻을 알아듣고 적당히 꿀을 맛본 후 다른 곳으로 날아갔지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위험은 바로 맞은편 숲속 동굴에 살고 있는 토끼 가족이었어요.
겨울이 깊어지고 식량이 떨어질 때면, 배고픔을 참지 못한 토끼들이 동백꽃의 잎과 꽃을 따먹으러 오곤 했어요.
토끼들의 깡총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면, 상남이와 모카는 오두막 난로 옆에 숨겨둔 비상 식량, 바로 고소한 캣그라스를 한 모둠씩 들고 토끼들을 맞으러 나갔답니다.
"친구들, 이 꽃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야. 이걸 가져가 아껴서 먹고, 조금만 더 참으면 따뜻한 봄이 올 거야."
상남이와 모카는 자신들이 아껴두었던 캣그라스를 토끼들에게 내밀었어요.
배고픈 토끼들은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며 캣그라스를 받아들고 조용히 동굴로 돌아갔지요.
토끼들이 돌아가고 나면, 상남이와 모카는 오두막으로 돌아와 그날 저녁을 굶고, 따뜻한 보리차로 배를 채웠어요.
그리고 다음날 새벽엔 어김없이 “꼬르륵…” 소리가 오두막에 울려 퍼졌어요.
모카는 상남이를 힐끔 보고 놀렸어요.
“돼냥이 탈출 축하해~~”
상남이는 살짝 부끄러워 눈을 피하며 소리쳤어요.
“춥고 배고픈 건 영웅의 숙명이야!”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유쾌하게 웃었답니다.
동백꽃을 지켰다는 뿌듯함과 나눔의 따뜻함이 그 추운 새벽 배고픔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겨울은 깊어지고, 또 새로운 봄이 찾아왔어요. 상남이와 모카, 설중홍호쌍묘 덕분에 동백나무 숲은 올해도 어김없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며 희망을 노래했어요.
그리고 그들의 작은 오두막 굴뚝에서는 오늘도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