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4월 · 닌호아 하이난거리 립스틱클럽>
둘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지만, 마음 속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김 일병님,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겠죠?”
뚜엣이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고, 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골랐다.
“그렇지만··· 린이랑 둘이 좋은 시간 보내고 있을 거야.”
잠깐의 침묵 후, 뚜엣이 입꼬리를 올렸다.
“저, 김 일병님··· 린한테 반한 것 같지 않아요?”
“응. 나랑 경계근무 설 때도 린 얘기만 해.”
그 말에 뚜엣이 풋~하고 웃었다.
“김 일병님 딱, 상사병 초기 증상이네요.”
말은 가볍게 했지만, 규의 가슴엔 묵직한 그림자가 밀려들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의 평화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두 달 뒤···
김 일병은 죽는다.
부대 외곽 진지를 보수하다 끼엠마을 쪽에서 날아온 탄환에 가슴을 꿰뚫린다.
김 일병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 탄환은, 베트콩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장춘동도 끼엠마을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며칠 뒤, 촌장이 규에게 조심스레 속삭였다.
“김 일병이 죽던 날, 장 하사가 빈 집에서 나오는 걸 봤소.”
규는 믿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총알은 분명 베트콩의 것이었고, 장춘동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날 이후, 규의 기억 속 풍경은 천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바삭바삭 말라붙은 붉은 흙길.
떨리는 대나무 잎.
허공에 흩어진 화약 냄새.
기억 속 모든 것이 조용히, 서서히 갈라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던 규는 립스틱클럽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뚜엣! 어서 들어가자!”
불길한 기운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규는 문을 밀치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숨이 턱 막힐 듯한 탁한 공기.
짙은 담배 냄새, 깨진 유리 조각들, 넘어진 테이블과 쓰러진 의자들.
무대를 비추던 조명은 바닥에 넘어진 진 채 깜빡였고,
그 한가운데—핏자국이 번져 있었다.
클럽 안은 이미 지옥이었다.
짐승의 숨소리, 헐떡이며 울부짖는 소리, 짙은 피 냄새가 이 작은 공간을 짓눌렀다.
그 중심에, 장춘동이 있었다.
그는 무릎으로 김 일병의 허벅지를 짓누른 채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김 일병은 얼마나 맞았는지 관자놀이가 부풀어 오르고, 입술이 터져 피가 줄줄 흘렀다.
김 일병의 피 묻은 손가락이 무거운 신음과 함께 바닥을 더듬었다.
그 작은 저항조차 장춘동은 분노로 되받았다.
“이 새끼가 감히··· 나한테 반항을 해?”
그는 고함을 치며 한 번 더 주먹을 휘둘렀다.
탕!
김 일병의 머리가 바닥을 찧고 튕겼다.
클럽 한쪽 구석엔 린이 쓰러져 있었다.
입가는 피를 흘리며 부어올라 있었고, 눈두덩이엔 선홍빛 멍이 퍼져 있었다.
장춘동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때릴 때마다 그녀는 마치 인형처럼 휘청거리며 무너졌다.
“네 년이 이 놈을 보고 웃어?”
“일병 주제에 상관의 여잘 넘봐? 감히 린을 탐내?”
장춘동의 목소리는 증오로 갈라졌다.
그의 눈은 광기에 젖어 있었고, 침과 피가 섞여 입가에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