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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련나무 Mar 14. 2024

45. 준비할 수 없어요.

남편 상황이 악화될수록 듣는 말이 몇가지 있다.


제일 많이 들은건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매번 남편의 임종에 대한 경고를 들을 때마다, 이게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되는 일일까 싶다. 마음의 준비라는 건 어떻게 하는거고. 준비를 하면 덜 슬퍼지는 걸까.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하면- 남편이 더 성큼 이 세상과 멀어지는 걸 인정하는 것만 같아 난 할수가 없다.


난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해도 무용지물일걸 아니까. 내가 나를 알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할수가 없다.


남편의 호흡이 안정되 고유량산소호흡기를 뗐다. 그리고 비교적 가벼운 산소호흡기를 했다. 고유량산소호흡기는 더운 산소 바람이 굵은 호스를 타고 들어와서 입도 많이 건조하고 머리에 열감도 생긴다.


비교적 콧줄 수준의 가벼운 산소호흡기를 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컨디션도 점점 나아져 붓기가 많이 사라졌다. 목소리로 조금씩 돌아왔다. 기대라는 걸 가져보았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기대와 다른 이야기를 하신다. 제는 따로부르시길래 우리 호스피스 갈 준비 다해놨다하니.. 남편이 승압기 (혈압상승제)를 쓰고 있어서 호스피스나 다른데 이동이 안되고 받아주지도 않을거라 하셨다.


승압기와 소변량의 감소. 흉수와 복수 배출량 증가. 온 몸의 수분 배출로 인한 건조증. 이제는 승압제 사용으로 인한 말초신경손상에 경고도 받았다.


결론은 나는 남편이 이번주에 세상을 떠날 확률이 높아서 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근래 우리의 하루는 아침엔 어제보다 나아진 몸 컨디션에 희망을 가지고 나름 기쁘게 시작했었다. 이1인실로 옮겼는데 티비도 나와서 아침에 사람들 살아가는 방송 보며 힘내라고 틀어놓기도 했었다.


그러다 오전 회진 때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어김없이 바깥에 보호자 호출을 받는다. 희망찼던 아침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듣는다.


입원 병실에 들어와 운다. 남편이 나를 위로한다. 믿고 있는 하나님에 대해 얘기해준다. 울지말라고 토닥토닥해다.


남편은 만난 사람들마다 이런 사람 흔치 않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는다 아니다로 감정 기복도 없다. 리고 강한 믿음을 가지고 참 긍정적이다.


의식이 정상인처럼 명료하고 복잡한 생각은 못하지만. 현재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아이 시원해." "좋아" "편해" " 고맙습니다" "물" 이다.


정말 다행인 건 통증이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약 진통제를 주사제로 계속 맞고 있지만..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고 말할 만큼의 통증을 경험하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다.


혈전제 투여와 피부 밖으로 체액이 스며나오는 일들이 끝나니 이제는 앙상한 팔다리와 전신에 푸른 멍같은 상처들과 말라버린 피부가 드러난다.


피부가 빨갛게 긁 상처같이 피부가 변했고 또 흰 종이장처럼 일어나고 구겨다못해 피부가 뜯긴 곳도 있다.


통증을 못느껴서 심한 줄 몰랐는데.. 욕창이 심하면 신경이 죽어 통증을 못느낀다고 한다. 남편이 그랬다 뼈 드러나기 일보 직전에 건져서 관리를 하고 있다.


남편이 눈을 제대로 못감고 잔지는 약 1달이 되었다. 그래도 정신이 있을 때와 아닐 때의 구분이 됐는데 오늘은 정신이 혼미해져 내 말도 듣지를 못한다.


혼자 허공에 대고 시선은 저 알 수 없는 곳에 두고 계속 마음의 소원을 담아 웅얼웅얼 지금 이 순간도 알아 들을 수 없는 기도를 하고 있다.


남편은 건강하게 살아나면 하나님을 평생에 예배하고 경외하며 살겠다고 계속 정신이 들 때마다 기도했다. 자신은 하나님만이 이 병의 유일한 치료자임을 처음부터 확신하고 믿어왔다고 했다.


그 결국은 하나님께서 결정하실것이다. 그러나 혹여 남편의 생명을 거둬가셔도 남편은 사모하는 예수님과 천국에 있을거라는 확신이 생겨 마음에 참 다행이다 싶다.


마음의 준비는 잘 모르겠다. 지금도 내가 자는 사이에 남편이 슬며시 세상을 하직할까봐 잠을 자지 않으려 하고 있다.


뭣보다 당장의 고민은.. 병원 올 때 남편이 입고 온 옷과 신발을 어떻게 들고가나이다. 정말 건강해져서 요즘의 소원이던 두 발로 걸어서 내 손잡고 집에 같이 들어가기를 그렇게 바래었건만..


남편이 세상을 혹여 떠나면 주인을 잃은 그 신발과 옷가지를 보며 내 마음이 무너질것 같다.


결혼 할 때, 남편은 결혼식 전 날 카페에서 만나 나에게 늦은 프로포즈를 했다. 금붙이를 사와서는 무미건조하게 내밀고는 한마디 했다. "진실되게 살자"고 했다.


그 프로포즈 말 그대로..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하게 대화를 많이 한 편인 부부이다. 이 순간이 오기전까지도 우리는 전할 말들은 서로에게 아낌없이 했다. 남편이.. 오늘 혼미한 정신 중에 나에게 말했다.


왜 또 울었냐며. 너는 나에게 항상 웃어주는 사람이었는데 울지 말라고 하며 본인이 나를 향해 싱긋 웃어준다.


밉든 곱든 나에게 밝은 햇살 같은 이 사람이 내가 붙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려나보다... 하루 사이에 본 소변이 5ml 이다. 승압제로 발가락이 퍼렇게 변했다. 승압제를 써도 저혈압이다.


투닥투닥하면서도 나를 참 귀히 여겨준 사람이었는데, 건강할 때는 건장하고 목소리도 좋고 멋진 사람이었는데.. 지금 남편 모습은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이 상황에서도 글을 쓰는 건. 지금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에 대한 기억이. 지금 이 순간의 기억이 흐릿해질까봐 이다.  잊고 싶지 않다.


지금 고맙고 착한 내 짝꿍이.. 많이 아프다. 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도 없는 만큼 아프다.


* 이 글도 급히 작성하여 수정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발행 못하면 글을 삭제하게 될 것 같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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