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일기_두 번째

다시 시작한 복싱 일기.

by 목련나무

작년 초 겨울에 복싱을 그만두었다.


몸이 다시 아프고, 그게 또 무리하면 찾아올 성질이라- 나에게 운동은 욕심이었나- 생각하며 내려놓았다.어찌나 속상했던지, 그렇게 결심한 날 바로 사물함 짐을 빼고, 샀던 글러브와 이지 핸드랩도 버려버렸다.


그냥 나는 숨 쉬는 게 운동인가 싶어서 동네 산책을 여러 번 하는 걸로 모든 운동을 대체했다. 걷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단, 너무 더웠던 작년 여름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실내 운동 기구를 사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었다. 짐이 느는 게 싫어서 사진 않았다.


어떻게든 합산 6 천보는 걸어 좌식생활 인간에서만 탈피해 보자고 생각하며- 귀찮아도 밖에 나가 걷고 오고는 했다. 고민되고 불만이 생기는 일이 생길 때도- 그때는 모두를 피해 칩거하던 때여서- 전화를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고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면 모든 게 한 템포 느려지면서 좀 더 견디고 참을 힘이 생겼다.


그러던 작년 11월에 스멀스멀 복싱에 대한 기억이 올라왔다. 내가 동작을 기억하나 궁금해서 늦은 밤에 빈 놀이터에서 혼자 스텝을 밟으며 펀치 동작들을 해보았다. 뭔가 어설펐다. '예전에 그 맛이 아니야'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늦은 저녁 아줌마가 몸부림을 치는 걸 목격한 사람들을 마주칠 때는 부끄러움에 땅으로 꺼지고 싶었다. 나도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부끄러울 짓을 밖에서 하는 걸 보면 다시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결국 관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재시작하고 싶은데, 이래저래 몸은 안 좋다. 1달 해보고 결정하겠다- 정도 얘기했다.


오래간만에 만난 관장님은 정적인 운동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넌지시 얘기했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은 했는데, 우선 한 달 해보겠다 했다. 그래서 스텝을 뛰는 스텝이 아닌 걷는 스텝으로 바꾸고, 다시 모든 걸 처음으로 돌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줄넘기를 할 컨디션이 아직 안돼서 관장님의 배려로 내 전용으로 단을 낮춘 스텝박스가 비치되었다.


걷는 스텝은 뛰는 것보다 에너지는 덜 쓰이는데 대신 박자를 한 템포 낮춰 본성과 다르게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 어려웠다. 그리고 펀치 자세를 갖추는 게 좀 더 허리 회전력이 요구되고, 발목 사용률이 더 높아진 기분이다. 뛰면서 바로 빼던 펀치 동작이 조금 속도를 낮춰 움직이다 보니 그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적응 과제였다.


스텝박스로 몸을 가볍게 만들고, 섀도 복싱을 하면서 리듬감을 익히고, 미트를 치면서 실전에 가까운 느낌을 좀 더 가지고, 샌드백을 치면서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고, 쿨 다운 느낌으로 나중에 근력 운동을 마무리하면 정말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다시 복싱계로 돌아왔다. 우선 1년 정도 생각하는데, 내년에도 내가 할만한 몸 상태가 되려나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젊고 건강하다면, 그랬던 나이에는 운동을 무척 싫어했지만- 탁구, 배드민턴, 킥복싱을 배우고 싶을 것 같다. 그렇게 비용이 덜 들면서 온 전신을 다 사용해 땀 빼는 운동을 그때는 왜 해 볼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복싱은 상체 사용량이 많다면 킥 복싱은 하체 가동 범위가 넓어져서 그런 면에서 상하체 타격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따지면 태권도도 좋은 운동일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요가나 필라테스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내가 그런 쪽이라 생각했는데,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는데 크게 진보도 없고 (자세는 좀 좋아졌으나) 재미를 많이 느끼지는 못했다. 특히 요가는 나와 잘 안 맞았다. 발레는 근처도 가본 적이 없었고, 방송댄스는 몸치라 배울 때마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다.


외모로나 체격으로 보나 전혀 할 것 같지 않은- 나도 생각해보지 않은 타격 운동인 복싱이 이렇게 나에게 재미를 줄지는 몰랐다. 하고 나면 찾아오는 개운함이 너무 좋다. 그리고 복싱장을 잘 만난 것도 좋은 일이다.


어떤 복싱장은 기본기 다 갖출 때까지 샌드백이나 미트는 근처에 갈 수 없다 한다. 뭐가 좋다 나쁘다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진입장벽이 좀 더 낮은 생활체육에 가까운 느낌이 그냥 좋다. 코치님들의 자세 교정도 도움이 많이 된다- 내 생활습관과 숨겨진 성격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안 고쳐진다.. 하하.


요새 복싱 인구가 크게 늘었다. 내가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복싱장 안에 이만큼 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무쇠소녀단, 아이엠복서 등의 TV프로그램의 영향이 꽤 큰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엘리트 복싱이라고 아이들에게 가점(?)이 생기는 복싱이 있는데 그 영향도 한 몫하는 거 같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을 때, 발 디딜 틈이 없는 복싱장에서 아이들의 위력을 느꼈다. 쓰나미로 아이들이 단체 출근한 느낌이었다.


만약 복싱을 하기 어려워진다면, 다음 운동은 현재까지는 검도를 생각 중이다. 검도가 의외로 나이 들어서 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라 한다. 문제는 검도가 유행이 지났는지 검도장이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는 것이지만.. 펜싱보다는 죽도로 하는 검도가 왠지 매력적 이어 보인다. 여름에는 엄청 덥겠지만...


요새 어퍼컷 동작과 리버컷 동작이 헷갈린다. 전에 배운 게 있다고 지금 새롭게 어퍼컷을 하는데, 리버컷 같은 애매모호한 동작이 나와서 고민이다. 뭐 어쩌겠나. 반복하고 고쳐가면서 샌드백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다시 시작한 복싱 일기를 남겨 본다. "나 자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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