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결이 비슷했던 책 2권

천수이 변호사 책과 최은영 작가의 책 이야기.

by 목련나무

하나는 소설이고 하나는 에세이인데, 결이 비슷하다 느낄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있었다. 하나는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천수이 변호사)" 다른 하나는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작가)"이다.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이제부터 줄여서 천수이 변호사 책으로 표기한다.)는 어제 다 읽은 따끈한 상태이고, 내게 무해한 사람은 2/3 정도 읽은 상태이다.


읽다 보니 두 책의 같은 결을 느꼈는데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마음에 울리는 파장이 커서 나눠서 읽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에 다 읽기에는 내 마음에 한계치가 오곤 했다. 하물며 읽는 나도 그런데, 글을 쓴 변호사와 소설가는 어떤 마음으로 그 글을 썼을까 싶기도 하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그 제목 자체가 약간의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했었다. "무해하다"라는 표현이 여기저기서 응용되는 모습을 SNS에서 보았다. 최은영 작가의 글은 특유의 디테일 설정과 묘사 스타일이 있고, 그 안에 감정이 몰입되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 최은영 작가는 천상 소설가-구나 싶었다. 정말 소설을 써도 너무 잘 써서 읽다 보면 나도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한 번씩 달구고는 했다. 이 작가 특유의 톤에 대해 호불호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일단 '호'쪽에 가까운 것 같다.


나와 생각의 관점이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소설을 통해 작가가 담으려는 작가가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와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예쁜 문체들은 상처받는 그들의 삶과 대비되어 보이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는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몸으로 느꼈으니까. 그러나 그랬을까, 내가. - (중략)- 의도의 유무를 떠나 해를 끼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나. 때때로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무심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 나. 내 마음이라고, 내 자유랍시고 쓴 글로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그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웠다. -(이하 생략)-"


이런 살얼음 판을 걷는 마음으로 작가는 조심스레 너무 거친 말들은 빼고 그가 다루고자 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글을 썼다. 그래서 글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이 조용하고 단편적인 것 같아도, 묘사와 디테일 속에서 작가가 고르고 고른 언어 속에서 그 상처의 소용돌이가 그대로 느껴진다.


다음 타자는 천수이 변호사의 책이다. 천수이 변호사는 나의 시선에서는 아직 젊고 강단 있고 의리파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 자신도 나름 쉽지 않은 삶을 열심히 헤엄쳐 나왔으나,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헤아려 주고 손 내밀려는 그 자체가 참 감동적이었다.


타고난 기질이 참 부럽게도 씩씩하고 자존감 높고 밝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게 확 느껴지는 변호사다. 이 변호사가 구청에서 무료법률상담에서 일을 할 때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에세이가 바로 이 책이다.


"태어날 때부터", "어느 날 갑자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여러 사람들의 스토리가- 허구가 아니라 실제 벌어진 일이었어서 마음이 참 아팠다. 갖은 사연들이 나오고 거기에 변호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었던 부분과 어떻게 해도 도움을 줄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한 고찰. 그리고 그에 대한 개인의 깊은 생각과 감정을 따뜻하게 기록되어 있어 많은 공감을 하며 책을 보았다.


중간에 뒷부분쯤에 나오는 변호사가 좋아하는 한 판결문의 발췌가 있는데 나도 좋았어서 여기에 일부 옮겨 본다.

"가장 세심하고 사려 깊은 사람도 세상사 모두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장 사려 깊고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법도 세상사 모든 사안에서 명확한 정의의 지침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법은 장래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안을 예상하고 만들어 두는 일종의 기성복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어 두어도 예상을 넘어 팔이 더 길거나 짧은 사람이 나오게 된다. 미리 만들어 둔 옷 치수에 맞지 않다고 하여 당신의 팔이 너무 길거나 짧은 것은 당신의 잘못이니 당신에게 줄 옷은 없다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옷의 길이를 조금 늘이거나 수선해 줄 것인가? 우리는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집행하는 법원이 어느 정도 수선의 의무와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회가 만든 법률을 법원이 제멋대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이 의도된 본래의 의미를 갖도록 보완하는 것이고, 대한민국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 체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이하 생략)- (대전고등법원 2006.11.1. 선고 2006나 1846 판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철거되는 곳에서 압박과 경고를 받으며 퇴거하지 못하는 사람들. 가족을 오랜 시간 병간호 하느라 그냥 처리한 등기 문제가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 가족이 있지만 시신이 수습되지 않는 망자. 실종된 가족을 마음에서 잊지 않았는데 법적으로 사망 처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 잘 살고 있다 갑자기 조현병에 걸려 인생이 변해버린 사람들. 등등..


세상에는 당신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비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고, 서로가 정의라고 느끼는 것이 달라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고, 일의 이면의 감정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법적인 문제로 치닫는 등 여러 상황이 있었다.


이 상황 속에서 천수이 변호사는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서 변호사의 역할을 재정의 해나간다. "들어주는 귀"는 그런 의미에서 참 귀하다. 그리고 손잡아주고, 좋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본인의 최선을 다해 나간다.


두 책은 다른 장르이지만, 작가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적 약자의 삶을 보듬어주려 한다는 게 같은 결로 마음에 닿아 이렇게 후기를 남겨본다.


나는 그렇지 못할지언정, 책을 통해서 사회에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과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준 좋은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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