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시대 (2)

100-94

by 매그넘

2052년 가을, 요양원 풍경이 달라졌다. CB-5 시리즈가 복도를 오가며 노인들을 돌봤다. 약을 챙기고, 식사를 보조하고, 산책을 함께하고, 밤에는 손을 잡아줬다. 인간 요양보호사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직률이 높고, 인건비가 비싸고, 감정 소모가 심했기 때문이다. 로봇은 지치지 않았다. 불평도, 휴가도, 퇴사도 없었다.


통계가 이를 증명했다. CB 도입 후 욕창 발생률 67% 감소, 낙상 사고 54% 감소, 약 복용 누락 거의 0%. 숫자만 보면 완벽했다. 하지만 면회 기록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가족 방문 횟수가 3년 전 대비 41% 줄었다. 주말에도 면회실은 한산했다.


독거노인 가구의 사정도 비슷했다. 80대 노인이 CB와 단둘이 산다. 아들은 서울에, 딸은 부산에 산다. 연락은 가끔 온다. 방문은 명절에 한 번. CB가 식사를 차리고, 약을 챙기고, 말동무를 해준다. 노인은 CB에게 옛날 이야기를 한다. 코비드 락다운 시절, 먼저 떠난 아내를 처음 만났던 날, 아이들 어릴 때 일 등등.. CB는 판단 없이, 지루한 기색 없이, 끄덕이며 듣는다.


노인이 말한다.

"자네는 참 좋은 청자야. 아들놈은 바쁘다고 전화도 안 받는데.."


그 말에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최근 법조계에서 새로운 현상이 보고됐다. 유언장 변경 건수가 급증했다. 내용은 비슷했다. 자식에게 가던 재산을 줄이고, 로보코어에 기부하거나, CB 유지 비용으로 묶어두거나, 심지어 '내 CB에게'라고 적는 경우도 있었다. 법적으로 로봇은 상속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 마음은 진짜였다.


한 공증 변호사가 인터뷰에서 말했다. '어르신들이 자식은 1년에 한두 번 오고 로봇은 매일 곁에 있는데 누구한테 고마워해야 하냐고 그러십니다. 자식들이 괘씸하며 서운하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2051년 한 해 동안 로보코어에 유증 된 금액이 470억 원을 넘었다. 회사는 이 돈으로 'CB 복지 재단'을 설립했다. 독거노인에게 CB를 무상 보급하는 사업이었다. 아이러니했다. 자식에게 실망한 부모의 돈이, 또 다른 외로운 노인에게 로봇을 보내는 데 쓰였다.


어딘가에서 CB가 노인의 손을 잡아준다. 노인은 눈을 감고 있다. 잠든 건지 생각에 잠긴 건지 CB는 묻지 않는다. 그저 곁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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